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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1 (화)

승부처 파고든 최윤범 … 영풍정밀 놓치는 쪽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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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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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을 지켜 홍수를 막는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MBK·영풍 연합의 고려아연 경영권 취득에 대항하기 위해 '묘수'를 뒀다. 자신의 우호지분인 영풍정밀을 지키기 위해 최 회장 일가가 사재 총 1181억원을 투입해 영풍정밀 지분 25%를 추가 확보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최 회장 측이 이같이 나선 이유는 영풍정밀이 고려아연 경영권 방어의 핵심 고리이기 때문이다. 현재 최 회장과 특별관계자 지분은 15.6%, 현대자동차·한화그룹 등 우호세력 지분은 18.3%로 추정된다. 최 회장 측 지분 총 합계는 33.9%다. 반면 MBK·영풍 연합은 영풍 및 특별관계자가 지분 33.1%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더해 MBK가 6.9~14.6%를 오는 4일까지 공개매수를 신청받아 확보하겠다고 나선 상태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재 최 회장 측이 35.45%, 장형진 영풍 고문이 5.71%를 보유하고 있다.

MBK는 영풍정밀 지분 43.43%를 주당 2만5000원(총 1710억원)에 사들이겠다고 지난 9월 26일 공시했다. 영풍정밀이 들고 있는 고려아연 지분 1.85%는, 현재 주가(9월 30일 종가 기준 68만8000원) 대비 가치가 2600억원이고, MBK가 제시한 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주당 75만원)은 2860억원이다. MBK는 영풍정밀을 공개매수하면서 1710억원에 2600억~2800억원대에 달하는 고려아연 지분 1.85%를 얻으려고 했던 것이다. 특히 MBK가 영풍정밀을 가져오게 된다면, 단순히 고려아연 1.85%를 가져오는 것을 넘어서 최 회장 측 지분 1.85%를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최 회장 측이 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만일 최 회장 측이 대항 공개매수에 성공해 영풍정밀을 우호지분으로 남겨 두게 될 경우, MBK가 최소 목표수량인 6.9% 공개매수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MBK가 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의 과반수 찬성을 받아내기 위해선 기타주주의 최소 66%(자사주 2.4% 의결권 제외·국민연금 기권·기타주주 참석률 50% 가정)를 설득해야 한다. 이에 더해 최 회장 측이 고려아연에 대해서도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 지분을 확보하게 되면, MBK·영풍 입장에선 공개매수에 일부 성공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과반 득표를 얻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향후 변수는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MBK·영풍 연합이 법원에 신청한 '고려아연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이르면 2일 판결할 예정이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이 영풍과 계열 관계로 묶여 있는 특별관계자이기 때문에 공개매수를 진행할 동안 자사주를 살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영풍이 공시한 대로 영풍과의 특별관계가 해소된 만큼 자사주 취득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법원이 해당 신청을 기각하며 최 회장 측 손을 들어준다면 고려아연은 긴급 이사회를 열고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당 가격은 80만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고려아연이 2조원대 중반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유통 물량은 약 22%로, MBK는 최소 목표 수량인 6.9%에 못 미치면 고려아연 주식을 공개매수하지 않겠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만일 고려아연 측이 자사주로 15%(주당 80만원 기준 2조4700억원)를 취득하게 되면 MBK는 목표치를 채우지 못하게 된다.

이날 고려아연 측은 자사주 확보 시 이를 전량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자사주 15%를 취득하고 이를 전량 소각하면 MBK 공개매수는 실패하게 되고 최 회장·우호세력과 국민연금 의결권 지분은 과반이 된다.

이럴 경우 MBK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취득하기 위해 추가로 영풍정밀·고려아연 공개매수 가격을 고려아연 측이 제시한 자사주 매입 가격 대비 상향해야 한다.

법원이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을 불허하면 고려아연은 MBK 공개매수가 끝난 후인 7일 이후 자사주 취득과 관련된 조치를 취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MBK가 4일 공개매수 마감일까지 어느 정도 지분을 확보할지에 따라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규모가 달라질 전망이다.

[나현준 기자 /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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