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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4 (금)

[단독] 중동 공관 19곳 중 아랍어 능통 외교관 단 2명?...尹 강조 "글로벌 중추국가 도약"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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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동외교 비중 높아지는데
현지어 쓸 수 있는 외교관 부족
GPS 외교 맞춰 언어 교육 강화해야
한국일보

외교부 전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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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등 중동이 '세계의 화약고'로 떠오르는 가운데 중동 현지 공관에 아랍어를 사용할 수 있는 외무공무원이 단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설치된 중동 지역 재외공관이 19곳인 걸 감안하면, 10곳 중 1곳 정도에 현지 언어를 구사하는 외교관이 근무하고 있다는 얘기다.

3일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외교부로부터 받은 '외국어 능통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 본부와 전체 중동지역 재외 공관에서 아랍어를 자유롭게 통·번역할 수 있는 외무공무원은 총 4명으로 본부와 공관에 각각 2명에 불과했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이스라엘과 이란, 레바논 등 17개 국가에 대사관이 설치돼 있고, 두바이(아랍에미리트)와 젯다(사우디아라비아) 2곳에 총영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외교부가 집계한 외국어 능통자는 2021년까지 지역외교·외교전문 분야 전형 또는 이후 개편된 5급 민간경력자 특별채용으로 들어온 외무공무원을 뜻한다. 언어 구사 능력을 인정받은 '언어 특기자'인 셈이다.

외교부 안팎에선 아랍어만이 아니라 외교공무원의 제2외국어 역량이 전반적으로 떨어져 있다고 지적한다. 외교부는 외교관의 기본 외국어 역량 관리를 위해 영어와 제2외국어 능력을 1~5등급으로 분류한 어학검정·교육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제2외국어의 경우 프랑스와 독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에 치중돼 있고, 아랍어나 베트남어 등의 검정이나 교육 시스템은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이로 인해 지난해 영어, 일본어, 중국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재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695명) 중 현지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이는 19%(131명)밖에 안 되는 것으로도 집계됐다.

외교부 내에선 우선 '필요성 저하'를 지적한다. 아랍어 등 언어에 대한 교육 체계가 없는 것도, 따지고 보면 수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설사 언어 구사가 가능하더라도 굳이 잘한다고 나설 필요가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한 외교부 당국자는 "언어 특기자로 아랍과 관련한 근무를 평생 했다고 중동 권역의 공관장을 시켜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차라리 실력을 숨기거나 주요 공관으로 갈 수 있는 언어에 더 집중하는 게 낫다는 외교관이 많다"고 말했다.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외교 전략·정책을 짜는 데에 있어 제2외국어 역량은 자국 언어와 국익에 대한 이해도 다음으로 중요하다. 이른바 '글로벌 중추국가(GPS) 외교'를 핵심 국가안보전략으로 내건 윤석열 정부의 기조와 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물론 외교부는 "(이란어, 히브리어 등 특수언어를 사용해야 할 해외 공관에서는) 기본적으로 영어로 소통한다"며 "반드시 현지어로 소통해야 할 경우 현지인 행정직원이나 외부 전문인력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위 의원은 "글로벌 중추국가라고 하기엔 주요 지역의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인재들이 여전히 부족하다"며 "외교부가 이러한 인재들이 올 수 있는 직장이 돼야 하고 부처 차원에서도 지역 전문성을 가진 인재들을 체계적으로 길러낼 제도와 문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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