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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중국산 시멘트 수입하면 투자 못한다"...뒷걸음치는 온실가스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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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시멘트가 온다]③

[편집자주] 정부와 건설업계가 값싼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추진한다. 시멘트사가 유연탄 가격 안정화에도 시멘트 가격을 낮추지 않자 꺼내든 압박 카드다. 시멘트사는 정부 탄소저감정책에 따라 매년 수천억원의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중국산 시멘트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국내시장을 장악한다면 요소수 대란 때처럼 중국의 공급 무기화 가능성도 생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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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30년 시멘트산업 설비투자·운영 비용/그래픽=윤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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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가 중국산 시멘트 수입을 검토하면서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목표에도 황색불이 켜졌다. 시멘트업계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매년 수천억원을 써야 하는 형편이지만 저가 중국산이 수입되면 수익성 악화로 설비투자를 중단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가 시멘트업계에 온실가스 감축 실현 가능 목표치를 재조정해준 것을 고려하면 부처간 엇박자 행정을 펼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시멘트 업계는 정부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2% 줄여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초 문재인 정부에서 설정한 40% 감축에서 윤석열 정부가 현실 가능한 목표치로 재조정한 결과다.

업계는 이를 목표로 탄소중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탄소중립 투자 비용은 1900억원으로 2030년까지 2조8000억원을 투입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 이와 별도로 매년 2500억원의 기본설비투자를 포함해 2030년까지 4조55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탄소중립 투자가 단순한 기술적 전환을 넘어 업계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보는 이유다.

시멘트업계는 대규모 투자에 비해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이다. 2030년까지 예상되는 정부지원은 민간 투자액의 10분의 1인 2800억원이다. 주로 연구용역이나 시설투자 지원금으로 쓰이는데 현장에선 수요에 비해 규모가 적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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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장관이 14일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서울역 KTX 별실에서 진행된 국토교통부, 건설자재 수급 안전화를 위한 업계간담회에 참석, 당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국토교통부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건설자재 동향과 전망, 자재업계별 애로-건의사항을 청취 및 논의를 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대한건설협회, 한국시멘트협회, 한국철강협회,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골재협회 등 관계 업체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념사진 촬영, 개회 및 참석자 소개, 장관 모두발언, 건설자재 동향, /사진=임한별(머니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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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중국산 수입 시멘트가 국내 시장에 침투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현재 생산성이 떨어지고 재고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산 시멘트 유입이 확대될 경우 업계의 투자 여력은 더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건설경기 침체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시멘트 생산량과 출하량은 전년대비 각각 12.6%, 12% 감소한 반면 재고는 15.6% 증가한 상태다.

게다가 중국산 시멘트는 탄소 배출 규제가 느슨한 환경에서 생산되고 있어 국내 환경 규제 아래에 있는 시멘트 업계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특히 최근 국내에서 '폐기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시멘트 제조 과정에서 사용된 폐기물의 종류와 원산지 등을 공개하도록 강제한 것과는 달리, 수입 시멘트에는 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시멘트산업이 산업부, 환경부, 국토부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탄소중립 목표와 시멘트 업계의 현실적인 경영여건 사이의 괴리를 해소하지 않는다면 2030년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며 "국내 시멘트 산업의 보호와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영호 기자 tell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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