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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7 (금)

안경 쓰고 식재료 보면 요리법이…전화 받으면 상대방이 눈앞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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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하는 테크 ◆

매일경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파크 메타 본사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커넥트 2024'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증강현실(AR) 스마트안경 '오라이언(Orion)' 시제품을 착용하며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오라이언에 대해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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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안경을 쓰고 눈앞의 식재료들에 대해 인공지능(AI)에 '이것으로 만들 수 있는 요리'를 질문한다. 그러자 AI가 오트밀, 카카오 등을 인식해 이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눈앞에 띄워준다. 안경에 탑재된 프로젝터가 3D 이미지를 렌즈에 비춰주는 것이다.

이번에는 전화가 걸려온다. 오른손 손가락을 움직여 전화를 받자 내 앞에 통화하는 사람의 3D 이미지가 나타난다. 영상 통화를 하면서 주변을 볼 수 있고 편하게 걸어다닐 수도 있다.

메타가 공개한 증강현실(AR) 스마트안경 '오라이언(Orion)'을 사용하는 모습이다. 과거였다면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서 해야 할 일이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멘로파크의 메타 본사에서 개최된 개발자 행사 '커넥트 2024'에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스마트안경이 스마트폰 이후의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메타에서 개발 중인 '오라이언'의 시제품을 이날 처음으로 공개했다.

검은색의 두꺼운 뿔테 안경처럼 생긴 오라이언은 안경처럼 쓰면서 문자메시지는 물론 영상 통화, 유튜브 동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저커버그 CEO는 "오라이언은 지금까지 공개된 스마트안경 중 가장 첨단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면서 "스마트안경 가운데 가장 큰 70도의 시야각을 제공하고,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를 구현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메타에 따르면 오라이언은 그동안 스마트안경이 해결하기 어려웠던 기술적 난제를 풀어냈다. 안경 무게는 100g 이하로 줄였고, 스마트폰이나 별도 배터리와 연결하지 않아도 무선으로 작동된다.

비결은 별도 연산 처리장치인 '퍽(puck)'과 근전도(EMG) 손목밴드에 있다. 휴대용 연산 처리장치에는 두 개의 반도체가 탑재돼 중요한 연산을 처리하고 스마트안경과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덕분에 스마트안경은 가벼운 무게를 유지할 수 있다.

손목밴드는 스마트안경과 상호작용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손을 들어 올리지 않아도 손가락 움직임을 인식해 화면을 클릭하거나 스크롤할 수 있다. 손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화면을 제어할 수 있는데 손목밴드를 장착하면 기능을 더욱 세밀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

가장 큰 기술적 진보는 렌즈에 이미지를 투사한 것이다. 이를 위해 플라스틱이나 유리가 아닌 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 렌즈를 사용했다. 마이크로 LED 프로젝터가 렌즈에 이미지를 투사해 현실에 3D 이미지를 겹쳐 보이게 만들었다. 핸드 트래킹 기능도 있어 두 손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시선 추적 기능을 통해 내가 바라보는 쪽으로 화면이 선택된다.

오라이언은 기존 스마트안경의 기능도 갖췄다. 사진이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고, 스피커가 있어 음악을 듣거나 AI에 말을 걸어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공개된 데모 영상에는 사용자들의 반응이 담겼다. 이 중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오라이언에 대해 감탄하는 장면도 포함됐다.

이날 커넥트 2024에 참여한 개발자들 역시 오라이언을 보고 흥분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메타에서 일했던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 대표는 "10년 전 저커버그 CEO가 '10년 뒤에는 안경 형태의 AR 기기가 나올 것이라고 했는데 이것이 실현됐다"면서 "우리가 기다리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이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메타가 공개한 오라이언은 스마트폰 이후가 될 새로운 디바이스 경쟁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올해 2월 나온 애플 비전 프로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면서 업계에서는 스마트안경이 더 현실적인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용화가 코앞으로 다가온 '오라이언'이 공개된 것이다. 애플도 스마트안경으로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고, 올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AR 기기도 오라이언을 경쟁 제품으로 두고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 CEO는 오라이언이 소비자용 제품으로 나올 것이라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2027년은 되어야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리콘 카바이드 렌즈 등 고가의 부품이 많기 때문에 메타가 목표로 하는 1000달러대로 가격을 낮추는 게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날 메타는 지난해 공개한 MR 디바이스 메타 퀘스트3의 보급형 제품인 퀘스트3S도 공개했다. 지난해 공개된 제품보다 가격을 200달러나 낮춰 128GB 모델이 299.99달러로 책정됐다. 가격을 낮추면서도 애플 비전 프로의 주요 기능은 도입했다. 예약 판매는 이날 시작됐으며 10월 15일부터 판매가 이뤄진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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