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 부결 파행
반대 173표… 추천권 존중 관례 깨
박찬대 “당론 정하지는 않았지만
의총서 ‘부적절 인사’ 발언 영향”
與 “양아치” “상도 어긋나” 반발
민주당, 방송4법 등 재발의 예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9차 본회의가 정회된 가운데 대화를 마친 후 자리로 향하고 있다. 이날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득표율 39.93%로 부결되자 국민의힘은 여야 합의안인데 부결됐다며 항의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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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각자 추천권을 가진 주요 인사에 관한 표결을 하는 경우, 각 당 추천권을 존중해 반대 없이 찬성투표를 해주는 것이 관례지만 이날 야당은 관례를 깼다. 국민의힘이 “우리나라 사기 범죄가 창궐해 우려스럽다는 경찰청 보고를 받았는데 본회의장에서도 사기당할 줄 몰랐다”고 하자 민주당은 “국민이 사기를 당했다”라고 맞받았다.
이날 본회의 1·2번째 안건은 여야 추천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었다. 야당 추천위원인 이숙진 위원 선출안은 찬성 281표로 통과됐지만 여당 추천위원인 한 위원 선출안은 찬성 119표, 반대 173표로 부결됐다. 민주당 의원들 전원이 사실상 반대표를 행사한 것.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당초 약속을 어겼다는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항의에 “당론을 정하지 않았다”며 “국민의힘 추천위원이 부적절한 인사라는 자유발언이 있었고 그에 따른 결과”라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우원식 국회의장과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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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원내대표가 말한 ‘자유발언’은 국가인권위 상임위원 출신 비례대표 서미화 의원 발언이다. 서 의원은 본회의 직전 민주당 의원총회 자유 발언에 나서 “자신 입맛에 맞는 인사를 인권위에 전면 배치하려는, 인권의 최후 보루마저도 검찰공화국으로 만들려는 윤석열정권의 무도한 국정 운영을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서 의원은 자신이 국회 운영위 국가인권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 대통령몫과 여당 몫으로 지명된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과 한 위원에 관한 증언을 하겠다고도 했다. 서 의원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에 극구 반대하고 박정훈 대령 긴급구제조치 또한 날치기로 기각시켜 인권위를 초토화시킨 인물”이라고 꼬집으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 수사 검사 탄핵소추는 법치파괴라고 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민주당에 편향적 수사를 한다는 망발을 했다”고도 지적했다.
한 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강하게 항의하며 정회를 요구했다. 여당 의원석에서는 “양심불량들”, “장난하냐”, “합의했으면 합의한 대로 해야 할 것 아니냐”고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당초 약속한 것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으니 여기에 대해 완전히 의원들이 당했다고 생각하니 설명하고 총의를 모아야 한다”면서 “안 그러면 의원들이 계속 강하게 항의할 것”이라면서 정회를 요청했다. 박 원내대표는 “좋은 사람을 추천하셨어야 한다”고 되받았다. 이후 우 의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본회의장을 빠져나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이 생양아치처럼 한다”, “상도의가 아니다”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아수라장 우원식 국회의장(태극기 앞)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발언대 왼쪽),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 오른쪽)와 대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여당 추천 몫인 한석훈 국가인권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야당이 합의를 깼다며 강력 반발했다. 이재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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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스로 본회의가 재개됐지만 여야는 여전히 냉랭했다. 국민의힘 배준영 원내수석은 의사진행발언을 얻어 “얼마 전 경찰청 보고받는데 우리나라 사기범죄가 점점 창궐해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는데 본회의장서도 제가 사기당할 줄 몰랐다”고 말했다. 그러자 민주당 의원들은 김건희 여사 이름을 부르며 사과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카운터파트인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도 의사진행발언에 나서 “부적절한 인사의 경우, 야당의 견제권을 발휘할 것을 원내수석으로서 약속드린다”라고 답했다.
김현우·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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