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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원의 헬스노트] 신의료기술에 인색한 실손보험…애꿎은 환자만 '골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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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에 지급 거절 많아…"악용 사례와 별개로 환자엔 피해 없어야"

연합뉴스

탄원서
[환자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 퇴행성 무릎 관절염을 앓아온 정모(57·여)씨는 갈수록 통증이 심해지자 최근 정형외과 병원을 찾아 상담한 끝에 줄기세포 주사 치료를 받았다. 정씨가 받은 이 치료의 정식 명칭은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 내 주사'로 지난해 7월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신의료기술 평가 제도는 국민 건강을 보호하고 의료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지난 2007년 도입됐다. 기존 의료기술에 견줘 동등 이상의 안전성, 유효성이 근거 문헌을 통해 입증될 때 통과된다.

줄기세포 주사는 엉덩뼈(장골능)에서 채취한 골수를 원심 분리한 후 농축된 물질을 무릎 관절강 안으로 주사하는 시술이다. 연골, 골조직, 인대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중간엽줄기세포를 관절염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지방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 치료기술(자가지방유래 기질혈관분획 주사)도 별도의 신의료기술로 승인됐다. 모두 관절염 2~3기에 해당하거나, 무릎 연골 손상이 50% 이상인 환자들에게 안전하고 유효한 기술로 평가받는다.

그런데 정씨가 줄기세포 시술을 받은 후 보험사에 실비를 청구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보험사에서 전체 치료비 중 줄기세포 시술 비용 400만원에 대해서는 지급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신의료기술이어서 아직 안전성이 인정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댔다.

정씨는 "환자가 생체실험 대상자가 아닌 이상 의사가 신의료기술로 치료했을 때는 안전성이 입증됐기 때문으로 생각된다"면서 "비싼 의료비 부담을 줄이려고 10년 넘게 보험료를 냈는데, 정작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시술한 것에 대해 핑계를 대고 실비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고심 끝에 이런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정씨처럼 최근 줄기세포 관절염 치료에 따른 실손보험금 지급을 두고 환자와 보험회사 간 충돌이 늘어나고 있다.

고령화 추세 속에 퇴행성 관절염을 앓는 환자가 증가하면서 줄기세포 치료를 선택하는 환자도 덩달아 늘어나고 있지만, 부담이 커진 실손보험사들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분쟁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줄기세포 시술 후 6시간 이상의 입원 치료와 관련된 논란 때문이다.

보험 업계에서는 일부 병원이 줄기세포 시술 후 6시간 이상을 입원하지 않은 환자들에 대해서도 마치 6시간 이상을 입원한 것처럼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업계는 줄기세포 시술 후 환자가 3시간만 머물렀는데도 더 높은 치료비를 받기 위해 의무기록을 조작했던 모 병원의 실제 사례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의료계와 환자의 입장은 다르다. 비급여 의료비를 노린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를 유인해 문제를 일으켰을 수 있지만, 정당한 신의료기술에 대한 실비 지급까지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의료계는 우선 둔부 또는 복부에서 지방줄기세포를 채취할 때는 깊은 진정(鎭靜)을 유도하는 펜타닐 100㎎, 미다졸람 5~10㎎, 프로포폴 400㎎을 투여하는데, 이에 약 1시간이 필요하고, 치료 후에도 최소 6시간 이상의 관찰은 물론 하루 이상의 입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는 지방조직 채취를 위한 수면마취 후 경과 관찰 필요성에 대해 "(마취제) 투여 중이나 투여 직후 호흡억제, 저혈압 등이 나타날 수 있고, 졸음과 혼동, 혈압저하, 기립성 저혈압 등이 마취가 끝난 후에도 12시간까지 지속될 수 있어 최소 6시간 이상 혹은 하루 이상 입원이 필요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더욱이 의료계에서는 퇴행성 관절염이 고령자나 기저질환자에게 많아 회복 및 경과 관찰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연합뉴스

줄기세포 시술
[연합뉴스 자료사진]


실손보험사가 입원 치료 여부를 기준으로 진료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2년에 실손보험사들이 급증하는 백내장 수술에 제동을 걸었던 이유도 입원 치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백내장 실손보험 집단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실제 입원 필요성이 없었다는 보험사의 주장이 구체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보험 가입자들이 수술 직후 입원실에서 일정 시간 체류하면서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며 환자의 손을 들어줬다.

의료계는 실손보험사들이 유독 신의료기술에 대한 보험금 지급에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이 올해 상반기 금융 민원을 접수한 결과를 보면, 신의료기술 치료 후 실손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분쟁 민원이 총 3천490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31.6%나 늘었다.

전립선비대증의 비수술치료법인 '전립선결찰술'도 최근 실손보험 분쟁이 늘고 있다.

전립선결찰술은 국소마취만 하면 되고 시술 시간도 15~20분으로 짧아 고령환자,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도 부담 없이 받을 수 있다. 2013년 식품의약품청(FDA) 허가를 받았고, 2015년에 국내에서 신의료기술로 지정됐다.

그러나 보험사들은 전립선결찰술이 간단한 시술이어서 입원치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방암의 진단과 치료에 쓰이는 맘모톰 시술도 비슷하게 논란이 됐지만, 2020년 실손보험 지급 대상이 된다는 판결이 났다.

국내 실손보험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3천997만명에 달한다. 국민 4명 중 3명 이상이 가입한 셈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상치 못한 질병이나 상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높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이다. 실손보험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이유다.

물론 일부 병원에서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 시술 비용을 할인해주는 등의 악용 사례가 꾸준히 나오는 점은 지나칠 수 없는 대목이다. 이는 결국 환자 개개인을 떠나 국민 전체의 의료비 증가와 필수의료 기피,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질병 치료가 시급한 환자가 애꿎은 피해자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할 것이다. 의료계와 업계가 실손보험에 대한 이해타산적 사고와 힘겨루기보다는 오로지 환자 중심적인 사고로의 전환이 필요한 지점이다.

bi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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