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3 (목)

"정확히 뭘 사과하라는 건가"... 김 여사 향한 與 압박에 불쾌한 용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표면적으론 "다양한 의견 수렴" 선 안 그어
내부 기류는 '사과 회의론' 우세한 분위기
"총선 땐 읽씹하더니"... 당정갈등 비화 가능성
한국일보

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제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행사를 보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김건희 리스크'에 대통령실의 반응이 시큰둥하다. 여권 내부에서 김 여사 사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데도 이를 친한동훈(친한)계의 공세로 치부하고 있다. 오히려 '뭐가 문제냐'며 반문하는 모양새다. 사과와 함께 대책으로 거론돼 온 제2부속실 설치도 예상보다 미뤄지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일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김 여사 사과 문제에 일단 가능성을 열어뒀다. 윤 대통령이 앞서 "박절하지 못했다(2월)" "국민께 걱정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5월)"며 두 차례 유감의 뜻을 밝혔지만 당사자인 김 여사가 직접 국민 앞에 사과한 적은 없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국회를 통과한 김 여사 특검법에 재차 거부권을 행사하고, 검찰이 명품백 수수 의혹에 최종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감싸기'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이미 여론은 등을 돌린 상태다. 이에 장동혁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한계는 물론이고 국민의힘에서 비교적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평가받는 김재섭 의원까지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며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완고한 입장이다. '김 여사 사과는 없다'고 선을 그은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사과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 기류는 사과에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어떤 건에 대해 어떻게 사과를 하라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싫어하니까 사과하라는 뜻이냐"고 되물었다. 명품백 사건에 불기소 처분이 내려진 건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인데, 이를 두고 무슨 사과가 필요하냐는 취지다. 아울러 윤 대통령이 이미 여러 번 사과했고, 사과를 빌미로 야권의 '탄핵 공세'가 더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감안해 대통령실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여당 내부의 사과 요구에는 불쾌한 기색이 역력하다. 친한계를 중심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는 것 아니냐는 인식이 강하다. 여권 관계자는 "총선 때 이미 영부인이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에게 다섯 차례에 걸쳐 '사과가 아닌 더한 것도 하겠다'고 얘기를 했지만 그때는 읽고 씹어 놓고 이제 와서 이러는 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친한계도 물러설 생각이 없다. 따라서 김 여사 사과 문제는 언제든 당정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는 화약고나 마찬가지다.

이와 관련, 김 여사를 공식적으로 보좌할 제2부속실 가동 시기는 당초 전망보다 늦춰지는 분위기다. 윤 대통령은 대선과정에서 특권을 내려놓겠다며 폐지를 약속해 실천했지만, 8월 기자회견에서 "지금 설치하려고 준비 중"이라며 복원을 공식화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달 말은 돼야 (제2부속실) 공사 등 준비가 마무리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