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수익 보장되는 미술품 투자"…905억 가로챈 아트테크 사기단

갤러리 대표 등 3명 구속…사기 일당 14명 檢송치

4년 간 미술품 투자자 1100여명으로부터 905억 가로채

신규 고객 유치로 원금 등 돌려막기…"전형적 폰지사기"

실제 가격보다 부풀려 판매하고…투자금으로 명품소비

서울경찰청 제공

미술품을 구매해 맡기면 원금과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1100여명으로부터 900억 원이 넘는 투자금을 가로챈 '아트테크 사기 일당' 14명이 검거됐다. 아트테크는 예술품을 통한 재테크를 의미한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소재 갤러리 업체 대표 정모씨 등 3명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24일 밝혔다. 영업 매니저 등 11명은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정씨 일당은 2019년 6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금융 관계법령에 따른 인허가나 등록·신고 없이 투자자들에게 "미술품에 투자하면 해당 미술품의 전시, 렌탈 등으로 수익을 창출, 원금과 월 1%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1110명으로부터 약 90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경찰 조사 결과 해당 갤러리에서 미술품 전시, 렌탈 등을 통한 수익활동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빼돌린 투자금은 정씨의 개인사업 대금과 피의자들의 수당, 명품 소비에 대부분 쓰였다. 이들은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원금과 저작권료를 신규 고객 유치를 통해 충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형태"라고 밝혔다.

투자 미술품의 갤러리 위탁 보관 방식을 앞세운 정씨 일당은 대다수 투자자들이 미술품 실물을 직접 인도받거나 확인하지 않는 허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별다른 수익이 없는 작가들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한 후 이미지 파일 형태로 작품 촬영분을 대량 공급받아 투자자들에게 해당 촬영본들이 갤러리에서 실제 보유하고 있는 그림인 것처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뿐만 아니라 미술품 가치를 평가하는 단일한 기준이 없다는 점, 비전문가인 개인이 가격을 검증하기 어려운 점을 노려 작품을 실제 시장 가격보다 부풀려 판매하기도 했다. 일당은 작가들에게 호당 가격 확인서를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받도록 종용하거나, 허위 가격 확인서(인보이스)를 만들어 작품 당 많게는 수억 원의 대금을 지급받았다. 호당 가격 확인서는 한국미술협회에서 발급하는 작가별 미술품의 가치를 책정한 확인서다.

경찰은 지난 2월 전국 경찰관서에 접수된 91건의 사건을 병합해 집중 수사에 착수한 뒤 갤러리, 수장고, 피의자 주거지 등 7곳을 압수수색하고 정씨 등 송치된 14명을 포함해 전속작가, 갤러리 직원 등 관련자 30여 명을 조사했다.

경찰은 피의자들의 자택에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가방 등을 압수하는 한편 계좌 추적을 통해 이들이 거둬들인 122억 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서도 기소 전 몰수·추징보전 조치했다. 경찰은 범죄수익으로 취득한 다른 재산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미술품에 대한 이해와 애정 없이 투자 목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위험할 수 있으니, 미술품의 실물이 존재하는지 여부와 가격 확인서 등의 진위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전문가의 감정 등을 거친 후 투자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며 "특히 시중 은행권 이자보다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며 원금이 보장된다며 투자자를 모집하는 곳이 있다면 신중하게 접근하라"고 당부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 jebo@cbs.co.kr
• 카카오톡 : @노컷뉴스
• 사이트 : https://url.kr/b71afn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