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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2 (수)

[사설] 언제까지 ‘김건희 특검’ 대치 도돌이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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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한덕수 국무총리(왼쪽 두번째)가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국무회의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순직 해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재의요구안(거부권) 행사 건의안을 의결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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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특검법’ 재의요구안 의결…“반헌법적 법안”





진정한 성찰, 성의 있는 입장 표명으로 민심 돌봐야



한덕수 국무총리가 어제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순직 해병 특검법,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의결, 윤석열 대통령에게 재가를 건의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쓰면 취임 이후 24번째다. ‘입법 폭주-거부권 행사’라는 의미 없는 정쟁의 도돌이표가 계속될 처지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거부권 행사로 폐기됐었던 김 여사 특검법은 야당에만 특별검사 추천권을 부여한 데다 대통령이 후보자를 추천받고 3일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그중 연장자를 특검에 임명하게 돼 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 특히 야당이 특별검사를 고른다는 건 선수가 심판을 선택하는 격이어서 수사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휘둘릴 우려도 짙다.

그러나 정부가 법적, 논리적 설명만으로 국민을 납득시키기에는 때를 놓쳐도 한참 놓쳤다. 특검 논란을 자초한 김 여사 명품백 사건은 사전 예방부터 초기 대응, 검찰 수사, 사후 대책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국민적 신뢰를 얻지 못했다. 사건 본질이 몰카 공작이라면, 애초에 제도적 차단 장치가 있었어야 했다. 일이 터졌을 때라도 즉각 자초지종을 공개하고 설명했더라면 이렇게 커질 사안도 아니었다. 외려 침묵으로 일관해 대통령실이 국민을 주권자로 보는 것이기나 한지 불신만 불러일으켰다. 검찰 수사는 여기에 기름을 부었다. ‘법 앞에 성역은 없다’던 공언과는 달리 김 여사 출장 조사와 수사팀의 검찰총장 패싱 논란, 이어진 무혐의 잠정 결론(8월)은 형평성·공정성을 둘러싼 잡음과 의혹만 증폭시켰다.

대책으로 거론된 제2부속실 가동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윤 대통령은 국회가 정해 주면 특별감찰관도 임명하겠다고 했지만, 진전된 소식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김 여사가 보여준 통치하는 듯한 행보는 등 돌린 민심을 더욱 자극했다. 공천 개입설 등 확인되지 않은 의혹도 덩달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김 여사 특검법은 찬성 여론이 65%에 달한다(9월 4주 차 NBS 전국지표조사). 대구·경북도 절반이 넘는 58%가 찬성 입장을 표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한국갤럽에 이어 리얼미터 조사(30일)도 취임 이후 최저치인 25.8%로 하락했다. 이 틈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김 여사 문제를 고리로 대통령 탄핵을 외치는 야권 시민단체와 공동보조를 맞추기 시작했다. 지도부의 장외 집회 참가는 물론 현역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 안에 시민단체 탄핵 행사의 판을 깔아주는 일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대통령실은 특검법이 옳으냐, 그르냐의 법리를 떠나 싸늘한 민심을 추스를 수 있는 최소한의 성의 있는 조처를 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 내외의 진정한 성찰과 전향적 자세다. 그렇지 않고 국정의 위기를 헤쳐 나갈 방도를 찾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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