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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계산된 통신망 파괴? 폭격 퍼붓는 이스라엘…헤즈볼라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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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24시간 동안 헤즈볼라 시설 1300개 타격…
사망자 500명 육박, 2006년 2차 레바논 전쟁 후 최대…
"헤즈볼라, 국경지대 철수 고려할 만큼 군사력 약화" vs
"이란 지원 등으로 전열 갖춰 이스라엘과 지상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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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레바논-이스라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레바논 마르자윤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폭발이 일어나고 있다./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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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의 전운이 가자지구에서 레바논으로 향한 가운데 현지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군의 연이은 공격으로 위기에 직면했다. 무선호출기(삐삐), 무전기 폭발과 미사일 공습으로 통신망과 지휘체계, 군사력 등이 크게 약화했다. 헤즈볼라가 남은 군사 자산과 지도력 유지를 위해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의 철수도 고려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주요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번 공습이 헤즈볼라의 분노를 더 자극해 사기를 더 키우는 역효과를 냈고, 헤즈볼라가 오히려 이스라엘과의 지상전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망한다. 헤즈볼라는 현재 가자지구 휴전 전까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을 멈추지 않겠다며 미사일 발사 등 반격에 나서고 있지만, 이스라엘의 공중 작전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점점 거세지는 공격

23일(현지시간) AP통신·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남부 도시 공습으로 최소 492명이 사망하고, 1645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보건부가 사상자 집계에서 민간인과 헤즈볼라 대원을 구분하지 않았지만, 사망자 명단에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이 포함됐다며 이번 피해 규모가 2006년 이스라엘-헤즈볼라(제2차 레바논 전쟁) 이후 가장 치명적이라고 전했다.

제2차 레바논 전쟁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국경에서 이스라엘 군인 2명을 납치하면서 시작된 이스라엘-헤즈볼라의 34일간 무력 충돌이다. 레바논 정부는 당시 충돌로 외국인 등 민간인과 헤즈볼라 대원 등 1191명이 사망하고, 4409명이 다친 것으로 추정했다.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주민 수천 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습을 피해 피란길에 나섰다고 말했다. AP는 "수천 명이 레바논 남부 탈출 길에 나서면서 남부 항구 도시 시돈을 빠져나가는 주요 고속도로는 베이루트를 향하는 차량으로 가득했고, 2006년 이후 가장 심한 정체를 빚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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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현지시간) 레바논 시돈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을 피하기 위해 남부 마을을 빠져 나가려는 차량이 심한 정체를 빚고 있다. 이스라엘군이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해 레바논을 대대적으로 폭격해 2006년 이후 지상전 가능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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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이날 성명을 통해 24시간 동안 레바논 전역에 약 650차례의 공습을 감행해 헤즈볼라 시설 16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다니엘 하가리 대변인은 "주요 공격 목표는 헤즈볼라의 순항미사일, 장·단거리 로켓 발사대, 공격용 드론(무인기) 발전기지였다"며 헤즈볼라의 공격용 시설 다수가 민간에 숨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헤즈볼라가 레바논 남부를 전쟁터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전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레바논 공습은) 위협(헤즈볼라)을 제거하기 위한 것으로 우리는 이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제거'를 앞세워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을 지속했던 것처럼 레바논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기 위한 공습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이번 작전의 성과에 "만족스럽다"는 반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국민을 향해 "이스라엘은 레바논이 아닌 이란의 지원을 받는 그룹과 전쟁 중"이라며 "이스라엘군이 이번 작전으로 북부 전선의 '힘의 균형'을 바꾸고 있다"고 평가했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군이 이날 공습으로 헤즈볼라 고위 지휘관인 알리 카라키를 제거하려 했지만, 카라키가 현재 살아있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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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군은 23일(현지시간) 친(親)이란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레바논 내 목표물에 대해 광범위한 공습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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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지상전 기다리는 헤즈볼라?

이스라엘은 레바논에 대한 지상 작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지상 작전을 대비하고 있는지, 만약 지상작전 시행 명령이 떨어지면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에 대해 "(지상작전을 위한) 군대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고,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인해 대피한) 모든 이스라엘 시민을 안전하게 귀환시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다만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군사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공중 작전에 집중하고 있다"며 지상작전이 임박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로켓과 미사일 발사 능력을 약화하고, 전투기를 국경에서 밀어내는 동시에 정례 라드완 부대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라고 부연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하닌 가다르 선임 연구원은 미국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 기고문에서 "이스라엘은 헤즈볼라의 첨단 미사일 발사로 인한 자국 민간 인프라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이나 지상전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지상 작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실제 지상군을 투입해 헤즈볼라와 전면전으로 치닫게 되면 오히려 이스라엘에 불리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CNN은 "지난해 10월부터 1년간 이어진 전쟁으로 이스라엘 군대는 이미 지쳐있다. 반면 헤즈볼라는 (지상전) 경험이 많고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분노가 가득한 상태"라며 "(이스라엘군과의) 지상전은 헤즈볼라가 잘하는 것이자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헤즈볼라는 가자지구보다 더 크고 산이 많은 지역을 장악하고 있고, 하마스보다 더 잘 훈련된 군대와 정교한 요새를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며 레바논 지상전이 이스라엘에 불리할 것이라고 짚었다.

정혜인 기자 chim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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