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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정부 ‘유급 불가’에… 일부 의대 “수업 안들어도 시험 통과땐 진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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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못찾는 의료공백 7개월]

의대생 집단유급땐 후폭풍 심각

내년 1학년 7500명 같이 수업 듣고… 신규 의사 3000명 배출 차질 불가피

의대들 학칙 바꾸며 고육책 부심… 학생들 “어떻게 시험만 보나” 불만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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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생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고 교육부가 ‘골든타임’으로 설정한 9월이 지나며 대학들 사이에선 ‘집단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집단유급이 이뤄질 경우 내년 신규 의사 3000명이 배출되지 않고 내년에 예과 1학년이 되는 의대생들은 7500여 명이 수업을 들어야 한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수업도 안 듣고 시험도 안 보는데 진급시키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일부 대학의 경우 “수업은 안 들어도 시험은 봐야 진급시켜 주겠다” 등의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

● 교육부 “11월 중순부터 수업해도 가능”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달 3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9월이 의대생 복귀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에 따르면 매 학년도 수업일수는 30주 이상이지만 오전 오후로 나눠 수업할 경우 15∼20주에 수업을 마칠 수 있다”며 “9월까지 돌아오면 좋겠지만 11월 중순에 와도 내년 2월 말까지 학년을 마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수업에 출석한 의대생은 전체의 2.8%에 불과한 실정이고 11월까지 돌아올 가능성도 높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집단 유급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유급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육부가 집단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하는 건 예과 1학년과 본과 4학년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후폭풍 때문이다. 예과 1학년 학생이 유급되면 내년에 늘어난 신입생까지 합쳐 7500여 명이 앞으로 6년 동안 함께 수업을 들어야 한다. 증원에 따른 시설 및 교원 확충이 이뤄지기도 전에 지난해 대비 2.5배의 학생이 수업을 듣게 돼 부실 교육 논란이 불가피하다. 또 본과 4학년이 유급될 경우 의사 국가시험(국시)을 통과한 신규 의사 3000여 명이 배출되지 않으면서 공중보건의와 군의관 및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된다.

● ‘시험 보면 진급’ 고육지책 내놓는 대학

교육부는 올 7월 내놓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에서 ‘2024학년도에 한해 의대생은 유급을 시키지 않는다’는 식으로 학칙을 바꾸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한 수도권 사립대 관계자는 “수업도 안 듣고 시험도 안 본 학생을 진급시키는 건 교육 원칙에 안 맞는다. 학칙 개정도 타 단과대에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가톨릭대 의대의 경우 타협안으로 학사시행세칙을 고쳐 출석 미달로 인한 유급은 시키지 않는 대신 연말 시험에 응시해 70점 이상을 받으면 진급할 수 있게 했다. 이 대학 관계자는 “교육부 방침에 따라 고민 끝에 나온 안”이라며 “우리 대학의 경우 의대와 다른 대학 규정이 분리돼 있어 개정이 가능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점수 미달 시 유급은 가이드라인에 어긋난다”는 입장이고, 재학생 사이에선 “수업을 안 듣고 어떻게 시험을 보란 말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대학 사이에선 정부가 계속 유급 불가 방침을 고수할 순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1993년, 1996년 한의대생들이 수업을 집단 거부했을 때도 정부와 대학이 시한을 여러 차례 연장하며 설득했지만 결국 대부분이 유급됐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한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과 의사 배출이 중단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만큼 유급이 현실화될 경우 큰 충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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