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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개성공단 연결도로에 20m 방벽…'남북 교류 상징' 막아버린 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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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합동참모본부가 공개한 북한군의 전선지역 교량작업 모습. 합참은 북한이 4월경부터 북방한계선 등 전선지역 수 개소에서 다수병력을 투입해 경계력 보강 일환 불모지 조성, 지뢰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으로 보이는 미상 구조물 설치 등 다양한 형태의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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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의선 도로를 원천 차단하는 대형 구조물을 여러 개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미국의소리(VOA)가 25일 보도했다. “북남(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인 경의선 우리 측 구간을 완전히 끊어 놓으라”(올해 1월)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북한이 남측과의 단절 의지를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VOA는 이날 민간 위성인 ‘플래닛 랩스’의 지난달 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경의선 도로에 대형 방벽 3~4개를 건설했다”고 전했다. 이 구조물들의 용도는 분명치 않지만, 약 15m 간격으로 세워졌으며 20m 폭의 도로를 완전히 막는 구조라고 VOA는 전했다. 남북 군사분계선(MDL)을 기준으로 북쪽 약 320~350m 지점에 세워졌다.

경의선 도로는 남측으로 2.1㎞ 를 가면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역이 나오고 북측으로 3.5㎞를 가면 개성공단 출입구로 이어진다. 이곳은 개성공단이 가동되던 시기 공단 직원들과 남측 정부 관계자가 개성공단으로 넘어가기 위해 이용해 온 통로였다.

이런 도로에 북한이 ‘장벽’으로 보이는 대형 구조물 여러 개 세웠다는 건 남북 간 통행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김정은은 올해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0차 회의 시정연설에서 “북남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존재하던 경의선 우리 측 구간을 회복 불가능한 수준으로 물리적으로 완전히 끊어 놓으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라고 못 박기도 했다.

경의선 도로를 막은 구조물들도 이 시기부터 지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2월 또 다른 민간위성인 에어버스가 촬영한 위성 사진에 경의선 도로 한복판에 8곳에 걸쳐 가로로 길게 흙이 파헤쳐 진 모습이 찍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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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202년 6월 개성의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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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개성공단을 재건하는 동향도 속속 포착됐다. 2020년 6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한 개성공단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의 잔해는 완전히 정리됐고, 북측이 공단 내 각종 건물을 철거하거나 출입구를 새로 지은 모습이 민간 위성에 찍혔다.

북한은 최전방 군사분계선(DMZ) 일대에서도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올해 4월을 전후해 병사 수 천명을 동원, MDL 부근에 수풀을 제거한 뒤 철조망을 세우고 있다. 이어 MDL을 따라 지뢰를 매설하고, 북방한계선 부근엔 대전차 방벽도 여러 개 만들었다.

북한이 남북 관계의 법적·물리적 단절을 시도하면서 내달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논의될 북한의 새 헌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부 안팎에선 김정은이 남측과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 체제 이완을 단속하는 동시에 필요에 따라 대남 도발의 빌미를 마련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영교·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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