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의 국경 근처 마르자윤에서 찍은 사진처럼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군 간의 국경을 넘는 적대 행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레바논 남부 상공에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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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 레바논의 친(親)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공습으로 생사불명의 상황에 놓이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27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다히예의 주거용 건물 아래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 본부를 정밀 공습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급으로 시아파 무슬림 주민들이 주로 사는 지역의 고층 아파트 6채가 완전히 무너졌다. 이 아파트는 헤즈볼라의 보안구역 안에 있지만 아래에 헤즈볼라 본부가 있다는 건 알려지지 않았던 사항이라고 AP 통신은 전했다.
레바논 보건부는 최소 6명이 숨지고 91명이 다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사상자 수는 향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격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지속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히며 미국과 국제사회의 휴전 요구를 일축한 지 수시간만에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28일 성명을 내고 레바논 남부 폭격으로 헤즈볼라의 미사일 부대 지휘관인 무함마드 알리 이스마일 등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관련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은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를 제거하는 게 이스라엘군의 목표였다고 전했다.
다만, 나스랄라가 이날 헤즈볼라 본부 내에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헤즈볼라와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 헤즈볼라 고위 지도부와 연락이 두절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헤즈볼라는 폭격으로부터 수시간이 지난 현재까지도 나스랄라의 생사와 관련한 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나스랄라의 생사 여부와 무관하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분쟁은 급격히 확전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이스라엘의 맹폭을 받은 헤즈볼라는 즉각 이스라엘 도시 사페드를 겨냥해 로켓을 발사하면서 이는 “레바논과 국민을 지키고 이스라엘의 도시와 마을, 민간인에 대한 야만적 위반 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이스라엘군은 28일 새벽에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지역을 상대로 추가 폭격에 나선 상태다.
중동 확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란은 즉각 이스라엘의 공습을 규탄하고 나섰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이날 공습을 ‘노골적인 전쟁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이는 이스라엘 정권의 테러리스트적 본성을 또 다시 보여줬다”고 규탄했다고 이란 국영 프레스TV는 전했다.
중동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국은 현지 미군에 ‘태세 조정’을 지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팀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동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억제력 강화, 미군 보호, 미국의 전략목표 지원을 위해 (상황을) 평가하고 필요에 따라 역내 미군 태세를 조정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현재 중동지역에는 항공모함 1개 전단을 비롯해 약 4만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이 감행한 이번 공습에 대해 “알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공격해 전쟁이 벌어진 이래 국경 너머 이스라엘 북부지역을 겨냥해 산발적인 로켓 공격을 가해 왔다.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의 전쟁에 전력을 집중해온 이스라엘은 레바논 접경지대 주민을 피란시킨 채 수세적 대응을 이어오다가 지난 19일부터 레바논 전역의 헤즈볼라 군사시설을 대대적으로 폭격하며 공세 수위를 크게 끌어올린 상태다.
yun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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