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3 (목)

[리뷰] '전,란' 칼춤 추는 강동원X박정민의 뜨거운 브로맨스(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노이슬]

[스포츠W 노이슬 기자] 전쟁이 발발하자 궁을 버리고 도망간 선조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몸 바친 이순신 장군과 의병들의 이야기만으로도 분통을 터뜨리기 충분하다. 그래서 모두가 공감할 수 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란'의 이야기다.

2일 오후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시사를 통해 첫 공개된 '전,란'은 왜란이 일어난 혼란의 시대, 함께 자란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선조’(차승원)의 최측근 무관과 의병으로 적이 되어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 190여개국에서 곧 만날 수 있는 OTT 작품이다.

각본을 맡은 박찬욱 감독은 선조와 임진왜란이라는 역사적 소재를 차용, 새로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영화는 계급간의 갈등과 분노 소재, 검술을 필두로 한 각종 총, 칼, 활 액션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재미를 더한다. 몸종 천영, 양반가의 외아들 종려, 선조, 양반출신 의병장 김자령(진선규), 그를 따르는 의병 범동(김신록), 일본군 겐신(정성일) 등 캐릭터들은 시대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해 모든 캐릭터가 살아 숨 쉰다.

곳곳에 등장하는 판소리는 흥을 돋우고, 일본군과의 대립 씬에 튀어나오는 통역은 소소한 재미를 안긴다. 왕의 명으로 백성을 칼로 베는 군관과 왜적을 베는 의병들, 연회를 여는 양반집과 백성의 시체를 뜯어먹어 통통하게 살이 오른 까마귀를 먹는 모습 등을 대조적으로 보여주며 분노 게이지를 상승시키기도 한다.

스포츠W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W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나무랄 것 없는 배우들의 빈틈없는 연기와 케미도 빼놓을 수 없다. 호흡만큼이나 캐스팅도 안성맞춤이다. 전작 '설계자'에서 매서운 눈빛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던 강동원은 한 층 더 날카로운 눈빛에 분노까지 더하며 강렬함을 선사한다. 노비 출신이나, 타고난 기백과 기품을 갖춘 검술 액션은 눈을 즐겁게 한다. 꾀죄지한 장발에도 강동원의 비주얼은 감춰지지 않고, 칼춤을 추고 쉴 새 없이 날아다니는 강동원은 전작 '형사', '전우치', '군도'까지도 떠오르게 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안긴다. 특히 그가 7년간 입고 등장하는 파란 도포는 해진 모습이 흡사 왕의 곤룡포에 수놓아진 용의 모습으로 보이는 착각을 일으키기도 한다. 박정민의 차분한 매력은 극이 후반부로 치닫을수록 빛을 발한다. 강동원, 박정민과의 브로맨스도 관객의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차승원은 기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가벼운 왕을 그려내며 관객들의 욕받이를 역할을 자처했다. 신하로서 올곧은 신념을 가진 의병장 김자령이 답답함을 안기는 반면, 그를 따르는 의병 범동은 관객들이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하게 내뱉으며 숨 구멍 역할을 톡톡히 한다.
이처럼 대중성과 재미를 고루 갖춘 '전,란'은 박도신 직햅위원장 직무대행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공감할 수 있다.

난을 일으킨 백성들의 손가락과 곳곳에 나뒹구는 시체와 머리통이 잘려나가는 연출은 전쟁의 참혹함을 강조하는 반면, 쏟아지는 검술 액션 씬 탓에 되려, 액션 씬에 대한 흥미도가 떨어지기도 한다. 이에 감독은 3인 검술 액션 씬에 안개를 더해 새로움을 더했으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은 없다.

영화는 127분의 런닝타임 속 '전', '쟁', '반', '란'까지 4개의 섹션으로 이야기를 전한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분량 탓에 속도감과 긴장감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저작권자ⓒ 스포츠W.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