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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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루 평균 38.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자살률은 198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다. 학창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위태로워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사망자 수는 35만2511명으로, 전년보다 5.5% 감소했다. 인구 10만명당 사망자 수인 조사망률도 전년 대비 5.3% 감소한 689.2명을 기록했다.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암(24.2%)이 가장 높았고, 심장질환(9.4%), 폐렴(8.3%), 뇌혈관질환(6.9%), 고의적 자해(자살·4%), 알츠하이머병(3.2%), 당뇨병(3.1%) 순으로 이어졌다. 특히 암은 1983년 이후 줄곧 사망 원인 1위다. 암 사망률은 폐암, 간암, 대장암, 췌장암 순으로 높았다.
김영희 디자이너 |
사망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지난해부터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된 이후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분석된다. 실제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2년까지만 해도 전체 사망원인 3위를 차지했지만, 지난해 10위로 떨어졌다.
반면 자살로 인한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오히려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 1일 평균 38.3명꼴로, 2014년(1만3836명) 이후 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자살률(인구 10만명당 명수)도 8.5% 늘어난 27.3명을 기록했다. 이 역시 2014년(27.3명) 이후 가장 높다.
자살률이 오른 것은 2021년 이후 2년 만이다. 60대(13.6%)와 50대(12.1%)에서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 이후 경제적으로 상대적 빈곤,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면서 자살이 늘어난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
특히 지난해 10대 자살률은 7.9명로, 전년(7.2명) 대비 10.4% 증가했다. 역대 최고다. 10대 자살률은 2018년(5.8명) 증가세로 돌아선 이후 6년 연속 오르고 있다. 2021년(7.1명)엔 처음으로 7명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20대 자살률도 전년 대비 3.7% 늘어난 22.2명을 기록했다.
이는 청소년들의 정신건강이 갈수록 악화되는 현실과 크게 맞닿아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달 발표한 ‘학생의 정신건강 실태와 향후 과제’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적정 수면시간 충족률은 2019년 56.68%에서 지난해 51.95%로 떨어졌다. 중1 자살위험군 학생 비중은 2020년 2.1%에서 지난해 2.4%로 0.3%포인트 늘어났고, 중학생의 자살 시도 경험률은 같은 기간 3.66%에서 5.99%로 2.33%포인트 확대됐다.
박종익 강원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건강이 악화됐고, 특히 청소년은 가정 내 갈등에도 많은 영향을 받으면서 스트레스 요인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으로는 발전했지만,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과로만 평가받는 구조가 고착화되면서 청소년에겐 오히려 살기 안 좋은 사회가 됐다. 특히 소셜미디어(SNS) 발전으로 부정적인 사건들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면서 무력감, 우울감, 트라우마가 더 늘어난 것도 원인”이라며 “학교 안팎 청소년들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보다 관심을 갖고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한국 자살률은 전 세계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다.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간 연령표준화 자살률 통계를 살펴보면 OECD 평균이 10.7명인 데 반해, 한국은 지난해 기준 24.8명으로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리투아니아가 17.1명(2022년 기준)으로, 상당한 차이가 있다. OECD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OECD 기준인구를 바탕으로 연령 구조 차이를 제거한 사망률로, 국가 간 비교에 활용된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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