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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5분 충전'이 가능할까?…'실리콘'에 달린 전기차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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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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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전기차 충전 /사진=(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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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5분 충전'의 시대가 열릴 수 있을까. 전기차 대중화의 열쇠를 쥔 소재로 '실리콘 음극재'가 떠오르고 있다. 완성차부터 배터리 업계까지 모두 그 시장성에 주목하는 중이다.


캐즘 돌파, 충전 시간도 해결해야

전기차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감소) 상황에 직면했다. 전기차 수요 상승률이 꺾인 가장 큰 이유로는 '살 사람은 다 산' 상황이 꼽힌다. 전기차 침투율(신차 판매 비중)이 15~20%에 달하기 시작하자, 불경기 속에서 내연기관에 비해 비싼 전기차를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이다. 캐즘 탈출의 키워드로 '가격 경쟁력'이 떠오른 이유다.

캐즘의 또 다른 원인으로는 '충전'이 지목된다. 내연기관 차량에 주유를 하는 것 대비 전기차를 충전하는 행위 자체가 압도적으로 번거롭기 때문이다. 충전소를 찾는 것도 아직 어려울뿐더러, 충전 시간이 워낙 오래 걸리는 것 역시 단점이다. 초급속 충전을 한다고 해도 15~30분, 완속 충전의 경우 1시간 정도가 걸리는 게 전기차 시장 상승세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전기차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배터리 교환 시스템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다는 평가다.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은 지난 25일 SNE리서치 주관으로 열린 KABC에서 "충전 시간의 이슈 때문에 일부 회사에서 배터리 교체식을 채택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교체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선 전기차 대수 보다 훨씬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고, 자체적으로 규격화를 하는 것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실리콘' 쓰면 '5분 충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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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기아 EV3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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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전기차 충전 시간을 내연기관 주유 시간 못지 않게 줄여야 한다는 게 이차전지 업계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기서 각광받고 있는 게 실리콘 음극재다. 기존에는 음극재를 흑연으로 만들어왔지만, 이를 실리콘으로 만들 경우 에너지밀도를 10배 가량 높일 수 있고, 충전시간 역시 대폭 단축시킬 수 있다.

그동안은 실리콘 특유의 △부풀어 오르는 성질과 △비싼 가격이 문제로 작용해왔지만, 꾸준한 연구와 개발 결과 이같은 허들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포르쉐, 아우디, 테슬라, 현대차그룹, BMW 등은 일부 모델에 실리콘 음극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향후 포드, 폭스바겐, GM, 르노, 닛산, 토요타, 혼다 등 역시 실리콘 음극재를 장착한 배터리를 받아들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아가 'EV3'에 실리콘 음극재 배터리를 탑재했다. 'EV3'는 배터리 충전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31분이 걸려 동급 차종 중 빠른 충전 속도를 확보했다. 역시 실리콘 음극재를 쓰는 포르쉐 '타이칸 터보 S'의 경우 충전 시간이 18분 수준이다.

아직까지는 흑연 기반에 실리콘을 섞는 방식이 주로 이뤄지고 있다. 대부분이 저함량(실리콘 15% 이하)으로 파악된다. 음극재 내 실리콘 함량이 높을 수록 충전시간을 단축하는 데 유리하기에 향후 고함량(15% 이상)을 향한 기술 개발이 이뤄질 게 유력하다. 박대운 대주전자재료 상무는 "궁극적으로 5분 안에 충전을 하기 위한 세상이 오려면 실리콘 단독 음극재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리콘 음극재 준비하는 K-배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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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실리콘솔루션이 지난 19일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에 준공한 실리콘음극재공장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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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배터리의 경우 실리콘 음극재 시장을 선제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흑연 음극재의 경우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패권을 쥐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탈중국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미래 소재로도 각광받는 중이다.

대주전자재료는 현재 연산 3000톤 수준인 실리콘 음극재 생산능력을 올해 말까지 6000톤으로 늘릴 예정이다. 2만6000톤 규모의 추가 증설도 진행하고 있다. 2028년부터는 흑연이 없는 실리콘 단독 음극재를 출시할 계획도 세웠다. 포스코그룹은 포스코실리콘솔루션을 설립하고, 지난 4월 연산 550톤 규모의 실리콘 음극재 공장을 준공했다. 이외에도 SK그룹에서는 SK머티리얼즈와 SKC가 실리콘 음극재 사업을 추진하는 중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가 캐즘에서 완전히 탈출하기 위해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성능·편의성까지도 내연기관 자동차에 근접해야 한다"며 "실리콘 음극재는 고질적인 전기차 충전 시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로, 그 시장성이 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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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민 기자 brow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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