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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필리핀 가사관리사 2명 이탈해 연락두절,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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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서울시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위해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100명 중 두 명이 잠적한 것으로 파악됐다. 첫 임금이 체불된 데 이어 업체 측이 '임금 익월 지급'을 일방 통보하는 등 노동조건과 관련해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에서도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운 구조가 이탈의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고용노동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이 지난 15일 서울 역삼동 숙소에서 이탈한 데 이어 연락이 두절됐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가 영업일 기준 5일 이상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지방노동청과 법무부에 이탈 신고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가사관리사 두 명에 대한 이탈 신고는 오는 26일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고용허가제(E-9) 비자를 통해 지난달 6일 한국에 입국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정부 인증 가사서비스 제공기관인 홈스토리생활(70명), 휴브리스(30명)와 근로계약을 맺고 교육을 받은 뒤 지난 3일부터 일을 시작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첫 급여부터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달 20일 첫 급여로 교육수당 일부에 해당하는 96만 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중개업체의 유동성 문제로 지급받지 못해 지난달 30일과 지난 6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받았다. 이에 민주노총이 지난 1일 성명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의 임금체불로 생활고가 초래됐고, 이는 국제적 망신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는 사과하고 즉각 해결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두 번째 급여일인 지난 20일에도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8월 20일~9월 2일 약 2주일 치 교육수당 약 106만 원만 지급 받았다. 실수령액은 세금, 4대 보험료, 숙소비 등 약 54만 원을 공제한 52만 원 정도였다. 48일의 체류기간 동안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받은 실수령 총액은 약 148만 원으로, 하루 평균 3만 원 정도를 손에 쥔 셈이다.

업체들은 지난 3일부터 이달 말까지 근무에 대한 임금은 다음달 20일 지급할 계획이다. 업체 측은 가사관리업계 관행에 따라 '임금 익월 지급'을 한다는 입장이나, '임금 익월 지급'은 위법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앞서 노동부는 2010년 질의회시에서 '매월 1일부터 말일까지 근로에 대한 임금을 익월 25일에 지급하면 근로기준법상 정기지급일 원칙에 위반되는지'에 대해 "임금산정기간과 임금지급일의 간격이 길어 합리적이지 못하고 법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답했다.

임금 지급 방식에 대한 사전 합의나 설명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배 의원이 노동부에서 제출받은 필리핀 가사관리사 표준근로계약서의 '임금 지급일' 항목을 보면, "매월 O일, 또는 매주 O요일. 다만, 임금 지급일이 공휴일인 경우에는 전날에 지급함"이라고 돼 있을 뿐 '임금 익월 지급' 조항이 없다. '지난 20일 급여일에 2주일 치 교육수당만 지급된다는 사실이 이탈자 발생 이틀 전인 지난 13일에야 당사자들에게 알려졌다'고 <이데일리>가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업체가 8월 20일 즈음에 이번 달 근무에 대한 임금을 다음 달에 지급한다고 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13일에 다시 한 번 이야기했을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이주노동팀장인 최정규 변호사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필리핀 가사관리사 임금 지급 방식에 대해 "근로기준법상 정기지급일 원칙 위반 소지가 있다"며 "'임금 익월 지급'에 대해서는 당사자 간에 근로계약서 등을 통한 최소한의 합의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달 근무에 대한 급여를 한 달여 후에 주겠다고 회사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면 지연체불이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임금 익월 지급 계획을 업체가 미리 알렸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동의도 아닌 통보를 한 것"이라며 "고용허가제 하에서 이주노동자들은 회사가 하는 말이 마음에 안 들어도 항의하기 어려운 을의 입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니까 더더욱 노동부가 업체를 제대로 근로감독할 필요성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변호사는 '임금 익월 지급이 업계 관행'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이해하기 어렵다. 임금 지급일 전까지 몇 시간 일했는지 확인해 바로 지급해도 되지 않겠나"라고 의문을 표했다.

서울시는 이날 보도설명자료에서 "가사관리사의 조속한 복귀를 위해 본국의 부모님 등 다방면으로 연락 중이나, 미복귀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추가 이탈 방지를 위하여 9월 19일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에게 개별 서한문을 발송하고, 필리핀 대사관에 이탈 사실을 전달하고 교육 및 공지 등 협조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어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받은 돈은 "8월 6일부터 9월 2일까지 장기유급휴가훈련에 따른 교육수당 201만 1440원이며, 이 중 숙소비용 및 소득세 등 53만 9700원을 공제하고 147만 1740원 정도 지급됐다(3회 분할 지급 : 8월 30일, 9월 6일, 9월 20일)"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다만 "본국에 가족을 남겨두고 한국행을 선택한 필리핀 가사관리사의 생활고 해결 및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서울시의 책무"라며 "급여지급 방식을 월급제에서 주급제로 개선하는 등 근무환경 개선을 노동부와 적극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프레시안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참여할 필리핀 노동자들이 지난달 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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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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