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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카카오톡 성공과 기후위기 해법 [한국의 창(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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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에 대한 여전히 낮은 해결 의지
‘카카오톡’처럼 행동전환 효과 이뤄야
미래 위해 ‘탄소 감축’부터 서두를 필요

한국일보

지난달 24일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LG와 함께하는 위기 동물 보호 캠페인' 바다사자 편 영상이 상영되고 있다. LG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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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등장한 카카오톡은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어 신기함 그 자체였다. 무료일 뿐만 아니라 보낸 글을 즉각 확인할 수 있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실시간 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놀라웠다. 이렇게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의 확산과 함께 빠르게 일상 안으로 들어왔다. 전화와 팩스를 사용하던 시대와 비교하면 메신저의 탄생에 따른 변화는 혁명적이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실시간 대화가 가능해졌다. 전화, 팩스, 이메일을 뒤로하고 메신저 사용은 기본 소통 창구가 됐다. 이런 혁신을 바탕으로 카카오그룹은 불과 15년 만에 기업가치가 수십조 원에 이르게 됐다.

이처럼 기본 행동이 전환되면서 파생되는 수많은 변화와 효과는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러한 디지털 전환(DX)은 사회 문화적 변화로 이어진다. 최근에는 재택근무가 활성화되면서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급증하는 추세다.

이번 추석을 지내면서 사람들의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커졌음을 느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화 중에 기후 문제를 거론하는 일은 드물었는데, 요즘은 기후 문제 해결책을 묻는 경우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려 수준이지, 해결하겠다는 의지나 행동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그냥 강력한 태풍 예보를 들으면서 ‘별문제 없겠지’ 또는 ‘설마 뭔 일이 있겠어’ 정도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태풍의 직접적 피해를 본 지역의 주민들은 대비하는 자세나 행동이 달라지겠지만 그런 경험이 별로 없는 지역에서는 둔감할 수밖에 없다. 에어컨에 의존하는 자들이 기후 위기를 실감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제 그들조차도 뭔가 심상치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국제사회가 목표로 하는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상승으로 억제하자’는 계획은 이미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 계획 자체가 목표치에 훨씬 못 미치고, 그런 목표 대비 성과도 미흡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기후 위기를 감당할 대책이 무엇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정부도 자국우선주의에 입각, 국제사회에서 어떻게 하든 우리 이익을 챙기겠다는 목표로 일을 하고 있지, 인류 멸종을 방어한다는 차원의 대책은 찾아볼 수가 없다.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목표 자체가 매우 낮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지적 전쟁이나 자국 이익을 앞세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자해지하는 마음으로 인류를 위한 도전에 우리가 앞장설 수는 없을까. 선진국이 못 하면 우리라도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특단의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 필자는 기후 테크를 육성하고 그것으로 작은 탄소 감축 행위에 인센티브를 부여해 더 많은 사람이 행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유일하고도 확실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타고 다니는 자동차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대당 1톤씩만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1억 대가 동참한다면 1억 톤의 탄소를 줄이는 셈이다.

어려울 것 같지만 카카오톡 사용자가 늘어난 것처럼 디지털 기반으로 탄소 감축량을 인증하고 탄소 크레디트를 제공하는 '조각 탄소 이니셔티브'(MCIㆍMini Carbon Initiative)와 같은 새로운 생태계 구축에 노력해야 한다.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경제시스템을 창조한다면 순식간에 1억 톤을 줄이는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 이는 12억 그루의 나무를 10년간 성장시키는 효과, 또는 2,000만 대의 자동차가 운행을 멈춘 효과와 동일하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탄소 감축량은 급증할 것이다. 기후 테크와 DX를 통해 전 인류가 십시일반 탄소 감축에 참여하는 기후 행동을 빠르게 확산해야 한다.
한국일보

전하진 SDX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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