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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가 되는 길이 이렇게 어렵다고? [최현태 기자의 와인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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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 정식당 김민준 소믈리에 우승 영예/후각으로만 6개 검은잔 내용물 식별 등 초고난이도 문제 6개 출제/일반인 참여 어드바이저 부문 황언필(삼성E&A)씨 1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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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한국 소믈리에 대회 우승자 김민준 소믈리에(정식당). 홉스코치 시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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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놓인 잔은 6개. 그런데 종류를 전혀 알 수 없는 검은색 잔에 담겨있으니 미칠 노릇이다. 더구나 마실 수도 없다. 오로지 후각만으로 종류를 식별해 답을 말해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불과 3분. 6개의 잔을 한 차례 맡기만 했는데도 벌써 절반이 후딱 지나간다. 머리카락은 주뼛주뼛 서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는 소믈리에. 하지만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몇달동안 밤새워 연습한 후각의 추억과 방대한 머릿속 지식을 모두 뒤져 최상의 조합을 찾아낸다. 종료 종이 치기 전 부랴부랴 대답을 쏟아낸 소믈리에는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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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민준, 김창욱, 노윤수, 이형택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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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 김민준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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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소믈리에 영예의 우승

정말 쉽지 않네요. 한국 최고의 소믈리에 오르기 위해서 이토록 난이도 높은 테스트를 통과해야 한다니. 해를 거듭할수록 결선 난이도가 더 세지고 강해지는 모습이라 대회를 지켜보는 이들마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어버립니다. 프랑스 농업식량주권부가 주최하고 홉스코치 시즌(구 소펙사 코리아)이 주관한 제23회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이 9월 23일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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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 이형택 소믈리에. 홉스코치 시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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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위 노윤수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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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김창욱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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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드바이저 부문 1위 황언필씨.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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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진행된 예선을 최종 통과한 결선 진출 소믈리에 4명은 심사위원들 앞에서 피말리는 경합을 벌였고 정식당의 김민준 소믈리에가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어 이형택 소믈리에(CJ푸드빌 더스테이크하우스), 노윤수 소믈리에(신세계), 김창욱 소믈리에(카니랩)가 2~4위를 차지했습니다. 1위와 2위에게는 프랑스 주요 와인 생산지에서의 와이너리 연수 기회가 제공되며 이들은 12월 10~11일 대만에서 열리는 ‘제10회 아시아 소믈리에 대회’에 한국 대표로 출전하는 자격도 얻었습니다. 일반인들이 참여하는 어드바이저 부문은 황언필(삼성E&A)씨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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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창욱, 노윤수, 이형택, 김민준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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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고객응대 김민준 소믈리에. 홉스코치 시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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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고 프랑스 소믈리에가 되는 길

이날 결선은 모두 6단계 관문을 통과하는 초고난이도 테스트로 치러졌습니다. 1단계는 고객 응대 및 서비스로 손님이 주문한 메뉴에 잘 어울리는 와인을 오픈해 서비스하고 주어지는 상황에 대응하는 과제입니다. 주어진 시간은 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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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고객응대 노윤수 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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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 와인 무통 카데 뀌베 헤리티지.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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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의 주문은 ‘비프 웰링턴과 잘 어울리는 레드 와인’입니다. 유로까브 안에는 레드 와인과 로제 와인이 세팅돼 있는데 메뉴와 잘 어울리는 무통 카데 뀌베 헤리티지(Mouton Cadet Cuvee Heritage) 2022를 골라서 서브를 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영한 빈티지라 초를 이용한 디캔팅은 필요 없고 병째 서브하거나 또는 브리딩 정도만 하면 됩니다. 언어는 프랑스어 또는 영어를 사용하면 됩니다. 첫 번째 주자로 나선 노윤수 소믈리에는 현지인을 방불케 하는 유창한 프랑스어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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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아페리티브 만들기 노윤수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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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계는 결선 참가자들이 대체로 무난하게 마칠 정도로 비교적 쉬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2단계부터 난이도가 확 높아집니다. 2단계는 아페리티브 제조 및 서비스로 주어진 시간은 5분입니다. 심사위원은 칵테일 샨타코(Chantaco), 사이드카(Sidecar)를 주문하고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에 어울리는 화이트 와인 추천을 부탁합니다. 사이드카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지만 샨타코는 흔히 마시는 칵테일이 아닙니다. 따라서 소믈리는 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를 외우고 있어야 2단계를 무난하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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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계 정답 아페레티브 두종류 레시피와 화이트 와인.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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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타코는 오렌지 주스, 포도주스, 레몬주스, 딸기시럽을 아래부터 차례대로 푸어링하면 됩니다. 사이드카는 레몬주스, 오렌지 리쿼, 코냑을 블렌딩합니다. 화이트 와인은 두종류가 준비돼 있는데, 샐러드에 잘 어울리는 와인으로 소비뇽 블랑을 선택하면 정답입니다. 와인은 루아르의 제라르 피우 상세르 테루아 실렉스(Gerard Fiou Sancerre Terroir Silex) 2019입니다.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소믈리에는 칵테일을 먼저 만들기 시작하고 화이트 와인은 가장 마지막으로 준비해야합니다. 칵테일을 최대한 시원한 상태로 먼저 서브하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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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스파클링 와인 푸어링.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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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샴페인 페리에 주에 그랑 브뤼.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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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는 스파클링 와인 푸어링 서비스로 4분이 주어집니다. 심사위원은 10잔을 부탁합니다. 여기에도 함정이 있습니다. 와인잔은 잘토(Zalto) 샴페인 클라스가 12개가 세팅돼 있고 샴페인은 페리에 주에(Perrier-Jouët)입니다. 이중 더러운 잔 2개를 골라낸 뒤 푸어링을 시작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 모든 잔을 동일한 양으로 따라야하는데 첨잔하지 않고, 마지막에는 와인병에 샴페인이 남아있지 않아야 최고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4분은 10잔을 모두 따라 서빙하기는 아주 빠듯한 시간으로 평소 연습량이나 경험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간 안에 마치기 매우 어려운 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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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블라인드 테이스팅 노윤수 소믈리에.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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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정답.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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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 정답.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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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단계는 올해 한국 소믈리에 대회 결선의 난이도의 정점을 찍은 관문입니다.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 3분안에 6개 잔에 담긴 내용을 후각만으로 분석한 뒤 종류를 답해야합니다. 그런데 검은잔에 담겨 있어 눈으로는 레드 와인인지 화이트 와인인지조차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은 꼬냑, 레드와인(보졸레 가메), 위스키, 그랑 마르니에(Grand Marnier), 민트 시럽, 아르마냑입니다. 후각만으로 이 6가지를 식별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역시 엄청난 훈련을 거듭해야만 통과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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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 와인.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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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토 몽탈베르 생테밀리옹 그랑크뤼.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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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단계는 와인을 소개하는 디스크립션 관문으로 주어진 시간은 3분입니다. 제시된 와인은 샤토 몽탈베르 생테밀리옹 그랑크뤼(Chateau Montlabert Saint-Emilion Grand Cru) 2020로 시음하지 않고 곧바로 소개해야 합니다. 와인 이름, 생산지역, AOC, 숙성 능력, 음식 매칭 등뿐 아니라 와이너리의 특징, 생산자의 역사 등도 소개하면 만점을 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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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 질의응답.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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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계는 질의응답 관문. 두 문제를 불과 1분안에 답해야 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올해 샤블리에서는 심각한 우박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해결책을 고안했는지, 이로 인한 샤블리의 2024년 빈티지의 특징은 무엇인가>입니다. 2024년 빈티지여도 2022와 2023 와인을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하면 좋은 점수를 얻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최근 알자스에서 승인된 3번째 피노누아 그랑크뤼 AOC는?>입니다. 정답은 보르부르그(Vorbourg)입니다. 알자스 그랑크뤼 AOC는 모두 51개로 이중 피노누아 그랑크뤼 AOC는 3개입니다. 2022년 승인된 헹스트(Hengst), 키르흐베르그 데 바르(Kirchberg de Barr)에 이어 2024년 7월 보르부르그가 새 AOC로 공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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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자와 심사위원. 홉스코치 시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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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랜 역사 자랑하는 한국 소믈리에 대회

올해로 23회를 맞이한 한국 소믈리에 대회는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공신력 높은 프랑스 와인 소믈리에 대회로 매년 뛰어난 국내 최고 실력의 소믈리에를 발굴해 와인 문화의 대중화와 발전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번 대회의 심사는 국내외 와인에 대한 식견이 높은 전문가 6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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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파스칼 포베르 심사위원장.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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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와인 전문가 장 파스칼 포베르가 심사위원장을 맡았고 페르노리카 코리아(Pernod Ricard Korea) 프란츠 호튼 대표이사, 바론 필립 드 로칠드(Baron Philippe de Rothschild) 프랑수아 마테오 아시아 퍼시픽 디렉터, 카스텔 프레르(Castel Frères) 김선욱 아시아 퍼시픽 총괄 디렉터, WSA와인아카데미 박수진 원장, 수입사 비노테크 이민우 대표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습니다. 심사위원장 장 파스칼 포베르는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소믈리에들의 실력이 매년 향상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이 앞으로도 와인 문화의 성숙과 발전에 열정적으로 기여하고 국제 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길 기대한다”며 대회에 참가한 모든 소믈리에들에게 박수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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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토 글라스. 최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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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진 WSA와인아카데미 원장과 우승자 김민준 소믈리에. 홉스코치 시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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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는 ▲세계적인 주류 기업 ‘페르노리카 코리아(Pernod Ricard Korea)’의 샴페인 브랜드 페리에 주에(Perrier-Jouët) ▲유서 깊은 프랑스 와인 명가 바론 필립 드 로칠드 (Baron Philippe de Rothschild)의 무똥 까데(Mouton Cadet) ▲세계 최대 프랑스 와인 생산 기업 카스텔 샤토 앤 그랑크뤼(Castel Chateaux&Grands Crus) ▲CRK가 국내 독점 수입하는 와인셀러계의 세계적인 명품 유로까브(EuroCave) ▲크리스탈와인에서 공식 수입하는 핸드메이드 고급 글라스 잘토(Zalto) ▲국내 최초 WSET국제인증 와인교육기관 WSA 와인아카데미 ▲프리미엄 와인 수입사 비노테크(Vinotheque)가 공식 후원사로 참여 했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h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캘리포니아와인전문가 과정 캡스톤(Capstone) 레벨1&2를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포르투갈, 호주, 독일, 체코, 스위스, 조지아,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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