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밀린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제79차 유엔총회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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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다. 당장 중동과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개의 전쟁’에 집중하느라 빠뜨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수위가 올라간 북한의 도발 위협을 짐짓 무시하려는 의도일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유엔총회 연설에서 국제사회가 합심해야 할 지정학적 문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가자지구 전쟁 △중국의 강압 △이란의 대리 세력 △수단 내전을 지목했지만 북한은 포함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뒤 매년 유엔총회 연설 때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자국의 비핵화 외교 노력을 강조해 왔다. 2021년 첫 연설은 야심 찼다.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추진을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 한반도 및 역내 안정을 증진하고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할 실질적 약속이 담긴 실행 가능한 계획을 향해 구체적인 진전을 추구한다”고 선언했다.
2022년에는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시작하려는 우리 노력에도 북한은 계속 유엔 제재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지난해 연설에서는 “우리는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를 꾸준히 위반하는 것을 규탄한다. 하지만 한반도에 비핵화를 가져올 외교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언급 대상에서 이례적으로 누락된 것은 바이든 대통령의 퇴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몇 달 뒤면 퇴임인데도 그는 가자에서 휴전에 이르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방향을 바꿀 시간이 아직 남았음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는 현안에 집중하는 게 더 낫다고 바이든 대통령이 판단했으리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이날 연설에서 “우리는 혼자일 때보다 함께할 때 더 강하다”며 우크라이나·중동 전쟁을 끝내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연구소를 현지지도했다고 13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평양=노동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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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의 기싸움 차원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용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TEL)를 공개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방문하는가 하면 탄도미사일 발사도 지속하는 등 미국 대선을 앞두고 북한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와중에 연설을 했기 때문이다. 의도적 침묵이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7월 민주당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 대통령 자격으로 유엔총회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다. 그는 “나는 내 직업을 사랑하지만 내 나라를 더 많이 사랑한다”며 총회에 모인 정상들에게 “우리는 권력을 유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어떤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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