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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한석훈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여 "합의 어긴 사기꾼" 야 "국민이 사기당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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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총회서 인권위 출신 서미화 "부적절" 주장
한국일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석훈 국가인권위 위원 선출안이 부결되자 추경호(왼쪽)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대화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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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추천 몫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 선출안이 부결됐다. 더불어민주당이 후보자의 과거 언행 등을 문제 삼아 여야의 사전 합의를 깨면서다. 일격을 당한 국민의힘은 거칠게 항의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이날 국회 본회의는 여야가 각각 추천한 인권위원 2명 선출안을 안건으로 올렸다. 먼저 표결에 부쳐진 민주당 추천 인사인 이숙진 전 여성가족부 차관의 인권위 상임위원 선출안은 찬성 281표, 반대 14표, 기권 3표로 가결됐다. 무기명 투표지만 의석수 분포를 감안하면 국민의힘 의원들도 상당수 찬성표를 던진 셈이다.

그러나 이어진 국민의힘 추천 인사인 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비상임위원 선출안은 재석 298명에 찬성 119표, 반대 173표, 기권 6표로 부결됐다. 합의된 안건인 만큼 가결을 기대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주당 의석을 향해 "양아치", "사기꾼"이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마음에 안 들면 나가라"고 맞받았다. 소란이 커지자 30분간 정회해야 했다.

속개 후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인 배준영 의원은 의사 진행발언에서 “국회에서 사기를 당할 줄 몰랐다”고 주장했다. 24, 25일 이틀간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본회의 의사일정을 협의하며 한석훈·이숙진 인권위 후보자에 대해 양당 합의 선출하기로 했다는 것이 배 의원 주장이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의사 진행발언에서 “국민이 사기를 당한 것”이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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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석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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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의원총회서 인권위 출신 서미화 "부적절" 주장


민주당의 입장 변화는 이날 본회의 직전 의원총회에서 엿볼 수 있었다. 인권위 비상임위원 출신인 서미화 민주당 의원이 인권위원 임기를 함께 지낸 한 후보자의 과거 언행을 근거로 부결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다. 한 후보자는 2021년 10월부터 3년 임기로 비상임위원을 지냈고, 이번에 가결되면 임기가 3년 더 연장될 예정이었다. 민주당은 한 후보자가 지난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관련한 인권위 심사 과정에서 “이태원 참사는 주최자가 없었고, 피해자들이 핼러윈데이를 즐기려고 스스로 너무 많이 모였다가 참사가 난 것”이라는 소수 의견을 냈고, 2021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재판 과정이 불공정했다는 취지의 책을 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배신을 꼬집었다.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 운영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이고, 사소한 약속이라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1당이 이런 중요한 합의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데 대해서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날 선출안은 부결됐지만, 한 후보자가 당장 인권위원 자리에선 물러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법에 따르면 임기가 끝난 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계속 직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이 새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 한 한 후보자는 계속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김도형 기자 nam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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