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5 (수)

“유엔 뭐하나 이스라엘 제재하라” 성난 중동·아프리카 국가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스라엘, 제노사이드 범죄 중단해야”

에르도안, 네타냐후를 히틀러에 비교하며
유엔 차원의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 촉구
이스라엘, 강력 반발 “부끄러운 줄 알라”

25일 ‘레바논 문제’ 안보리 긴급회의


매일경제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AP연합]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유엔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정상들이 이스라엘을 향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이스라엘이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을 단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쟁을 강행하고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에 비교하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나왔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공세 수위를 낮추지 않는 데에서 나아가 레바논에서 ‘삐삐(무선호출기)·무전기 폭발’ 등 대담한 공격을 감행한 이스라엘의 국제사회에서의 입지가 좁아진 형국이다.

2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 일반토의 첫날 연설에 나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한 명백한 제노사이드인 인종청소를 실행하고 그들의 땅을 단계적으로 점령했다”고 비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를 히틀러에 비교하며 “70년 전 히틀러가 인류의 동맹에 의해 저지된 바와 같이 네타냐후와 그의 ‘살인 네트워크’도 인류 동맹에 의해 저지돼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스라엘에 대한 유엔 차원의 강제 제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유엔총회 일반토의는 유엔 193개 회원국 정상과 총리, 장관 등 대표들이 총회장 연단에 올라 약 15분 동안 글로벌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다자간 외교 무대다.

오는 30일까지 이어지는 올해 일반토의에선 약 1년이 된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가자전쟁과,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이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에르도안 대통령 다음 연사도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서 무차별한 공격으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냈다”며 “최근 며칠 레바논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류는 더 이상 가자지구 주민들을 실망시켜서는 안 된다”며 유엔과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대응을 촉구했다.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시니 카타르 군주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가장 야만적이고 가혹하며 광범위한 침략에 직면했다”며 “이번 분쟁은 제노사이드 범죄”라고 밝혔다.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은 “가자지구에 집단적인 응징에 나선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을 막기 위해 국가들이 행동해야 한다”며 ‘두 국가 해법’을 강조했다. 앞서 남아공은 이스라엘을 제노사이드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한 바 있다.

이스라엘은 유엔총회에서 중동과 아프리카 정상들이 일제히 자국을 비난한 데 대해 반발했다. 대니 다논 주유엔 이스라엘 대사는 특히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히틀러 비유에 대해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발언”이라고 했다.

긴장 완화에도 열려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논 대사는 이날 오후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중요한 세력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으려고 시도 중이고 우리는 그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있다”며 “우리는 어디에서도 지상 침공을 하고자 하지 않고 외교적 해결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소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 휴전 협상 타결을 촉구하고,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충돌이 전면전의 위기로 치닫고 있음을 지적한 뒤 “전면전은 누구에게도 도움 되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가자지구, 우크라이나, 수단 등 분쟁 지역에서 벌어지는 참상을 언급하고 “감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면책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정부와 단체들이 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사실상 전면전에 진입한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사이 충돌에 대해 “레바논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며 “레바논 사람들, 이스라엘 사람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은 레바논이 또 다른 가자지구가 되는 걸 감당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은 25일 안보리 긴급회의를 열고 레바논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유엔에 따르면 9월 안보리 의장국인 슬로베니아가 정식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7일 발발한 가자전쟁으로 인해 가자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 4만1467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는 9만5921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3일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해 레바논에서는 지금까지 569명이 숨지고 1835명이 다쳤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인질 약 100명을 가자지구 지하 터널 등에 억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30여명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하마스는 이스라엘군(IDF)이 인질 6명의 소재를 파악하고 구출 작전에 나서자 땅굴에서 인질 모두를 총살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