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산주기 연장 지시·계열사 자금 큐텐 유입 정황 등 포착
'돌려막기식' 영업·역마진 프로모션 지시 여부 등도 추궁
수사 착수 두 달만…구영배 "사기 아닌 공격적 마케팅" 주장
자택 문 여는 구영배 대표 |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이도흔 기자 = 티몬과 위메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이 사태의 '정점'으로 지목된 구영배 큐텐 그룹 대표를 30일 소환했다.
사태가 불거진 직후인 지난 7월 말 검찰이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수사를 본격화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티몬·위메프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부터 구 대표를 사기·횡령·배임 등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구 대표는 이날 오전 8시 55분께 검찰청사로 들어가면서 "성실히 조사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구 대표는 티몬과 위메프의 판매자 정산대금 약 500억원을 빼돌려 큐텐이 해외 쇼핑몰 '위시'를 인수하는 데 쓰도록 하고, 판매대금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상품권을 할인 판매하는 등 돌려막기식으로 '사기 영업'을 한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수사팀이 파악한 사기 혐의액은 1조 4천억원, 횡령액은 500억원이다.
검찰은 구 대표가 각 계열사 재무팀을 자회사인 큐텐테크놀로지로 이전·통합한 구조를 활용해 계열사 자금을 임의로 사용했는지, 재무 상황이 악화하는 것을 알면서도 돌려막기식 영업을 하는 데 관여했는지, 이 과정에서 구 대표의 직접 지시가 있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지난 7월 29일 전담수사팀을 구성하고 즉각 구 대표 등을 출국 금지한 데 이어 8월 1일 구 대표 자택과 티몬·위메프 본사 등을 전방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했다.
압수물 분석과 계좌 추적 등을 병행한 검찰은 이달 19∼20일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 24일 김효종 큐텐테크 대표와 이시준 큐텐 재무본부장(전무) 등을 차례로 조사한 데 이어 이날 '정점'인 구 대표를 소환했다.
고소장 접수위해 중앙지검 민원실 향하는 검은우산비대위 |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구 대표가 2022년부터 계열사에 보낸 이메일 등을 확보, 현금 유동성을 높이기 위해 판매자 대금 정산 주기를 늘리라고 직접 지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계열사들의 '경고'에도 구 대표가 위시 인수 자금 마련 등을 목적으로 무리하게 판매대금 정산을 지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실제로 앞서 소환된 그룹 및 계열사 관계자들은 정산 지연 사태의 최종 책임자로 구 대표를 지목하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에게 적자가 누적되는 자금 흐름을 보고하고 상품권 할인 등을 통한 적자 누적과 판매대금 돌려막기가 미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전달했음에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지난 1년간 티몬·위메프 등 계열사에서 큐텐 본사로 구 대표의 경영 자문 대가와 재무·서비스센터 인건비 등을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자금이 흘러들어간 정황도 포착했다.
본래 큐텐테크는 티몬·위메프 등 계열사의 재무·기술개발·법무·인사 등의 업무를 대행하면서 그 대가로 매달 계열사 매출의 1%를 받아왔는데, 검찰은 같은 명목의 돈이 별도로 큐텐 본사에 지급된 계약서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계열사→큐텐테크'로 지급되던 재무서비스 대금의 흐름이 '계열사→큐텐 본사→큐텐테크'로 바뀐 뒤 큐텐 본사가 계열사로부터 받은 재무 용역비를 큐텐테크에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또 큐텐이 계열사에서 단기대여금 형태로 돈을 빌리면서 계열사 대표이사의 결재를 받지 않고 임의로 사용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다.
계열사 대표들은 대여금을 비롯해 회사 자금 운용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금 지급 계약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구 대표는 물류 자회사인 큐익스프레스의 미국 나스닥 상장을 위해 '역마진 프로모션'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구 대표는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는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기본적으로 티몬을 인수했을 때부터 구조적으로 적자가 누적돼 왔고, 알리·테무로 경쟁이 격화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구조적 방법은 글로벌 확장이라고 생각했다"며 "15년간 모든 것을 걸고 비즈니스를 키우려 했고 한 푼도 사익을 위해 횡령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도 "어떤 사기나 의도를 가지고 했다기보다 십수년간 누적된 행태였다. 경쟁 환경이 격화돼 공격적으로 마케팅한 건 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그간 확인한 여러 증거와 진술 내용을 토대로 구 대표에게 미정산 위험성을 인지한 시점과 직접 지시한 범위 등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제기된 의혹이 방대한 만큼 구 대표를 여러 차례 부르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 대표에 대한 조사를 마친 뒤 신병 확보 여부 등을 검토할 것으로 관측된다.
hee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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