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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확전 경고' 의연했던 접경 주민도 피란… 이스라엘 공습에 얼어붙은 레바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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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4명 사망' 참상에 전면전 공포 확대
피란 행렬에 도로 막히고 연료 고갈돼
사법 의료 교육 등 행정 체계 일시 정지
한국일보

레바논 구호당국 관계자들이 23일 수도 베이루트 남부 교외 지역에서 이날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아 폐허가 된 건물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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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에 이어 학살, 또다시 대학살이 이어졌다."

레바논 남부 나바티예의 응급구조대원인 아부디는 23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스라엘군 공습에 따른 인명 피해 참상을 이같이 표현했다. 이날 이스라엘 공격을 받아 사망자가 속출한 레바논 현지 모습이 '대학살 현장'을 방불케 했다는 얘기였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 목표물 1,300곳을 겨냥해 미사일을 쏟아부었고, 이튿날인 24일까지 레바논인 최소 564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루 사망자 수 기준으로 1975~90년 레바논 내전 이래 최다 피해였다.

FT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사람들이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피투성이가 된 채 끌려 나오는 영상이 파다하다"며 "레바논 수십 년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났던 날"이라고 강조했다.

"도로와 주택에도 미사일 쏟아졌다"


공습 생존자들은 전례 없이 강렬했던 포격을 회상하며 몸을 떨었다. 한 나바티예 주민은 "새벽 6시 폭탄 터지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사방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서워서 도망칠 엄두도 내지 못했다"고 영국 BBC방송에 말했다. 미사일은 민간 도로·주택에도 떨어졌고, 공격받은 건물은 폐허처럼 무너져 내렸다. 공습이 집중됐던 레바논 동부·남부 지역 병원은 사상자가 밀려들며 포화상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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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남부 가지예 지역에서 수도 베이루트로 가는 고속도로가 23일 이스라엘군 공습을 피해 피란 가는 주민들 차량으로 정체돼 있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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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피란도 시작됐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가자전쟁 개전 이래 쏟아졌던 '확전 위기 경고'에도 끝까지 집에 남아 있던 외곽 지역 주민 수만 명이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며 수도 베이루트로 대피하기 시작한 것이다. 나바티예 인근 지역 주민 기나게 하미에는 "23일 이스라엘군으로부터 '긴급 대피하라'는 경고 전화를 받았지만 전쟁(심리전) 일환으로 생각해 무시했다"며 "잠시 후 마을이 진짜로 공습을 받았고 이제는 피란 짐을 싸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레바논에 안전한 곳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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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레바논 가족이 23일 이스라엘군 대규모 공습 이후 남부 항구도시 시돈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시돈=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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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란민이 몰린 베이루트는 혼란에 빠졌다. 베이루트로 가는 고속도로 곳곳이 정체됐고, 연료 값이 치솟았으며, 상점 식료품이 거덜났다고 BBC는 전했다. '수도는 비교적 안전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어렵사리 베이루트에 도착한 피란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피란민은 BBC에 "이스라엘은 모든 곳에 폭격을 가할 것"이라며 "레바논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레바논 행정도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레바논 사법당국은 24일부터 모든 법원 및 사법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고 레바논 국영 NNA통신이 전했다. 레바논 동부·남부 병원들은 비응급 수술을 전면 중단하고 사상자 대응에 모든 자원을 총동원한 상태다. 미국 CNN방송은 "학교 상당수도 수업을 중단한 채 피란민 캠프가 됐다"고 설명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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