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Q ‘어닝서프’ 종목 절반 이상이 주가 하락
펀더멘털보다 단기 모멘텀 영향력 큰 한국 증시 환경
글로벌 꼴찌 수준 코스피…“투자에 우호적 환경 조성해야”
삼성전자(005930)에 투자하고 있는 한 투자자의 푸념이다. 2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을 돌파하며 전년대비 1462% 급증한데다 시장 예상치였던 8조 3000억원을 훌쩍 넘겼는데도 주가가 8만원대에서 6만원대로 내려앉는 등 하락세가 심상찮은 탓이다. 영업이익은 추정치 대비 25.7%, 순이익은 37.1% 증가하는 등 소위 ‘장사’를 잘했는데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가는 실적의 그림자’라는 증권시장 격언이 한국 시장에는 좀처럼 통하지 않고 있다. 2분기 호실적을 기록한 종목 중 다수가 예상보다 저조한 주가 상승을 기록하거나 혹은 하락하는 등 상식과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컨센서스(추정기관수 3곳 이상)가 있는 국내 상장사 273곳 중 영업익이 추정치 대비 10% 이상 증가한 이른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71개 종목 중 41개의 8월 한 달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흑자를 낸 6곳 중에서도 4곳의 주가가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초 글로벌 증시 폭락을 가져온 ‘블랙 먼데이’를 고려해도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간 미래 기업가치를 판단할 핵심 지표로 활용된 컨센서스에 대한 믿음마저 약화할 위기여서다.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배제하고도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적인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가의 실적 분석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같은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펀더멘털이 좋아진다고 하더라도 외부 요인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한국 증시의 매력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기업 역시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는 등 투자자에 우호적인 시장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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