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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조현상 리더십 시작부터 흔들? HS효성 시작은 불안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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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그룹에서 야심 차게 분리한 HS효성 스타트가 불안하다. 신설 지주사 HS효성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면서 故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삼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리더십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매경이코노미

HS효성첨단소재가 최근 미국 샌디에이고 ‘CAMX 2024’ 전시회에서 선보인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 오른쪽은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HS효성 제공,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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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효성 주가 하락

시초가 대비 60% 이상 떨어져

HS효성 주가는 출범 이후 줄곧 하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9월 19일 기준 4만12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7월 29일 시초가(11만8000원) 대비 60% 이상 떨어졌다. 기관 투자자들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HS효성은 코스피200지수에서 제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HS효성 주가가 급락한 배경은 뭘까. 핵심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 실적 전망이 불안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7월 1일 공식 출범한 HS효성은 HS효성첨단소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HS효성토요타, HS효성더클래스, HS효성비나물류법인, 효성홀딩스USA, 광주일보 등 7개 계열사를 뒀다. 지난해 기준 매출 규모는 7조원, 자산은 5조원 수준이다. HS효성은 최근 새 기업 이미지(CI·Corporate Identity)까지 내놨다. ‘새벽별’이라는 뜻인 효성의 사명을 별의 이미지로 나타냈고, 오랜 세월 뿌리내린 나무처럼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겠다는 의지가 초록색으로 표현됐다.

HS효성 핵심 계열사인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형태를 잡아주고 내구성을 보강하는 섬유 재질 핵심 소재인 타이어코드 세계 1위 업체다. 지난해 3조2023억원 매출을 기록하면서 효성그룹 내 알짜 계열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2000년 효성그룹에 입사한 후 첨단소재의 전신인 산업자재PG장, 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2021년부터 HS효성첨단소재 사내이사를 맡으며 책임 경영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수익성은 좋지 않았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부진으로 주력 시장인 북미, 유럽 수요가 줄어들면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724억원에 그쳐 2022년(3151억원) 대비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올 들어서도 중국의 저가 공세 여파로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2분기 영업이익은 658억원으로 전년 대비 늘었지만 시장 눈높이에 못 미쳤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효성그룹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던 만큼 계열 분리가 향후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HS효성첨단소재 부채비율이 300%를 넘어 재무건전성이 취약한 점도 악재다.

이 여파로 HS효성첨단소재 주가도 연일 하락세다. HS효성첨단소재 주가는 인적분할이 이뤄진 7월 1일 36만8000원에서 9월 19일 27만4000원으로 20% 이상 급락했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2분기 HS효성 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급감했다. 하반기에는 계절적 비수기, 중국의 저가 제품 출시 영향으로 수요가 둔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쟁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특허 소송을 진행 중인 점도 악재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올 초 미국 캘리포니아주 중부지방법원에서 타이어코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HS효성은 기각 신청을 했지만 코오롱이 지난 6월 추가 증거를 더한 수정 소장을 제출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타이어코드는 HS효성첨단소재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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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상 부회장 홀로서기 눈길

탄소섬유 사업에 기대

HS효성 출범 초기부터 불안한 모습이지만 무작정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 효성첨단소재의 경우 신성장동력인 탄소섬유 사업에 거는 기대가 크다. 탄소섬유는 철보다 무게가 4분의 1 정도로 가볍지만 강도는 10배 이상 강해 자동차 부품, 고압용기 등에 주로 쓰인다. 효성첨단소재는 2013년부터 탄소섬유를 생산해오면서 연산 1만1500t 생산능력을 갖췄다. 향후 1조원을 투자해 탄소섬유 생산능력을 2028년 2만4000t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최근 타이어코드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지만 전기차 전용 타이어코드 소재를 개발해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거는 기대도 크다. 효성첨단소재는 SK케미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와 함께 순환 재활용 페트(PET)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 ‘아이온(iON)’을 내놓기로 했다. 재활용, 재생 등 지속 가능한 원료 비중이 45%에 달하는 타이어다. 이 과정에서 효성첨단소재의 타이어코드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기차는 400㎏ 넘는 배터리를 싣고 다니는 만큼 무게를 버티기 위해 가볍고 내구성이 우수한 타이어코드가 각광받는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친환경 타이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36억8000만달러에서 2033년 857억9000만달러로 연평균 10%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여세를 몰아 신흥 시장인 인도 타이어코드 생산공장 투자도 늘릴 계획이다. 조현상 부회장은 “인도를 타이어코드 핵심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다른 계열사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역할도 주목을 끈다. 조현상 부회장은 분할 이전 이 회사 감사를 맡아오다 분할을 앞둔 지난 4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HS효성 자회사 중 자산 기준 두 번째 규모인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경영 참여를 활발히 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HS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은 효성그룹과 미국 히타치밴타라가 합작해 설립한 기업이다. 두 회사 지분율은 50 대 50이다. 하드웨어 공급 업체에서 ICT 통합 인프라 솔루션 업체로 탈바꿈해 금융, 제조, 통신 등 업종에 걸쳐 약 950여개 고객사에 스토리지,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중이다. 히타치의 서버·스토리지 제품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클라우드 등 IT 인프라 구축 솔루션을 제공한다.

국내 하이엔드 스토리지 부문에서 오랜 기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매년 2000억원가량 매출과 150억원 안팎 영업이익을 꾸준히 내는 알짜 기업으로 분류된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이 완전한 홀로서기에 안간힘을 쓰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故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장남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최근 보유한 HS효성 주식 전량을 시간외매매로 조현상 부회장에게 넘겼다. 이를 통해 조현상 부회장의 HS효성 지분은 55.08%를 넘겼고, 이제 조현준 회장이 보유한 주식은 한 주도 없다.

공정거래법상 친족 간 계열 분리를 위해서는 상장사 기준 상호 보유 지분을 3%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 조현상 부회장이 명실상부한 HS효성 총수로 자리 잡으며 계열 분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HS효성 계열사 실적이 불안한 만큼 조현상 부회장이 섣불리 회장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점도 변수다.

“조현상 부회장은 공식적인 HS효성 총수인 만큼 회장 승진 문제는 급하지 않다는 것이 내부 컨센서스다. 하지만 효성그룹과 비교해 HS효성의 규모가 워낙 적고 실적도 불안해 우량기업 인수합병(M&A) 등으로 덩치를 키우는 등 하루빨리 회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듯싶다.” 재계 관계자 귀띔이다.

[김경민 기자 kim.kyungmin@mk.co.kr,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77호 (2024.09.25~2024.10.0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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