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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5 (수)

독대 논란속 만찬 회동 … 尹·韓 갈등 또 '어색한 봉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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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청년 취업지원 대책 당정협의회에 참석해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한동훈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회동이 추석 연휴 이후로 한 차례 미뤄진 데다 주말 새 이른바 '독대' 논란이 불거지면서 무거운 분위기에서 만남이 이뤄진 셈이다. 윤 대통령은 만찬 시작과 함께 한 대표에게 덕담을 건네면서 화합 분위기를 연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국민의힘 지도부 16명과 한꺼번에 마주했다.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등이 일제히 참석했다. 대통령실에서도 정진석 비서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성태윤 정책실장과 수석비서관 8명 전원, 정혜전 대변인 등 12명이 배석했다. 참석자 전원은 '노타이' 정장 차림이었다.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으며 마지막에 만찬 장소에 등장한 윤 대통령은 "잘 지내셨나"라는 안부 인사를 건네며 한 대표와 가장 먼저 악수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오늘 처음이다. 2022년 가을에 (장소가)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처음"이라며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배는 술 대신 오미자 주스로 대신했다.

이날 만찬회동은 지난 7월 24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이튿날 신임 당 지도부와 만난 이후 꼭 두 달 만이다. 당정은 당초 당 지도부 인선이 완료된 직후인 지난달 30일 두 번째 만찬을 계획했으나, 대통령실에서 "추석 연휴 민심을 듣는 게 우선"이라며 추석 연휴 이후로 회동을 미루기로 했다. 당시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2025년도 의대 증원 계획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것이 회동 연기의 원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날 회동에서는 윤 대통령의 체코 순방 성과 공유, 여야 관계, 국정감사 등이 주요 대화 주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에서도 추석 기간 파악한 민심과 정부에 대한 건의 사항을 일부 전달했다고 한다.

한 대표는 이번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독대할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지만, 대통령실에서 "추후 협의하겠다"며 우회적으로 거절 의사를 나타내면서 분위기가 미묘해졌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에 독대 의사를 전하며 의대 증원,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 채상병 특검 등을 사전 의제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윤 대통령은 환대 목적의 만찬회동 전에 합의나 결론을 내리기 어려운 주제로 한 대표와 대화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의료개혁 없이는 국민 생명·건강을 지키는 지역균형 필수의료 체계를 재건할 수 없다"며 개혁 의지를 재확인했다.

한편 독대 논란을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 대표 사이의 갈등이 다시 표면화되자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다툼도 거칠어지기 시작했다. 당내 갈등을 분출시킨 방아쇠는 독대 요청을 누가, 왜 공론화했는지다. 친윤계는 한 대표 측이 용산을 압박하기 위해 독대 문제를 이슈화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맞서 친한계는 민심 전달을 위한 요청일 뿐 대통령 흠집 내기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친윤계이자 전 국민의힘 대표인 김기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독대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사전 유출돼 주요 뉴스가 된다는 사실 자체가 납득이 잘 되질 않는다"며 "차기 대권을 위한 내부 분열은 용인될 수 없는 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당은 윤석열 정부를 성공한 정부로 만드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친한계는 독대 요청이 알려진 방식을 두고 친윤계 등이 날 선 반응을 보이는 것을 비판했다.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누가 먼저 그걸 (언론에) 이야기했든지 간에, 다소 부적절한 면이 있다 하더라도 형식 또는 절차가 내용에 앞서갈 문제인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역시 독대 요청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일각에서 흘렸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도 야당은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을 비판하며 여권에 김 여사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여론전을 통해 당정 갈등의 틈새를 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 여사를 향해 "전생에 양파였느냐. 까도 까도 끝없이 나오는 양파 껍질처럼 의혹들이 줄줄이 터져 나온다"고 비판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추가 설명 없이 사자성어인 '군주민수(君舟民水)'를 적었다.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란 뜻으로 백성이 군주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겨냥한 글로 해석된다.

[안정훈 기자 / 김명환 기자 / 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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