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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위암 원인 ‘헬리코박터균’, 치매 발병률도 3배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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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이 혈관뇌장벽 통해 뇌에 영향… 위궤양 진단 후 6개월 내 치료를

특별한 증상 없지만 재발 가능성… 술-담배 줄이는 등 예방이 중요

동아일보

헬리코박터균이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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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암을 일으키는 원인균은 헬리코박터균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다행스럽게 항생제로 제균 치료가 가능하며 제균 치료를 할 경우 위암 발생률을 50%가량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아 약 45%에 이르는데 제균율은 23%에 그치는 실정이다.

헬리코박터 위궤양 환자, 치매 위험 3배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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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코박터균은 소화성궤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균으로 위와 십이지장 점막에 서식한다. 혈관뇌장벽을 통과해 뇌 내 신경 염증을 유발하고 알츠하이머병의 주요 병리인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의 침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한 헬리코박터 감염 소화성궤양은 신경세포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고 장내 균총에 변화를 일으켜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동우 교수, 여의도성모병원 뇌건강센터 임현국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55∼79세 총 4만7628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 여부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도를 연령 분포별로 평가했다.

해당 연령 범위에서 최초 분석 결과 소화성궤양 환자는 건강 대조군과 비교해 5년, 10년 추적 관찰에서 고혈압, 당뇨병, 허혈성 심질환, 고지혈증과 같은 치매 위험인자를 통제한 뒤에도 전반적인 치매 발병 위험도가 3배가량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연령별 세부 분석 결과 60대와 70대의 연령 분포에서 특히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의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제균 치료로 위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 연구팀은 제균 치료 시기와 치매 위험도도 평가했다. 위궤양 진단 이후 6개월 이내에 제균 치료를 시작한 조기 제균 치료군과 1년 이후에 제균 치료를 시작한 지연 제균 치료군을 5년, 10년 추적 관찰해 치매 관련 위험 요인을 통제한 뒤 치매 발병 위험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제균 치료가 지연된 군은 적시에 제균 치료가 시작된 군과 비교해 치매 발병 위험도가 2배 이상 높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헬리코박터 감염은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우리나라 성인의 50∼60% 이상 가지고 있는 질환이다. 헬리코박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양배추, 브로콜리, 사과 등 위장 건강에 좋은 음식을 섭취하며 담배, 술, 과식 등 해로운 습관은 피해야 한다.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는 주로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복용한다. 치료 후 세균이 완전히 제거됐는지 확인이 필요하며 재발할 수 있으므로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강 교수는 “연구는 소화성궤양 질환과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치매 위험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한 초기 연구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신경 퇴행성 질환의 병인과 연관성을 제시했으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발효 음식이나 매운맛을 즐기는 한국의 전통적인 식습관이 위점막을 자극해 헬리코박터균 감염을 높일 수 있으며 최근 진단 기술의 발전으로 감염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만큼 장 건강뿐 아닌 뇌 건강을 위해 조기 진단과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헬리코박터균 검사, 스위핑(쓸어 담는)으로 가능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이기명·노충균 교수팀은 기존의 조직검사가 아닌 ‘스위핑 방법’을 이용한 진단법이 제균 치료 후 확인 검사로 유용함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스위핑 방법은 내시경을 통해 위장 내 점액을 쓸어 담아서 채취하는 새로운 방법으로 기존의 신속요소분해효소검사법의 일종으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진단 키트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 현재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위 점막 조직을 뗀 후 진단 키트에 넣어 색의 변화를 보는 신속요소분해효소검사법이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에서 더 나아가 내시경 추적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제균 치료 후 균주 수가 급격하게 감소한 상태에서도 기존의 요소호기검사에 비해 민감도가 2배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헬리코박터균의 경우 내시경으로 진단하고 제균 치료 후 확인 검사는 내시경 없이 환자가 내뿜은 숨을 모아 진단 키트 검사를 하는 요소호기검사를 한다. 반면 제균 치료 후 내시경 추적을 해야 하는 경우, 즉 염증이 심하거나, 궤양이 있거나, 위암을 내시경이나 수술로 제거한 사람들은 내시경과 함께 요소호기검사 모두 시행했다.

이에 연구팀은 “이 새로운 방식이 기존 조직 채취 방법의 단점을 극복하고 치료 전, 치료 후 모두 매우 유용한 검사법임을 확인했다”며 “특히 위 점막 조직 채취로 인한 손상이 없어 항응고제, 항혈전제를 복용 중인 환자도 안전하게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 강한 산성 환경에서 죽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특이한 균주로 이 균이 생존 및 정착하는 과정에서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해 소화성 궤양, 위말트림프종, 위암 등을 일으킨다. 이기명 교수는 “아주대병원은 2020년부터 이 새로운 방식으로 헬리코박터균을 진단하고 있다”며 “이번 연구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에 소개되면서 헬리코박터균의 유용한 새로운 진단법으로 인정받고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소희 기자 ash03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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