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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르포] 독·일 제치고 베트남 전력기기 1위… LS일렉 박닌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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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오후 베트남 하노이 노이바이 국제공항에서 약 30분간 고속도로를 달려 도착한 박닌산업단지. LS일렉트릭(LS ELECTRIC) 로고가 새겨진 거대한 공장 내부로 들어서자 사람 키를 훌쩍 넘는 크기의 전력기기 제품 수백개가 가지런히 줄을 맞춰 세워져 있었다. 공장 내부는 먼지 한 톨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깨끗했고, 30℃가 훌쩍 넘는 바깥 날씨에도 쾌적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공장 곳곳에는 청색 유니폼과 흰색 모자를 갖춰 입은 현지 직원들이 제품을 분주히 검수하고 있었다. 현장을 감독하던 홍순몽 LS일렉트릭 박닌공장장은 “이곳에 세워진 제품들은 두산에너빌리티, 현대엔지니어링, LG이노텍 등 국내 기업들이 주문한 스위치기어(switchgear·전력 흐름을 제어하는 각종 장비를 종합한 시스템 제품)다. 당장 올해 10월부터 납품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LS일렉트릭은 지난 1990년대 중반 국내 기업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진출해 30년 가까이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 1997년 수도 하노이에 공장을 준공하며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춘 뒤 유럽, 일본 등 쟁쟁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한 결과 저압 전력기기 부문에서 현지 시장 점유율 35% 이상을 기록하며 2013년부터 1위를 지키고 있다. 베트남 전력 시장의 규모는 다소 작지만, 향후 성장성과 쉽게 거래처를 바꾸지 않는 전력 업계의 특성 등을 고려하면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LS일렉트릭은 베트남의 대형 개발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하며 현지 영향력을 키웠다. 하노이 등 대도시에 건설 중인 아파트와 오피스빌딩 시장을 공략하며 2009년 하노이 경남랜드마크72, 2012년 하노이롯데센터 등 현지 초고층빌딩 전력 설루션(solution) 사업을 대거 확보했다. 화력발전소 시장에서도 몽즈엉1발전소, 빈탄4발전소, 롱푸1발전소 등 대규모 발전소에 제품을 공급해 왔다.

이곳 박닌 공장은 노후한 하노이 공장을 철거한 뒤 최근 옮겨온 곳으로, 2022년 10월 준공했다. 면적은 3만㎡로 하노이 공장(약 1만3000㎡)의 2배가 넘는다. 박닌 공장의 생산 능력 확장에 힘입어 LS일렉트릭 베트남 법인의 올해 매출 규모는 최초로 1억달러(약 1310억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홍 공장장은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 260명 중 한국인은 관리직 6명뿐이다. 제품을 만드는 엔지니어들은 평균 8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현지 고급 인력들”이라고 강조했다.

LS일렉트릭은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에도 제품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같은 박닌 산업단지에 위치한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공장에 LS일렉트릭의 전력 설루션 제품이 들어갔고, 지난해 9월 개장한 하노이의 랜드마크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의 전력 계통 역시 LS일렉트릭이 독일의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제치고 따낸 성과다.

조선비즈

LS일렉트릭 베트남 박닌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전력기기를 조립하고 있다. / 정재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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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일렉트릭은 현지에서 인정받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high-end) 전력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이엔드 시장은 발전소와 대형 산업단지 등 고품질과 고신뢰성을 요구하는 분야로, LS일렉트릭이 베트남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다. 홍 공장장은 “베트남 현지의 전력 사업 경쟁사들은 아직 아파트, 오피스, 학교, 병원 등 비(非) 하이엔드 시장에 주력하고 있다. 기술력과 사업적 배경을 고려하면 이들이 아직 하이엔드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베트남은 현재 전력 생산의 60~7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고 있지만, 공급 안정성 해결을 위해 중부 해안지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화력발전소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하이퐁, 동나이 등 대형 생산 시설과 다낭 등 중부 관광지에서 전력 수요가 대폭 증가하고 있으며, 중부 지역 생산 전력을 하노이, 호찌민 등 대도시로 송전하기 위한 장거리 송전 인프라 투자도 가파르게 증가할 전망이다.

LS일렉트릭은 베트남을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한국의 2배 수준이며, 인구는 약 6억4000만명으로 전 세계의 8.8%를 차지해 유럽연합(EU)보다 큰 시장으로 평가받는다.

홍 공장장은 “아세안의 핵심 국가인 베트남은 회원국 간 수출 관세가 면제돼 사업에 유리하다. 또 라오스, 캄보디아 등 성장성이 큰 내륙과 인접해 있어 제품 운송 절차와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박닌 공장은 가까운 미래에 동남아시아 1위 전력 생산 기지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닌(베트남)=정재훤 기자(hw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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