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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기승전닭 …'자영업 치킨게임' 내몰리는 60대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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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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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생활을 하던 최준근 씨(65)는 퇴직 후 경기도 부천에서 부부가 함께하는 피자·치킨 가게를 차렸다. 하지만 계속되는 자영업 불경기에 3년을 넘기지 못하고 폐업했다.

최씨는 "팬데믹 때도 자식들이 아르바이트를 해주며 버텼는데 갈수록 장사가 쉽지 않다"며 "평생 하던 일을 관두고 돈을 벌기 정말 어렵다"고 토로했다. 그는 "요즘은 아르바이트나 경비원도 쉽지 않아 어떻게든 다음 창업을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씨처럼 60대에 자영업에 도전했다가 뼈아픈 실패를 겪은 사례가 적지 않다. 퇴직 후 '제2의 인생'을 꿈꾸며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소비 부진에 배달 수수료,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비용 부담이 맞물리면서 이들의 한숨이 나날이 깊어지고 있다.

통계청이 27일 발표한 '2023년 전국사업체조사 결과(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사업체 수는 623만8580개로 전년(613만9899개)보다 9만8681개(1.6%) 늘었다. 사업체 수 증가율은 2021년 0.8%에 그쳤던 것이 엔데믹으로 일상이 회복된 영향을 받아 오른 것으로 분석된다.

대표자 연령대별로 나눠보면 60대 이상에서 사업체 수가 1년 전보다 6만3546개 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두 번째로 증가폭이 큰 연령대는 40대(1만4091개)로 집계됐다.

대표자가 60대 이상인 사업체 수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4.4%였다. 이는 관련 통계가 개편된 2020년 이후 최고치다. 2021년 -1.1%로 마이너스였던 60대 이상 사업체 수 증가율은 2022년 1.3%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4%대로 올라섰다.

김혜련 통계청 경제총조사과장은 "퇴직 후 소규모로 창업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베이비붐 세대가 더 많이 퇴직할 때가 되면 이 같은 추세는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니어 사장님'이 크게 늘었지만 장사를 이어나가는 것만으로도 쉽지 않다. 최근 10년 동안 서울 지역 외식업 점포의 평균 운영 기간은 2.8년에 불과하다. 3년 이상 버티는 점포는 절반도 안 되는 47.4%뿐이다. 시기를 5년으로 늘리면 35.1%로 떨어진다. 부푼 꿈으로 식당을 차린 3명 중 2명이 5년 내로 문을 닫는다.

외식업은 배달앱에 기반해 외연을 키웠지만 내실은 약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경기로 식당을 찾는 소비자가 줄고, 젊은 층이 주로 이용하는 배달 주문은 각종 수수료와 배달비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이날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업계의 지배적 위치를 이용해 점주에게 받는 수수료를 인상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배민은 지난달 배민배달의 업주 부담 수수료를 6.8%에서 9.8%로 3%포인트 인상했다.

정현식 협회장은 "가맹점주들이 높은 배달앱 수수료 등으로 문을 닫아야 할 처지"라며 "높은 수수료율 때문에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도소매업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올 상반기 서울 지역에서 소매업 점포는 7742곳이 개업하고 1만2937곳이 문을 닫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알리 등 전자상거래(이커머스)의 보편화로 동네 도소매 가게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데 60대 이상 퇴직자들은 극소수를 제외하면 전문성이 없기 때문에 도소매업이나 외식업으로 떠밀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소매업에서는 올리브영·다이소·편의점을 제외하면 자영업이 버틸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업계와 협의해 퇴직 연령대의 예비 창업자들에게 실효적인 교육을 제공하고 계속고용 및 재취업 제도를 확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각종 프랜차이즈 본부 등과 협의해 창업에도 체험형 인턴 제도 도입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60세에 은퇴하고 65세에 국민연금을 받는 식으로는 노후를 책임지기 어렵다"며 "기업이 원하면 고급 고령 인력을 70대 이상까지 고용하는 식으로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이 이어지기 때문에 산업의 양태나 고용 형태에 따라 청년 취업을 해치지 않도록 제도를 섬세하게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희조 기자 / 박홍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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