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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대도시의 사랑법', 로코보다 재밌고 멜로보다 뭉클한 [시네마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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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일 개봉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 리뷰

뉴스1

'대도시의 사랑법'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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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은 동명 소설집 속 단편 '재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박상영 작가는 유머러스한 문체로 소수자들의 일상과 고민, 방황 등을 그려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특히 이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2022년 노벨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이라 꼽히는 영국의 부커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이언희 감독의 영화 말고도 8부작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허진호 감독, 홍지영 감독 등이 연출하고 박상영 작가가 직접 극본을 쓴 이 시리즈도 영화와 비슷한 시기 공개를 앞두고 있다.

지난 23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영화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은 20대를 함께 한 '베프'의 성장기를 따뜻하게 그려낸 영화다. 집단주의적이고 폐쇄적인 한국 사회 안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다른 듯 닮아있는 두 캐릭터의 우정이 기대 이상의 감정적 울림을 준다.

스무 살 흥수(노상현 분)와 재희는 같은 대학, 같은 과 동기다. 어느 날 재희는 흥수의 정체성과 관련한 비밀을 알게 되고, 그 사건과 관련한 소문에 휩싸이게 될 뻔한 흥수를 구해준다. 신입생 환영회 때부터 자유분방한 매력으로 인해 주목 받았던 재희는 이내 남학생들의 '단톡방'에 자주 오르내리는 인물이 된다. 그리고 그러다 온라인상에 돌아다니는 노출 사진의 주인공이라는 소문에 휩싸이게 된다. 이를 본 흥수는 남학생들의 '단톡방'에 일침을 놓은 뒤 퇴장한다. 그날 이후 흥수와 재희는 둘도 없는 친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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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베프'로 동거까지 하게 된 흥수와 재희. 흥수는 정체성 문제 때문에, 재희는 매번 엉뚱한 상대와 사랑에 빠져 허우적댄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기에 흥수는 사랑을 할 용기가 없고, '헤픈 여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외면한 채 자유연애를 즐기는 재희는 자신을 1순위로 여겨주는 사람이 없어 외롭다.

영화는 스무 살부터 서른세 살까지, 두 청춘이 진정한 자신을 찾아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한 톤으로 담아낸다. '미친년'과 재희와 '게이' 흥수는 성별과 살아온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선입견이나 틀을 벗어나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은 인물들이라는 점에서는 거울처럼 닮아있다. 영화는 (디지털 혹은 오프라인) 성범죄나 데이트 폭력의 대상이 되고, 직장에서는 여자라서 '꼰대 남성'에게 차별을 당하는 재희, 가정 안에서도, 밖에서도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성소수자의 정체성으로 인해 고뇌하는 흥수를 같은 선상에 놓고 이야기를 끌어간다.

얼핏 특수해 보이는 캐릭터들이지만, 결국 사랑을 하고 배신을 당하고 싸우고 위로하는 관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무척 보편적인 여정을 거친다. 독특한 캐릭터들 안에 이런 보편성을 잘 녹여낸 것이 이 영화의 미덕이다. 어떤 설정을 볼 때 원작에 비해 다소 대중화된 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서 보는 이들의 공감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두 배우 모두 배역에 잘 어울린다. 조금 더 이목을 끄는 쪽은 재희를 연기한 김고은이다. 그는 일상에서라면 특정 부류로 손쉽게 치부되고 대상화됐을 인물을, 갈망에 반짝이는, 당차고 생기 넘치는 영혼으로 아름답게 그려냈다. '파묘'에 이어 또 한 번 관객의 마음을 끄는 배우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고 표현해도 아깝지 않다. 노상현도 내적으로 방황하는 성소수자 캐릭터를 안정감 있게 소화해 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원작자 박상영 작가가 등장해 원작의 팬들에게 깨알 웃음을 줄 수 있다. 흥수의 엄마를 연기한 배우 장혜진도 노상현과 흥미로운 케미스트리를 보여준다. 러닝타임 118분. 10월 1일 개봉.

eujene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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