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생 시칠리아 출신 ‘이반 스파다로’ 셰프 영입
‘홈스타일’이란 콘셉트 맞게 음식 가격 최대 20%↓
‘홈스타일’이란 콘셉트 맞게 음식 가격 최대 20%↓
포시즌스 호텔 서울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가 메뉴를 개편했다. 시칠리아 출신 이반 스파다로(왼쪽 사진)을 영입해 이탈리안 가정식을 선보인다.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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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시즌스 서울 호텔 2층에 위치한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의 분위기는 독보적이다. 특히 점심 시간대에 가면 더 그렇다. 정장 차림을 한 외국인 비즈니스 고객이 특히 많다.
통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바쁜 서울 풍경을 배경으로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모습은 ‘국제도시’ 서울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오픈 이후 ‘파인다이닝’을 고수해 오던 보칼리노가 9년 만에 콘셉트를 바꾼다. 포시즌스 서울의 선택은 편안함을 강조한 이탈리안 ‘홈 스타일’이다.
럭셔리 호텔이라면 으레 있어야 할 파인다이닝을 과감히 포기한 배경에는 1994년생 젊은 셰프 이반 스파다로(Ivan Spadaro)가 있다.
90년대생 셰프가 선보이는 이탈리아 가정식
지난해 말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에 합류한 이반 스파다로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
이탈리아 시칠리아 출신인 이반은 2023년 11월에 포시즌스 서울에 합류했다. 첫 6개월은 공부하는 시간이었다.
손님 취향을 파악하고 그를 바탕으로 메뉴 개편과 서비스 개발하는데 시간을 쏟았다. 음식은 이탈리아 가정식으로 하되 플레이팅은 모던한 스타일로 했다.
가정식, 홈스타일이라고 했으니까 가격도 그에 맞게 합리적이어야 한다. 개편 이전과 비교해 음식 가격을 15~20% 낮췄다. 가격은 낮아졌지만 음식 질은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반 셰프는 “소스, 파스타 등 요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손수 만들고 싶었지만 파스타는 타협을 했다. 한국 사람들이 드라이 파스타를 더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메뉴 개편으로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를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특화 요리가 있다. 토스카나는 스테이크, 나폴리는 피자, 시칠리아는 생선과 디저트 등이 유명하다. 카놀리, 젤라또 등이 시칠리아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디저트다.
이반 셰프의 추천 요리 ‘루치아나 문어’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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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셰프의 첫 번째 추천 메뉴는 바닷가재 리조또다. 정통 이탈리안 스타일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라구 볼로네제를 추천한다.
루치아나 문어 요리는 한국인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살짝 바꿨다. 8시간 약불로 천천히 요리해 식감을 부드럽게 하고 소금은 적게 넣는 대신 고추를 추가해 매콤하게 만들었다.
한국인보다 한국인 입맛을 잘 아는 셰프
포시즌스 호텔 서울 보칼리노를 맡게된 이반 스파다로 셰프 / 사진=포시즌스 호텔 서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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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스파다로는 한국인의 입맛에 대해 무척 잘 알고 있는 눈치였다. 그가 한국에 처음 온 것은 2018년 1월. 한국에 와서는 버티고개에 있는 작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일을 시작했다.
이후 르 메르디앙 강남, 잠실에 위치한 ‘살룬 드 조’ 등에서 일하다가 2019년 겨울에는 에트나 퓨(Etna Piu)라는 레스토랑을 오픈했다.
“솔직히 말하면 성에 차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없었어요. 내 입맛에 맞는 레스토랑을 열기로 결심했습니다.”
좌석이 15개뿐인 작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나 미디어의 주목을 받았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 출연하게 되면서 식당이 이슈가 됐다.
장사가 너무 잘 돼서 오전 8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2시에 집에 들어갈 정도로 바쁜 날이 계속됐다.
손님이 몰려서 연남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좌석은 40석으로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상암동에 테이크 아웃 이탈리안 수제 햄버거 집도 열었다.
2022년에는 몰타에 레스토랑을 열었다. 이탈리아인 파트너와 동업해 1년 동안 한 달은 몰타, 한 달은 한국에 머물면서 일했다.
그러다 2023년 여름 번 아웃이 왔단다. 가지고 있던 레스토랑을 전부 팔겠다고 결심했다. 몰타 레스토랑은 동업자에게 넘겨 주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신선함이 돋보이는 부라타 카프레제. 직접 만든 부라타 치즈가 특히 맛있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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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쯤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호텔에 취업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지난해 하반기 호텔 몇몇 곳에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다.
최종 합격 통지를 받은 곳은 전부 4곳. 포시즌스 서울을 택한 건 지인 셰프의 추천 덕분이었다.
이반 셰프가 큰 점수를 받은 부분은 적절하게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이탈리안 요리를 낸다는 점이었다.
“한식은 모든 재료가 어우러져 맛을 낸다는 특징이 있어요. 재료와 재료, 재료와 소스의 조화가 중요해요. 이탈리아 요리도 비슷합니다. 어떤 음식도 재료 하나만 가지고 완성되지 않죠.”
이반 셰프는 한국의 매운맛에도 익숙하다. 한국에 처음 와서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서 매운맛을 단련했다.
한식 중에 가장 좋아하는 요리는 감자탕. 고기를 우린 깊은 맛이 푹 스며든 우거지가 특히 맛있다. 감자탕을 포함해 김치찌개, 미역국은 집에서 직접 해 먹는다고.
이반 셰프의 대표 요리 ‘피스타치오와 모르타델라 피자’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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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마늘 사랑’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반은 “이탈리아에서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는 정식 메뉴가 아니다”고 운을 뗐다.
여행객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이 아닌 일반 현지인 식당에서는 메뉴판에 알리오올리오를 찾아볼 수 없단다. 너무 간단하고 저렴한 요리라서 따로 메뉴에 넣지 않는다거.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알리올리오는 해장 음식입니다. 친구들이랑 새벽까지 모여 술을 마시고 난 다음 속을 풀기 위해 만들어 먹어요. 한국으로 치면 라면 같은 거예요.”
살아온 생의 절반보다 긴 요리 경력
이반 셰프는 일명 ‘먹수저’ 집안에서 태어났다. 패스트리 셰프였던 아버지 일을 15살 때부터 도왔다.유년 시절은 시칠리아와 토스카나에서 보냈다. 이탈리아에서도 요리와 와인이 맛있기로 유명한 동네다.
요리 학교를 다닌 적은 없다. 시칠리아에서 요리학교에 가려고 했지만 집에서 너무 멀어서 포기했다. 기차를 타고 2시간에 걸렸다.
대신 어학을 특화한 학교를 택했다. 언어를 배워야 어디서든 요리하면서 일할 수 있을 거라는 아버지의 조언 때문이었다.
덕분에 이반은 현재 이탈리아, 스페인어, 불어, 영어, 한국어 그리고 러시아어 등 6개 국어를 할 수 있다.
전업으로 레스토랑에서 셰프로 일을 시작한 것은 그리스에 위치한 쉐라톤 호텔에서였다.
이후 시칠리아 패스트리 샵 콰란타(Quaranta),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라 프루아(La Prua) 등을 거쳤다.
디저트로 티라미수를 주문하면 트레이에 재료를 가져와 즉석에서 만들어준다.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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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이탈리안 음식을 요리할 때 가장 중요한 재료에 대해 물었다. 그는 “파슬리, 파마산, 바질 그리고 질 좋은 올리브 오일 이 4개가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특히 올리브 오일에는 절대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이반이 추천한 올리브 오일 브랜드는 ‘아르케(Arkè)’ ‘레 페레(Le Ferre)’ ‘레 그로테 디 실레노(le grotte di sileno)’다.
특히 르 그로테 디 실레노는 유네스코로 지정된 농장에서 만든다. 1000년 넘은 올리브 나무 33그루에서 열매를 수확해 오일을 짠다.
‣‣‣ 새로워지는 보칼리노 = 보칼리노에서는 메뉴 개편을 기념해 10월 말까지 점심 손님에 한해 와인 1잔씩을 무료로 제공한다.
새롭게 개편한 저녁 메뉴는 셰프 테이스팅 코스와 ‘DIY 코스’ 그리고 전부 요리로 구성했다.
DIY 코스는 이름처럼 안티파스티부터 메인 요리까지 직접 원하는 음식을 골라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여기에 탄산수, 디저트, 커피 등이 제공된다.
메뉴 선택이 어렵다면 대표 메뉴로 구성한 ‘셰프 테이스팅 코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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