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에 제한적·국지적 지상 습격 시작"
이스라엘, 하마스·헤즈볼라·후티와 '3면 전쟁'…중동 질서 재편 노리나
미국, '레바논 지상전' 대비해 전투기 비행대대 등 수천명 추가 파병
네타냐후 이란 국민에 성명 "이란 정권, 국민 신경 안써…자유 올 것"
이스라엘이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를 겨냥한 지상전 움직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은 2006년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중동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미국은 수천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으로 급파하기로 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1일(이하 현지시간) 오전 1시 50분께 발표한 성명에서 “군은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의 헤즈볼라 테러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제한적이고 국지적이며 표적화된 지상 습격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목표물은 국경 근처 마을에 위치했으며 이스라엘 북부의 지역사회에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군은 공군과 포병대가 레바논 남부의 군사 목표물을 타격하며 지상군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지난달 23일 헤즈볼라를 향해 선포한 ‘북쪽의 화살’ 군사작전을 거론하며, “북쪽의 화살 작전은 상황 평가에 따라 계속될 것이며 가자지구 등 다른 전장에서의 교전과 병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 북부사령부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 40분쯤 성명을 내고 메툴라, 미스가브암, 크파르길라디 등 레바논 국경에 접한 지역을 군사제한구역으로 선포했다고 밝혔다. 곧이어 레바논군은 이스라엘 접경지 여러 지점에서 병력을 철수하기 시작했다. 로이터통신은 레바논군이 최소 5㎞ 후방으로 부대를 물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헤즈볼라는 1일 0시께 성명을 내고 레바논 국경지대 아다이시트, 크파르켈라 등 마을의 덤불 지대에서 국경을 가로지르는 이스라엘군의 움직임을 포착해 공격했다고 주장했다고 AFP, 스푸트니크 등이 보도했다.
이는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선제 공격으로 가자전쟁이 발발한 지 약 1년 만에 이스라엘이 다른 지역에서 본격적인 군사 작전을 개시한 것이다. 이에 세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헤즈볼라까지 3개의 전쟁에 직면할 위험이 커졌다.
이스라엘은 중동의 친(親)이란 적대 세력과 동시에 ‘3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에서는 하마스와 전쟁이 1년째 이어지는 상황이고, 예멘 후티 반군과도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29일 후티 반군이 석유를 수입하는 항구와 발전소가 자리잡은 예멘 라스이사와 호데이다 일대를 폭격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예멘까지 1700㎞ 넘게 날아가 작전을 수행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이 하마스·헤즈볼라·후티를 동시에 타격하는 것은 미국의 무기 지원을 지렛대 삼아 중동 질서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지난달 30일 이란 페르시아어 자막이 붙은 영어 영상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은 여러분과 함께 한다”며 “여러분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국민에게 공개 메시지를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 대다수는 이란 정권이 자신들에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신경 쓴다면 중동 전역의 헛된 전쟁에 수십억 달러(수조원)를 낭비하는 것을 멈출 것이다. 여러분의 삶을 개선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고대 민족, 유대 민족과 페르시아 민족이 마침내 평화를 누릴 것”이라며 “이스라엘과 이란은 평화롭게 지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로부터 제한적인 지상전 돌입을 통보받은 미국은 중동 확전 방지를 위해 미군을 중동 지역으로 추가 파병할 방침이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수천명의 미군을 중동 지역으로 파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병력이 추가 투입되면 중동 지역 내 미군 규모는 4만3000명에 달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현재는 4만명가량이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병력에는 미군은 F-15E, F-16, F-22 전투기, A-10 공격기 등의 비행대대와 지원 인력이 포함된다. 미군은 추가 파견 비행 대대에 맞춰 기존 병력을 철수시키지 않고 그대로 유지, 공군력을 두 배로 늘리기로 했다.
아주경제=조재형 기자 grind@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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