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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美대선 핵심 승부처된 노스캐롤라이나…'공화당 텃밭'서 초접전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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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맞붙은 카멀라 해리스(오른쪽)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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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명운을 가를 핵심 승부처로 펜실베이니아에 이어 노스캐롤라이나가 급부상하고 있다. 7대 스윙스테이트(경합주) 중에서도 공화당세가 비교적 강했던 곳인데 최근 지역 민심이 흔들리면서 격전지로 변화했다.

노스캐롤라이나에는 선거인단 16명이 할당돼 7대 경합주 가운데 조지아(16명)와 함께 펜실베이니아(19명) 다음으로 많다. 펜실베이니아ㆍ미시간ㆍ위스콘신 등 북동부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모두 승리하면 사실상 당선 안정권이 된다. 반면 트럼프에게 노스캐롤라이나는 반드시 사수해야 할 선벨트(일조량이 풍부한 남부 지역) 중 하나다.

미국 동남부의 노스캐롤라이나는 대선 때마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표차가 크지는 않았지만 대부분 공화당 손을 들어준 ‘레드 스테이트’(공화당 텃밭)다. 1968년부터 2020년 대선까지 이 지역에서는 지미 카터(1976년), 버락 오바마(2008년) 전 대통령 등 두 번을 빼고는 모두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승부에서 7대 경합주 중 6곳을 이겼던 2020년 대선 때도 유일하게 패배했던 곳이 노스캐롤라이나였다.

하지만 민주당 지지세가 심상치 않게 이어지면서 선거 예측 기관 ‘사바토의 크리스털 볼’은 지난 8월 ‘공화당 우세 지역’으로 분류했던 노스캐롤라이나를 ‘경합 지역’으로 조정했다. “이 지역의 해리스 지지율이 다른 경합주 조지아보다 더 잘 나오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공화당 주지사 후보 막말 논란, 표심 영향



여기에 공화당의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로 출마한 마크 로빈슨(현 노스캐롤라이나 부지사)의 막말 논란도 지역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잇따른 기행과 돌출 발언으로 화제를 몰고 다니며 ‘흑인 트럼프’로 불리기도 했던 로빈슨은 과거 한 포르노 사이트에서 ‘블랙 나치’라 자처하고 노예제 부활을 찬성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CNN 보도가 나오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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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인 마크 로빈슨(현 노스캐롤라이나 부지사)이 지난달 14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양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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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슨은 경쟁 상대인 민주당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 조시 스타인 측의 노골적인 거짓말과 정치 공작이라며 반박했지만, 최근 선거 캠프 수석보좌관과 재무 책임자 등 4명이 물러나는 등 캠프가 내홍에 휩싸였다. 로빈슨은 선거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데 지지율에서 조시 스타인에 10%포인트 이상 뒤처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미 언론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로빈슨 후보를 둘러싼 논란은 초접전 양상인 대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한때 로빈슨을 “스테로이드를 맞은 마틴 루터 킹 목사”라며 치켜세웠지만, 최근 논란 때문인지 지난 21일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가진 유세에 로빈슨 후보는 불참했다. 트럼프는 당일 유세에서 “노스캐롤라이나는 며느리 라라(차남 에릭 트럼프의 배우자)의 고향”이라며 이 지역 유권자에 공을 들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선 캠프는 트럼프가 여전히 로빈슨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즉답을 피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22일 보도했다.



노스캐롤라이나서 해리스 46%-트럼프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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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두 팔을 벌리며 환하게 웃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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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캐롤라이나의 현재 판세는 어느 한쪽의 우위를 단언하기 힘든 초접전 양상이다. 일론대학과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24일 공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 해리스(46%)와 트럼프(45%)는 오차범위 내에서 치열하게 경합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NYT)가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여론조사를 종합한 뒤 자체 보정 프로그램을 가동해 낸 평균치에서 해리스와 트럼프는 모두 48%로 동률을 기록했다.

해리스 대선 캠프는 당초 열세로 분류됐던 이 지역에서 여성과 흑인 유권자 지지층이 결집하며 대등한 싸움을 벌이자 유권자 접촉면을 더욱 넓히며 화력을 늘리고 있다. 트럼프는 24일 조지아주 서배나에서 한 연설에서 지역 밀착형 공약을 제시하며 경합주 유권자에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트럼프를 찍으면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엑소더스를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공개된 전국 단위 여론조사에서는 해리스의 ‘박빙 우세’ 흐름이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CNN과 여론조사업체 SSRS가 지난 19~22일 전국 등록 유권자 20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48%로 트럼프(47%)를 오차범위 내인 1%포인트 차로 앞섰다. 또 로이터통신과 입소스가 21~23일 전국 성인 1029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 결과에서는 해리스가 46.61%로 트럼프(40.48%)에 6.13%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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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윌밍턴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마친 뒤 가벼운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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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브래스카주 선거제 개정 추진 무산



한편 트럼프 캠프 측이 추진해온 ‘네브래스카주 선거인단 승자독식제 부활’은 제동이 걸렸다. 공화당 소속 짐 필렌 네브래스카 주지사가 이날 선거제 개정을 위해 필요한 주 상ㆍ하원 특별 입법 절차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다.

네브래스카는 배정된 선거인단 5명 중 2명은 주 선거 승자에게 배분하고 나머지 3명은 지역구 3곳의 투표 결과에 따라 배분하는데 주 최대 도시 오마하를 포함한 2지역구는 민주당 지지세가 상당하다. 초박빙 판세에서 선거인단 1명이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측은 전통적으로 공화당세가 강한 네브래스카주에서 승자독식제를 추진하면 선거인단 5명을 모두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보고 선거제 개정을 추진해 왔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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