기존 10%에서 최고 45.3%로…회원국 기권표 속출에 '반쪽 승인'
中 추가보복 본격화 우려…시행일까지 고심 거듭할 듯
EU 깃발 |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4일(현지시간) 중국과 통상분쟁이 격화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결국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최고 45.3%의 고율 관세를 승인했다.
일단은 고율 관세를 못 박아둔 뒤 중국 측과 협상을 계속해 최대한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올로프 질 EU 무역담당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회원국들로부터 중국산 전기차 수입품에 대한 확정 상계관세 도입에 필요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가결 소식을 알렸다.
이날 가결을 두고 '반쪽 승인'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27개국 대표로 구성된 무역구제수단위원회 표결에서 찬성 10표, 반대 5표, 기권 12표가 나왔다. 기권은 사실상 찬성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27개국 중 22개국이 관세 인상을 지지한 셈이다.
집행위가 '필요한 지지'를 확보했다고 표현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그러나 무역구제수단위는 공식적으로는 '의견없음'이라는 입장을 집행위에 전달했다고 폴리티코는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렇게 되면 차후 확정관세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집행위로 넘어간다.
현재까지 공개된 집행위의 중국산 전기차 확정관세안은 7.8(테슬라)∼35.3%포인트(p)다. 이로써 기존 일반 관세 10%에 더한 최종관세율은 17.8∼45.3%가 된다.
지난 6월 처음으로 관세 인상 계획을 발표했을 때와 비교하면 최고 관세율이 38.1%p에서 세 차례 하향 조정돼 35.3%p로 낮아졌다.
소폭이긴 하지만 이같은 변화는 집행위가 중국 측에 보내는 일종의 협상 신호로 해석됐다.
EU는 현재 유럽 수출 시 판매가격의 하한선을 설정하겠다는 중국 업체들의 제안을 놓고 중국 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집행위는 이날 회원국 표결 결과를 전하면서도 확정관세 시행 여부에 대한 언급 없이 "반보조금 조사 결론을 위한 또 다른 단계"라고 해설한 것도 이런 협상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EU가 중국과 추후 협상에서 이날 표결을 협상력을 높이는 지렛대로 쓸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집행위는 또 "EU와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에 완전히 합치되며 집행위의 조사에서 확인된 (중국의) 해로운 보조금을 해결하는 데 적합하고 감시와 집행이 가능한 대체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종 조사 결과를 포함한 집행위의 (확정관세) 시행 규정은 늦어도 10월 30일까지 관보에 게재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칙적으로는 이달 31일부터 5년간 고율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회원국 간 이견이 심하다는 점은 집행위로선 고심거리다.
집행위안이 부결되진 않았지만 기권표가 많다는 건 그만큼 회원국별 이해관계가 갈린다는 방증이다. 특히 EU에서 경제 규모가 가장 큰 독일의 반대가 거세다.
EU·중국 협상이 결렬될 경우 중국의 무역보복 조처가 더 노골화할 것이란 우려도 EU 내부에서 나온다.
중국은 작년 10월 EU의 전기차 보조금 조사가 시작된 이후 올해 1월과 6월 각각 EU산 브랜디와 돼지고기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발표했다. 8월에는 EU산 유제품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를 발표했고 EU는 이를 사실상 보복조처라고 보고 WTO에 분쟁절차를 제기했다.
EU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에 마냥 원칙만을 고수할 수 없는 현실적 이유다.
shi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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