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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단독] “병원에 출석도장 찍더니”…의료쇼핑족, 이것 올리자 자취 감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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年 365번 이상 진료 받은 사람
작년 2500명 → 올 상반기 26명
건보부담 263억서 3억으로 뚝
부담금 올 20%서 90%로 상향

병원 한번도 안간 241만명과
건보료 형평성 논란도 시끌


매일경제

#1.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60대 여성 A씨는 지난해 한 보험사에만 총 424회, 1400만원이 넘는 통원 의료비를 청구했다. 하루에 병원 2~3곳을 돌아다닌 날도 있다는 뜻이다. 욕실에서 넘어져 흉부 타박상, 무거운 짐을 들다가 허리 통증, 산행 도중 넘어져 손가락 염좌 등 한방과 295회, 마취통증과 38회, 재활의학과 33회, 정형외과 29회 등 청구 사유와 진료 과목도 다양했다.

#2. 40대 무직 B씨는 최근 6년 새 300번이나 응급실을 찾았다. 대부분 낙상과 타박상 등 경미한 사고였다. 이 기간 7개 보험사에서 147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보험사들은 보험금을 노린 ‘생계형 진료’라고 보고 있다. A씨가 진료를 받을 때마다 건강보험 재정에서 따박따박 돈이 빠져나갔다.

‘생계형 진료’는 비단 개인이 가입한 보험금만의 얘기가 아니다. 매일 출근하듯 병원을 드나드는 연 365회 이상 외래진료 이용자가 최근 5년 간 매년 2500명에 달하던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연간 외래진료 365회 초과자는 2448명이었다. 이들에 지급된 급여비는 263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런 분위기가 올해 들어 확 바뀌었다. 연 365회 이상 외래진료 이용자가 본인 부담금 상향 조정이 예고된 뒤 10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월 30일 기준 올해 연간 외래진료 365회 초과자는 26명에 그쳤다. 이들에게 소요된 건강보험 급여비도 올해 상반기 2억8000만원으로 줄어들었다.

과잉 의료쇼핑이 올해 들어 대폭 감소한 것은 7월부터 시행된 ‘의료기관 외래진료 본인부담금률 차등제’의 예고 효과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연간 외래진료 횟수가 365회 초과하는 외래의료 이용자의 본인부담률을 90%로 상향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1월 해당 제도를 입법 예고하자 스스로 과잉 진료를 중단했다는 뜻이다.

실제로 한국의 외래진료 이용횟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다. 지난달 26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OECD 보건의료 통계 2024’ 요약본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진료 횟수는 17.5회로 OECD 국가 중 1위다. 이는 OECD 평균 6.3회의 2.7배에 달한다.

그러나 여전히 1일 1회를 훌쩍 뛰어넘는 외래진료 이용자도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40대 여성 C씨는 올해에만 외래진료를 919회 이용했다. 등 통증 때문이라는데 주요 처치는 주사였다. 하루에 5번꼴로 주사를 맞은 셈이다. C씨에게 소요된 급여비는 1792만원이었다. 올해 급여비만 2929만원에 달한 50대 여성 D씨는 침술 외래진료를 522번 받았다.

거의 매일 동네 한의원을 방문한다는 70대 E씨는 “(한의원에) 가서 침도 맞고 한의사 선생님과 이야기도 하고 커피도 한 잔 마시고 온다. 한의원에 가면 동네 친구들도 있어서 심심하지 않다”고 했다.

이 같은 의료 과잉 이용은 건강보험 수혜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한다. 김미애 의원실에 따르면 건강보험에 가입했지만 지난해 병의원에서 외래·입원 진료 등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의료 미이용자’는 241만2294명으로 집계됐다. 건강보험 적용인구가 지난해 기준 5145만3055명인데 이 가운데 4.7%는 아예 건강보험 이용을 하지 않고, 0.004%가 과잉 진료를 받는 셈이다.

김미애 의원은 “전 정부가 문재인 케어라는 이름으로 의료 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과다 의료 이용자가 수년간 계속 늘고 있고, 선량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위기에 처했다”면서 “현 정부는 올 7월부터 과잉 의료 쇼핑 방지를 위한 제도 수술을 시행하고 있는 만큼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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