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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쌀 한톨까지 쓸어가"…배 곯은 北군인들, 흉기 들고 민가 약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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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평안북도 수해 복구 현장에 동원된 인민군 군인들이 제방공사를 하는 모습이 지난 9월 16일 노동신문에 보도됐다.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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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굶주림에 시달리던 북한 군인들이 민가를 터는 일이 많아지면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27일 데일리NK는 양강도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혜산시에서 주민 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군인들의 도둑 행위가 증가하고 있어서 안 그래도 힘든 주민 생활이 군인 도둑들 때문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 군인들은 각 집을 돌며 쌀 한 톨도 남겨 놓지 않고 식량과 살림살이들을 훔쳐가고 있다. 이들은 군복을 입고 흉기까지 들고 있어 주민들이 더욱 두려움에 떨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혜산시 강안동의 한 동네에서는 하룻밤 사이에 10집이나 도둑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 도둑들은 밥가마부터 신발, 옷 등은 물론 심지어 다음 날 끼니를 위해 준비해 놓은 쌀까지 들고 갔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는 게 싫을 정도로 삶이 고달픈데 도둑까지 기승을 부리니 주민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도둑을 발견하더라도 흉기를 들고 있어 위협하니 말 한마디 못하고 뜬 눈으로 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혜산시 외곽 지역에서는 돼지나 개·닭 등 가축을 기르는 세대가 많은데, 이 지역에선 최근 가축 도난 신고가 줄을 잇고 있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가축을 훔쳐가는 일도 자주 발생한다”며 “가축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생계 수단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에서는 과거 고난의 행군이라고 불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 대기근 시기에도 군인들이 주민 세대에 침입해 식량을 훔쳐가는 일이 빈번했다. 잠시 잦아든 듯 했던 군인들의 도둑질이 최근 들어 급증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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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전선지역 작업 중 사고로 실려가는 북한 군인의 모습.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사진 국방부 제공





“얼마나 배가 고프면…” 측은해하는 주민들도



하지만 “얼마나 배가 고프면 도둑질까지 하겠냐”며 “10대에 입대해 온갖 고생을 다 하면서도 굶주리는 군인들이 측은하다”고 말하는 주민들도 일부 있다.

북한의 군 복무 기간은 평균 10년 미만으로 남한의 18개월의 의무 복무 기간에 비해 6배 이상 길다. 또한 남한의 군인들은 월급을 받지만, 북한 군인들은 군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상관에게 뇌물을 내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에 더해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는 일이 일상이 되다보니 배고픔을 참지 못한 군인들이 탈영을 하거나 도둑질에 나선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만이라도 그들이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식사라도 잘 제공해주면 군인들도 도둑질을 할 이유가 없을 텐데 그마저도 나라가 못 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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