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8월 31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기울어 가는 미국, 일어서는 글로벌 대국'을 주제로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이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자본주의의 위기와 새로운 체제의 필요성
한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가 서구 중심적 세계관에서 벗어나, 자국의 이익과 현실에 맞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한다. 우리 나름의 패러다임, 우리 입장과 현실에 맞는 사고방식과 가치관을 확립해야 할 때이다.
현재의 국제 정세 변화는 산업혁명에 버금가는 역사적 대전환기이다. 단순한 국제 정치적 변화를 넘어, 지금까지의 세계 질서를 지탱해온 기본 틀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기후 변화 등 글로벌 이슈들은 현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자본주의적 경제운영 방식으로는 더 이상 지속 가능한 발전이 어려워졌다. 많은 사람이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새로운 대안적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단일 패권 체제가 붕괴하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비롯한 새로운 세력들이 부상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패권의 이동이 아닌, 패권 자체의 개념이 사라지는 근본적인 변화로 해석된다.
현재의 국제 정세 변화는 단순한 강대국 간의 힘의 균형 변화를 넘어, 인류 문명의 새로운 단계로의 진입을 의미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각국은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계 질서에 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중국과 러시아가 추구하는 새로운 형태의 체제이다. 이들 국가의 시스템은 전통적인 자본주의나 사회주의와는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이들 국가에서는 강력한 중앙 집권적 권력이 경제를 주도하면서도, 시장 경제의 요소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새로운 체제의 등장은 기존의 영미식 자본주의 체제가 직면한 한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자본주의의 지속적인 확장이 더이상 불가능해지고, 기후 변화와 같은 글로벌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영미식 자유주의가 중러식 국가자본주의로 전이가 가능할지 주목할 만한 문제이다.
▲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 ⓒ평화통일시민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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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전선
이러한 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새로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뚜렷해진 전선은 다음과 같다.
1. 유럽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크라이나, 헝가리,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조지아를 연결하는 전선이 형성되어 있다. 이는 단순한 지역 분쟁을 넘어 미국을 비롯한 NATO와 러시아 간의 전선이다.
2. 서아시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축으로 예멘 후티, 가자, 헤즈볼라, 시리아의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3. 동북아시아: 필리핀, 대만, 한반도를 잇는 긴장 라인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미국의 견제 사이에서 이 지역 국가들의 전략적 선택이 중요해지고 있다.
4. 동남아시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새로운 세력 축을 형성하고 있다. 과거 냉전 시대에 수난을 많이 겪었던 이 나라들은 이제 자기들의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
5. 아프리카 : 아프리카 중부의 사헬 지역을 중심으로 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다. 말리, 부르키나파소, 차드와 같은 나라들이 이에 포함된다.
최근 2~3년간 국제 정세는 급격한 변화를 겪으며 뚜렷한 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러한 전 세계적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미국을 위시한 집단서방과 러시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어 있다. '글로벌 사우스'란 표현은 과거 '경제적으로 낙후한 남반부'란 개념을 넘어서는, 미국과 집단서방의 대척점에 있는 세력들을 지칭하지만 현 상황을 표현할 수 있는 정교한 용어는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도 돋보인다. 중국은 국제정치 무대에서 분명한 입장을 드러내지 않았던 과거와는 달리 2023년 6월 우크라이나의 반격 실패 이후, 국제 문제에 대해 보다 강경하고 분명한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다.
중국은 2023년 6월 이후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절대 질 수 없다 판단하고, 이후 국제질서 수립 방향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기 시작했고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 특히 러시아, 중국, 이란, 북한(조선)이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유라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전략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1차 세계대전 이후 주도권을 잃었던 대륙 세력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유라시아 지역에서 해양 세력(주로 미국 주도)과 대륙 세력 간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중국과 인도의 관계 개선 시도 또한 국제 정세에서 중요한 흐름이다. 양국은 최근 국경 분쟁에서 군사적 충돌을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최근 튀르키예의 입장 변화도 주목해야 한다. NATO 회원국인 튀르키예는 최근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추구하면서, 서방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대하는 모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졌다.
튀르키예는 유럽의 정치와 외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흑해와 지중해의 관문이다. 지중해는 대서양 방향으로 지브롤터 해협, 흑해 방향으로 다르다넬스 해협이 있다. 지브롤터 해협은 영국이, 다르다넬스 해협은 튀르키예가 통제하고 있다. 17세기까지 서유럽은 러시아를 흑해 안에 가두어 두고자 모든 노력을 다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튀르키예가 러시아쪽으로 기울어져 가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현상이다.
8,90년대 사회주의가 붕괴하면서 서구 중심으로 넘어갔던 동유럽 지역에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 NATO나 EU 회원국들이지만, 헝가리, 세르비아, 조지아, 슬로바키아 등의 국가들이 기존의 친서방 입장에서 친러 입장으로 노선을 변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아프리카, 특히 사헬 지역에서도 주목할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사회주의적 이념을 기반으로 한 움직임이 관찰되고 있으며, 미군 철수 요구 등 반서구적 태도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프랑스의 CFA 프랑 체제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다.
CFA 프랑은 프랑스가 아프리카 경제를 장악하기 위해 사용한 화폐 시스템으로, 프랑스는 사헬지역에서 금을 가져가고 CAF 프랑을 공급하고 있다. 프랑스는 금을 생산하지 않지만, 금 보유량이 세계 3, 4위 안에 든다. 사헬지역 국가들은 지난 7월 사헬국가연합(AES)를 결성하고 새로운 공동 화폐를 추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프리카의 제국주의적 지배는 1970년대까지 지속됐다. 그러나 말리, 니제르, 부르키나파소, 차드 등의 지역에서는 과거 찬란했던 이슬람 문명의 흔적이 남아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도서관과 대학이 존재했었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아프리카의 동향 중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니제르에서 발생한 반프랑스, 반미 시위다. 니제르 국민들은 친서방 정권을 몰아내는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에서 인공기를 들고 나왔다. 또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에 푸틴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진이 등장했다.
우리에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니제르 군부의 쿠데타를 북한이 지원해주었거나 그동안 어떤 상호 교류가 있었음을 짐작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여러 번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이 때문에 니제르 국민들이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인공기를 들고 나왔을 것이라 추측해 본다. 이렇듯 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 미국은 정통적인 힘의 우월성을 상실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도 중요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관계 개선이다.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오랜 기간 서로 적대적이었지만 빠르게 관계 개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변화들은 결국 미국의 전통적인 세계 통치 방식이 더 이상 효과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국주의는 분할하고 분열시켜 서로 통합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하나 씩 통제해가는 방법을 써왔다. 하지만 서아시아와 아프리카에서의 통합 흐름들은 미국의 통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파키스탄의 미국 영향력 이탈 시도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파키스탄은 그 지리적 위치로 인해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국가다. 인도 북서쪽에 위치하여 중앙아시아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사이에서 중요한 지정학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파키스탄의 역사는 인도와의 관계,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2022년 4월 10일 파키스탄의 임란 칸 총리가 실각했다. 영국에서 유학한 임란 칸은 민족주의적 성향을 가진 정치인으로, 인도와의 평화적 관계 구축과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추구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실각하게 되는데, 이에 대해 임란 칸은 야권이 미국과 결탁하여 자신을 퇴출시켰으며 앞으로 이들과 투쟁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임란 칸은 총 14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아 감옥에 갇혔다. 파키스탄의 최근 총선에서 임란 칸의 지지자들은 정당 결성이 금지된 상태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했고 총선에서 최다 득표를 했으나 샤리프 전 총리가 군소정당을 규합하여 정권을 확보한 상태다.
▲ 한설 예비역 육군준장. ⓒ평화통일시민행동 |
최근 방글라데시에서 일어난 정치적 변화는 복잡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방글라데시가 파키스탄으로부터 독립할 당시, 인도가 방글라데시(당시 동파키스탄)의 독립을 지원했다. 이에 대응하여 미국은 파키스탄을 지원하기 위해 제7함대를 벵골만으로 파견했고, 소련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함대를 파견하는 등 국제적인 긴장 상태가 조성됐다.
인도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독립 당시 도움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방글라데시 군부 내에는 여전히 파키스탄에 가까운 세력이 존재한다. 파키스탄 군부는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
최근 방글라데시의 하시나 총리가 물러난 사건은 이 지역의 복잡한 정세를 잘 보여준다. 하시다 정권을 붕괴시킨 시위는 1971년 파키스탄에서 분리 독립할 때 공헌한 유공자들의 후손이 공직 취업 시 받아오던 특혜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시다 정권의 강경 진압으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로까지 번졌다. 하시다 정권의 실책과 반민주적 지배를 자행한 것은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하시나 총리는 사임 후 "내가 사임한 것은 시체 행렬을 보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들은 학생들의 시체를 넘으며 권력을 잡으려 했지만 나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세인트마틴섬의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이 벵골만을 지배하게 했더라면 나는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인트마틴 섬은 미국이 공군 비행장으로 사용하길 원했던 곳이다. 미국은 이 섬을 통해 중국의 인도양 진출을 견제하고, 미얀마에서 인도로 이어지는 통로를 장악함으로써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친인도정책을 펼치던 하시나 총리의 붕괴로 미국은 자립노선을 추구하는 인도에 대한 압박을 높일 수 있게 되었다.
브라질 출신의 저널리스리트이자 유라시아에 초점을 맞춘 독립적인 지정학 분석가인 페페 에스코바르(Pepe Escobar)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총리 사퇴를 이끌어 낸 대학생들 중 다카대학 정치학과 출신이 많다는 것이 특이사항이다.
다카대학교 정치학과는 "방글라데시에서 잘못된 정보에 맞서기"(CMIB)라는 모호한 조직에서 자금을 지원받는 교수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중 두 명이 이 프로젝트를 이끌었고, NED(미국민주주의진흥재단) 보조금도 받았다. 그리고 다카 대학의 정치학 시위대/선동 요원들이 바로 다음 방글라데시 정부의 수석 고문으로 무함마드 유누스를 "제안"한 사람들이었다.
유누스는 전형적인 친미 신자유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폴브라이트 장학생으로 미국에서 유학했고, 미 대통령이 주는 최고훈장, 의회가 수여하는 최고훈장을 받았다. 그는 소액 대출을 해주는 은행을 운영하여 노벨평화상을 수상했지만 가난한 사람들에게 고이율의 이자를 물려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누스는 8월 21일 NED와 함께 세계 전역에 걸쳐 색깔혁명에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국제개발처(USAID)의 대표와 만나 미국이 “과도 정부를 어떻게 가장 도울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 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시위에 미국의 개입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의 내부분열과 이중권력
미국이 어떤 나라이고, 어떻게 통치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체제가 존속되기 어려울 정도로 극단적인 분열 상태에 놓여 있다. 그 이유는 부의 편중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은 한계에 봉착한 자신들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를 두고 노선 투쟁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기존의 신자유주의적이고 제국주의적인 방식을 버리고 미국민이 먼저 잘 먹고 잘 살아야 한다는 고립주의 노선을 취했다. 민주당은 미국의 힘은 자본에 있으므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을 계속해서 돈을 벌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무대에서 패권을 유지하는 것이 미국의 자산을 극대화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미국 민주주의의 이중성이다. 국내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이중성과 전세계적으로 작동하는 민주주의 이중성이 중첩적으로 존재하고 있다. 루즈벨트 시대까지 미국은 정치권력이 힘을 발휘했지만 그 이후의 미국은 정치권력보다 자본의 힘이 더 우세해졌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자본의 구조에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는 유대자본이 주력이었지만 대공황 이후 록펠러 자본이 미국 시장에서 상당한 지분을 차지하게 되었다. 유대자본은 태생적으로 권력에 맞서지 않고 부역을 했지만 록펠러 자본은 권력을 장악하고 직접 통치를 했다. 소위 '딥스테이트'라 부르는 월스트리트 금융자본이 실질적으로 미국을 움직이는 힘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체제는 자본주의와 맞지 않다. 자본주의는 기본적으로 확장하고 독점하는 성격을 가진다. 제도 정치로서의 민주주의는 프랑스 혁명에서 나온 자코방 민주주의, 즉 인민민주주의다.
단순히 '1인 1표'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부르주아의 지배에 대항하기 위한 정치 이념이다. 여기서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합쳐놓은 개념으로 자본의 국가지배를 합리화하는 용어다.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다. 그러나 국가와 인민의 삶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이를 위해 자본도 포기와 양보가 있어야 한다 여긴다. 일정부분을 양보하지 않으면 자본주의 체제는 유지가 되기 어렵다고 본다.
미국의 패착 : 우크라이나와 조선(북한)문제
미국이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와 조선(북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이 조장하고 일으킨, 미국의 대리전이다. 미국은 하지 말아야 할 전쟁을 하고 있다. 미국의 가장 최대의 적 중국을 상대하기 위해 모든 힘을 집중해야 했지만, 러시아와 상대하게 되며 힘을 분산시켜 버렸다. 또한 조선과 관계 개선을 해서 중국을 장악해 들어가는 전략을 짜야 했지만 미국은 하노이 회담 실패로 조선을 놓쳐 버렸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에 치명적이었다. 아프리카 사헬 지역 국가의 반제국주의 운동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서방국가들의 무력함을 확인하면서 일어났다.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과연 무엇을 얻을 수 있다 판단했는지 아직까지는 확실하지 않다.
전쟁 초반,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자본주의 경쟁국인 유럽의 생산능력을 파괴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았겠는가 하는 분석을 했다. 미국은 자본주의의 가장 핵심적 문제인 과잉생산 문제를 유럽경제 초토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참가하지 않았지만 산업생산 능력이 철저하게 파괴당했다.
2023년 1월, 1리터당 가솔린 가격을 보면 러시아가 0.71달러, 독일이 1.84달러, 프랑스는 1.96달러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은 소련, 그 후 러시아로부터 석유와 천연가스를 엄청나게 싼 가격에 수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에너지 가격이 이렇게 올라버리면 중국과 러시아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없어진다. 유럽은 침몰할 수밖에 없다.
조선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중국이 조선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역사에 대한 몰이해에 기반한다.
일제 강점기 민생단 사건으로 중국의 조선인 핵심 공산당원 수천 명이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다. 또한 2017년 4월 미중정상회담에서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한반도는 과거 중국의 영토'라고 말한 바 있다. 중국과 조선은 절대로 형과 아우의 관계가 될 수 없다. 조선의 핵은 미국을 향하기도 하지만 중국을 향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 이후 1958년 8월 종파사건도 중국과 소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연안파와 고려인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조선은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해 숙청을 감행했고, 김정은 집권이후 고모부 장성택과 원로들의 처형 및 숙청도 중국의 간섭을 배제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의 동맹정책의 전환과 미국 이후의 세계
미국은 동맹관계를 기존의 부채살 방식에서 격자형 방식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미국의 동맹들은 미국과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동맹국들간의 이해관계는 긴밀하지 않다. 미국이 빠져버리면 동맹국들 관계는 절실하지 않다. 한미일 3각 관계에서 한일은 동맹관계로 발전하기 어렵다. 근본적으로 공동의 안보이익이 없다. 없는 안보이익을 억지로 만들면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부작용만 발생한다.
▲ 한미일 국방장관이 7월 28일 일본 도쿄 방위성에서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 협력 각서에 서명하고는 악수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신원식 국방부 장관,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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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패권이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대부분이 동의한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패권 붕괴 이후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존의 질서가 존속되면서 패권만 전이될 것인가? 아니면 기존의 질서가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과정일까?
가장 합리적인 생각은 집단 서방과 글로벌 사우스로 나뉘어지는 것이다. 집단 서방은 미국과 위계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미국이 없으면 존속하기 어렵다. 하지만 글로벌 사우스는 중러가 중심적 역할을 하지만 참여국가의 자발성이 핵심으로 상호호혜적 관계를 만들어가는 것으로 관찰된다.
흔히 표현되는 다극화는 지금의 세계정세를 정확히 담아내는 표현은 아니라고 본다. 다극화는 19세기 유럽의 세력균형과 비슷한 관계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1차 세계대전의 발칸지역, 2차 세계대전의 체코와 같이 강대국의 이해관계 조정에 따라 약소국이 세력균형 정책의 희생양이 되었다.
때문에 '다극화'가 서구 외교사적 개념인 세력균형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극화'는 형식이 아닌 내용에서의 다양성과 상호공존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미국은 새로운 다극화 시대에 스스로 적응해 가야 한다. 만약 이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미국 연방이 해체되거나 아노미적 상황이 초래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새로운 협력 관계 형성
글로벌 사우스의 핵심국가는 러시아, 중국, 이란, 조선이라 본다. 인도, 브라질, 베네수엘라, 튀르키예, 발칸지역, 사헬지역 및 아프리카를 2선 국가, 3선 국가로는 동남아, 중앙아시아, 중남미 국가들이 있을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성공하면 대륙세력이 해양세력을 대체하게 될 것이다. 러시아는 인도의 뭄바이부터 상트페테르부르크까지 연결하는 남북수송로를 구축하고 있으며 북극항로도 개발하고 있다. 이 회랑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결합하여 지구를 동서와 남북으로 연결하며 유라시아 시대를 열게 될 것이다.
현재 미국 주도 질서의 변화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힘은 러시아에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공존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NATO 해체 등 유럽 안보질서의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과거 경쟁하던 중국과 러시아가 역사상 가장 강력한 전략적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이 두나라의 협력에 미국이 승리할 수 있는 여지는 거의 없다.
해양에 대한 장악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해양세력
해양세력은 힘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해양세력의 기본은 해군력에서 나온다. 그러나 홍해를 장악한 후티반군에 의해 미국의 함정들이 홍해에 접근을 못하는 상황처럼 해군력이 막강해도 해양을 장악 못한다면 제대로 된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후티반군은 초보적 수준의 미사일로 미국의 항공모함을 공격하고 있고 미군은 이에 대해 전전긍긍하고 있다. 홍해는 후티군이 장악하고 있다. 이는 해군력을 바탕으로 한 해양세력의 주도권 장악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브릭스 가입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해양세력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는 사건이 되고 있다. 말레시이아에 인접한 말라카 해협은 인도양과 남중국해를 연결하는 해협으로 물류수송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수에즈 운하를 관할하는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있는 홍해 입구에 위치한 에티오피아가 브릭스에 가입했다. 해양세력이 자신의 힘의 근거가 되는 해양에 대한 통제력을 점점 상실해 가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세계의 공장에서 고부가가치 생산 중심으로 전환
중국은 지난 7월, 3중전회를 통해 기존의 발전전략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국가발전전략을 채택했다. 양으로 승부를 보던 경제운영방식에서 탈피해 상품의 고급화를 추구하는 신질생산능력 확충을 내걸었다. 그간 중국은 미국 주도의 세계에서 최대한의 이점을 확보하려는 입장이었고 미국 시장에 막대한 상품을 판매하여 엄청난 이득을 남겼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새로운 발전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매우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 예상되지만, 과거 세계의 공장이라는 역할에서 탈피하여 고부가가치를 생산해내는 체제로 바꾸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희생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감수하겠다는 입장이고 내부에서 의견을 모아가느라 3중전회가 예정보다 1년 늦게 개최되었다. 이를 위해 공산당원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으며 중국은 공산당원들의 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대전 이후 굳건했던 냉전체제의 붕괴
미국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더 이상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독일 사민당 정권은 더 이상의 지원은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우크라이나군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군사적으로 점령하는 것으로 전쟁이 끝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유럽의 안보지형은 근본적 변화를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우크라이나 전쟁의 패배는 미국 패권의 붕괴와 새로운 국제정치질서의 형성을 초래할 것이다. 이는 우리에게도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된다. 한반도의 분단과 미국으로의 쏠림, 북중러와의 대결심화는 냉전체제에서 기인한 것이다. 이 근본적 구조가 깨지기 시작한 것이다.
미국은 일극체제의 붕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이에 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저항은 대결과 전쟁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크다.
얼마 전 설리번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을 면담했다. 그 자리에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다. 미국의 '한반도 비핵화' 언급은 미국이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확약이다. 중국과 군사적 충돌 가능성을 높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중국이 미국에 무엇을 해 주었을지는 아직은 확언하기 어렵다.
미국의 부채는 35조 달러를 넘었다. 한화로 4경 8496조 원이다. 미국의 부채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미국의 진정한 위기는 여기서 나온다. 미국은 위기에서 탈피하기 위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고 전쟁이라는 선택지는 미국에서 익숙한 카드다. 그리고 동북아 지역은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이 곳이다. 게다가 남한은 윤석열 정부의 무모한 군사적 모험주의로 군사분계선에서의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나면 우리나라는 3개월을 넘기기 어렵다. 한국은 전략적으로 불리하다. 한국군은 전략적 불리함을 극복할만한 군사적 능력이 부족하다. 전작권이 없기 때문에 전쟁의 시작과 종결에 관한 권한자체가 없으며, 한국군 지휘부는 스스로 한국군을 지휘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남과 북 뿐만 아니라 미국과 중국, 러시아까지 참전하게 될 것이다. 게다가 핵전쟁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역사적으로 가장 잔혹한 전쟁이 될 것이다.
우리의 눈으로 상황을 인식하고 문제를 파악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만들어지고 있는 안보구도가 과연 우리를 위한 것인지, 남을 위한 안보구축인지 냉철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한국은 해양과 대륙의 중간자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지정학적 위치에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는 적대할 것이 아니라 대륙으로 진출할 기회로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 윤석열 대통령이 추석인 9월 17일 강원도 최전방 육군 15사단 사령부 사열대에서 사단 장병들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장병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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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남순 평화통일시민행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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