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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北, 쓰레기 풍선 도발 넉달 째…출구전략 없는 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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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이달 6일 오전 강원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 한 건물 옥상에 북한이 살포한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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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 쓰레기 풍선에 대응해 국내 일각에서 군의 '살포 원점 타격'까지 거론하는 가운데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가 26일 "(양측의)위험 감소를 위해 대화를 장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엔사는 이날 최근 북한의 풍선 살포와 합동참모본부의 "단호한 군사적 조치"(23일) 언급과 관련한 중앙일보의 질의에 "유엔사는 정전 협정을 준수하고 위험 감소와 긴장 완화를 위한 기회를 만들기 위한 대화를 장려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사는 한반도에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엔사는 "비무장지대(DMZ)를 향한 어떠한 적대 행위"도 금지하는 정전 협정의 관리 주체다. 통상 정치적인 메시지를 내는 것을 지양한다. 다만 유엔사가 '위험 감소'를 거론한 것은 북측뿐 아니라 남측의 군사적 대응 가능성에 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명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앞서 유엔사는 지난 7월 국군의 대북 확성기 전면 시행과 관련해서도 "유엔사는 DMZ의 모든 활동을 모니터링 중이며, 긴장 완화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5월 28일 첫 오물 풍선을 살포한 이래 이달 23일까지 넉 달째 풍선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남북은 출구 없는 교착 상태에 빠졌다. '오물풍선 살포(5~6월)→대북 확성기 설치(6월 9일)→풍선 살포(6~7월)→확성기 전면 시행(7월 21일)→풍선 살포(8~9월)'의 대응이 이어지면서다.



"오물짝 줍게 할 것" 지시에 쓰레기 '영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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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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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이달 들어서만 10차례 풍선을 연쇄 살포했다. 동시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도발(12일·18일)까지 병행하고 있다. 군이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인 '대북 확성기 카드'를 6년 만에 꺼냈지만 북한의 '나쁜 행동'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는 북한 지도부가 남측 단체의 대북 전단 등으로 인한 체제 이완을 그만큼 우려하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실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풍선과 관련해 5월부터 최소 다섯 차례 입장을 냈다. 지난 5월 담화에서 그는 "(대북 전단은)신성시하는 우리의 사상과 제도를 헐 뜯는 정치 선동 오물"이라면서 "오물짝들을 주우면서 그것이 얼마나 피곤한가를 체험"하라고 언급했다.

그 뒤로도 김여정은 "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우리 대응 방식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7월 16일)이라고 경고했는데, 북한은 여전히 풍선 살포라는 동일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이를 두고 "대응 방식의 변화"를 위한 묘수가 없거나 새로운 형태의 도발은 자칫 남측의 군사적 대응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당국은 이달 들어 풍향과 관계없이 풍선을 날려 보내는 등 소위 대남 도발의 '타율'이 급격히 떨어진 모습이다. "한국 것들을 피곤하게 하라"는 '백두 혈통'의 지시를 관철하기 위해 무리하게 풍선을 띄우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특히 장비만 갖추면 되는 남측의 대북 확성기와는 달리 북한 병사들은 수작업으로 일일이 풍선을 띄워야 한다. 군이 장기전 측면에서 북한이 결코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하는 배경이다. 가뜩이나 물자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은 급조한 쓰레기로 풍선을 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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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는 24일 기자단에 배포한 '북한 살포 오물 분석결과' 보도 참고자료에서 북한이 이번에 살포한 오물풍선에는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최고지도자 관련 문건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사진 통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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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방에선 'MZ(2030세대) 병사' 수천 명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지뢰 매설과 수풀 불모지 작업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대북 방송에 노출되는 것도 북한 지도부 입장에선 부담이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5일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를 인용해 "북한의 'MZ세대'라고 할 수 있는 젊은 병사들은 북한 체제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김정은도 그들의 반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풍선 작전'을 대내용 매체인 노동신문에는 전하지 않고 있다.



장기화 땐 南도 부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그럼에도 풍선 살포는 남측의 민심을 직접 건드릴 수 있는 교묘한 도발"이라면서 "북한 정권 입장에선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어떻게든 이를 이어가려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군은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응해 살포 사태 초반부터 '낙하 후 수거' 방식을 고수해왔다. 북한의 하이브리드 도발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컸다. 풍선에 사격을 가하는 등 군사적 대응을 하면 이를 구실 삼아 북한이 더 큰 도발을 할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었다.

대신 정부는 지난 6월 북한의 풍선 살포와 탄도미사일 도발,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등을 묶어 '9·19 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전부 효력정지'를 의결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 내 포병 사격과 군사분계선(MDL) 5㎞ 내 여단급 기동훈련을 복원했다. 북한의 풍선 살포에 직접 대응하는 모양새는 취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군사적 조치를 취한 셈이다. 군 내부에선 내심 오물 풍선을 계기로 접적 지역 군사 훈련과 대북 심리 작전 등 이전 정부서 제약 받았던 '족쇄'가 풀렸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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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오물풍선에 대응한 대북전단 살포,와 확성기 가동 등으로 남북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지난 6월 인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개풍군 야산에 북한의 대남 확성기로 보이는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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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풍선 사태가 장기화하면 한국 정부도 국내 여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풍선이 일상화 되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될 수 밖에 없고, 북한의 대남 확성기 방송에 대한 접적 지역 주민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인천 강화군에서는 북한이 소음 대남 방송을 송출하면서 일부 주민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대여섯개가 서울 용산 대통령실 상공을 통과한 지난 23일 합참은 '대국민 성명'에 가까운 입장문을 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스럽고 치졸한 행위"이며 "우리 국민에게 불편과 불안감을 조성하여 남남갈등을 유발하려는 저급한 행위"라는 내용이었다.

동시에 군은 "일부에서는 공중 격추 등의 물리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군 차원의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며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거론한 건 국내 일각의 강경 대응론을 의식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 군은 이날 입장문을 대북 확성기 방송에서 주요 뉴스로 다루지 않았다. 해당 입장문이 북측을 향한 직접 경고의 의미라기보다 국내 여론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한·미 갈라치기 도발 우려"



풍선 살포와 같은 북한의 하이브리드 공격에 미측이 즉각 강경 대응하기 어렵다는 점도 쉽지 않은 대목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북한의 '대남 단절 노선'이 뚜렷한 상황에서 미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북한이 미국에는 영향이 크지 않고 남측에만 타격을 주는 '한·미 간 갈라치기 도발'의 수위를 점차 높여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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