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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손 들어준 법원…쟁점별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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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에 나설 전망이다. 법원이 2일 공개매수 기간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을 막아달라는 영풍·MBK파트너스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이 반격에 나설 활로가 열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 방식의 자사주 매입을 의결 방식으로 경영권 방어에 나설 전망이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의 모습. 2024.10.2/뉴스1 Cop /사진=(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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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영풍의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자본시장법에 따라 특별관계자가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이지만 법원은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 특별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일 영풍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현 단계에서 이 사건 신청의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원 "영풍-고려아연, 특수관계 아니다"

재판에서는 영풍과 고려아연이 특수관계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특별관계자 포함)는 공개매수 공고일부터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는 매수를 하지 못한다. 이를 '별도 매수 금지 의무'라고 한다.

재판부는 두 회사가 특별관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수관계인은 금융사 지배구조법 시행령에 따라 규정되며 공동보유자는 주식의 공동 취득 등 특정 행위를 합의한 자"라고 밝혔다.

이어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 △주식의 공동 취득 △처분 △상호 양도 △의결권 공동 행사 등에 대한 명시적 합의가 없었다"며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신주발행무효의 소송을 제기한 점, 고려아연이 이 사건 공개매수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의 의사를 표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두 회사는 공동 보유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이 증명됐다"고 밝혔다.

특별관계자라면 주식을 같이 사거나 팔기로 약속한 관계여야 하지만 영풍과 고려아연은 그런 약속을 한 기록이 없다는 설명이다. 단순히 영풍이 고려아연의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로 특별관계자에 해당하진 않는다는 얘기다.


법원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선관 주주 의무 위반도 아니야"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이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의 주의 의무) 위반인지도 쟁점이었다. 선관주의의무는 법률적으로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업무를 처리할 때 일반적인 사람보다 더 높은 수준의 주의와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특히 회사의 이사나 경영진 등에게 회사와 주주의 이익 보호를 위해 요구되는 법적 책임이다.

영풍은 재판에서 최 회장이 취득한 주식을 소각하지 않고 경영권 강화를 위해 사용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회사의 이익보다 특정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이른바 선관주의의무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행위가 선관주의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재판부는 "주식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관련 법령에서 정하고 있는 절차 및 제한을 준수하는 한 특별히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영풍과 특별관계가 아닌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곧바로 위법하게 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앞서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달라는 내용의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냈다. 재판부는 지난달 9월27일과 30일 두차례에 걸쳐 서면 자료 등을 검토했다.

법원이 자사주 매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고려아연은 보유한 순 현금 8000억원과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마련한 4000억원 등을 활용해 시장에서 자사주를 계속 사들일 수 있게 됐다. 시장에서는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주가가 뛰어 MBK 연합이 추진하는 공개매수가 무산되거나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백기사와 교환해 의결권을 부활시키면 최 회장은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양윤우 기자 moneyshee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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