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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참수작전’, 벙커버스터 100여발 2초 간격 ‘소나기 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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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 등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 제거 작전을 지켜보는 모습. 이스라엘군 텔레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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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들이 타깃 지점에 2초마다 폭탄 1발씩, 100여 발을 쏟아붓는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를 정밀 공습을 통해 28일(현지 시간) 암살했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의 전쟁 발발 직후부터 1년 가까이 이번 작전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랄라를 제거하기 위해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진행했고, 치밀한 작전 계획을 수립했던 것. 작전을 지휘한 이스라엘 하체림 공군기지 사령관 아미차이 레빈 준장은 28일(현지 시간) 암살 성공 뒤 “오랫동안 준비한 작전”이라며 “그의 사망으로 이스라엘의 전쟁 목표 달성에 한층 더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특히 이스라엘은 지하 18m 아래 벙커에 있던 나스랄라를 암살하기 위해 이른바 ‘벙커버스터’(지하 콘크리트 구조물을 뚫고 들어가 터지는 폭탄) 정밀직격탄 등 폭탄 100여 발을 순식간에 순차적으로 투하하는 작전을 시도했다. 이에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 지역의 헤즈볼라 벙커에서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대해 논의하고 있던 나스랄라는 대피하거나 저항할 틈도 없이 목숨을 잃었다. 또 나스랄라가 머물던 건물을 비롯해 인근의 4개 건물이 초토화됐다.

● “벙커버스터 100여 발 2초마다 연쇄 발사”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이번 작전에 공군 69비행대대의 F-15I 전투기 8대를 동원했다. 하체림 공군기지에서 벙커버스터를 장착한 전투기들이 다히예 지역으로 출격해 작전을 수행했다. 전직 미 육군 폭발물 기술자인 트레버 볼은 NYT에 “2000파운드(907㎏)급 정밀직격탄(JDAM)인 BLU-109를 최소 15발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BLU-109는 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뚫을 수 있는 폭탄으로, 목표물에 도달해 내부로 파고든 뒤 폭발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나스랄라는 당시 지상에서 60피트(약 18.3m·약 지하 7층) 아래인 벙커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대응 방식을 논의하고 있었다. 헤즈볼라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는 최근 이란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하도록 제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큰 상황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하 깊이 여러 층으로 나눠진 벙커를 뚫기 위해 해당 벙커가 있는 건축물에 2초에 1발 씩 100여 발을 연이어 투하하는 방법을 썼다. 먼저 투하한 폭탄이 윗쪽 콘크리트를 박살내면 다음 폭탄이 아래로 내려가 터지는 방식이다.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는 WSJ에 “지하 60피트 지점을 타격하려면 ‘연쇄 폭발’을 통한 통로 만들기가 중요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해당 벙커버스터를 7월 하마스 지휘부 공격에도 활용하며 전술적 가치를 검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 “이스라엘, 미국 만류에도 1년 동안 준비”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하마스와의 전쟁이 시작된 뒤부터 나스랄라 암살을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준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이 발발 직후 미국에 나스랄라 암살 계획을 전달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나스랄라를 암살하면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수 있다”고 만류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나스랄라 암살 작전을 포기할 뜻이 없었다. 계속 관련 정보를 수집했고, 최근 정확한 나스랄라의 위치를 파악해냈다. 나다브 쇼샤니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나스랄라가 작전 지역에서 또 다른 고위급 테러리스트들과 접촉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당시 유엔 총회 참석 차 미국 뉴욕에 있던 네타냐후 총리에게 실시간 보고하고 작전 승인 명령을 받았다.

작전을 수행한 69비행대대는 이스라엘 공군 내에서 ‘핵심 임무’를 담당하는 엘리트 부대로 알려져 있다. 이번 작전을 지휘한 레빈 준장은 “수십 년간 관련 임무를 수행해온 베테랑 예비역들까지 투입했다”고 말했다.

NYT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전 중동 선임분석가 칩 어셔를 인용해 “이번 작전의 성공 비결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내심”이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2006년 헤즈볼라와의 ‘34일 전쟁’에서 사실상 패배했다는 평가를 받은 뒤 대(對) 헤즈볼라 첩보 강화에 막대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NYT는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헤즈볼라 내부에 성공적으로 침투해 나스랄라의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한 게 작전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고 전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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