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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정치적 조급증" 민주당도 선긋는다…2국가론 임종석의 처지 [who&w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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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었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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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쏘아 올린 '남북한 2국가론'에 정치권이 나흘째 시끄럽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전 실장의 주장은 북한의 김정은이 하는 내용과 같다”며 “주사파 종북 소리를 들으면서 통일을 주장하다가, 갑자기 말이 바뀌는 것이야말로 그 실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권에선 “국민은 큰 충격”(오세훈 서울시장), “북한 가서 살라”(장동혁 최고위원)는 등의 비판이 이어졌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MBC라디오에서 “북한의 2국가론을 정당화하기는 어렵고, 그 문제에 대한 비판이 필요하다”며 “저는 (임 전 실장과) 생각이 다르다”고 했다. 이재명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그의 주변에서는 “임 전 실장 발언에 공감하지 못했을 것”이란 말이 나왔다.

임 전 실장은 19일 광주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통일, 하지 말자”며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하자”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정치권의 날 선 비판에도 “발언 전문을 봐달라”며 말을 아끼던 그는 나흘 만인 23일 반박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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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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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페이스북에 “윤석열 정부야말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적대적 두 국가에 정확하게 동조하고 있다”며 “(남북이) 대립과 갈등으로 치닫고 있는데 상황을 바꾸려는 전략적 노력 없이는 윤석열 정부 임기 말, 적대적 두 국가가 상당히 완성돼 있을 것”이라고 썼다. 민주당을 향해서도 “민주당이 재집권하면 대화가 재개되고 비핵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도 대단한 오산”이라고 했다.

임 전 실장은 왜 2국가론을 꺼냈을까. 그를 잘 아는 민주당 관계자는 “남북한의 평화적인 2국가론은 임 전 실장의 지론”이라며 “현재까지 통일 운동을 하면서 평화체제 구축보다 통일을 앞세운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현 정부는 대화를 단절해 놓고 통일을 언급하는데 실체 없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과 뭐가 다르냐”고 주장했다.

발족선언문에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을 명시한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 출신인 임 전 실장은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 이사장(2005~2017년, 2020년~현재)을 지내고 있다. 남북관계 흐름에 예민한 그가 지난해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적대적 2국가론에 변화를 체감하고 현실적인 대안 마련에 나선 것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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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4월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에서 열린 2018 남북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가운데)의 소개로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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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민주당에서조차 “임 전 실장 주장은 너무 나간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남북관계 재정립이라는 화두 자체는 공감한다”면서도 “당의 입장도 채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논란을 자초해 건설적 논의를 막은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당에서는 “정치적 조급증이 설익은 논의를 꺼낸 배경”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1월 비서실장에서 물러난 뒤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며 정계와 거리를 둔 뒤 복귀 타이밍을 못 잡던 그는 5년 후인 올해 4·10총선에서야 서울 중-성동갑 출마를 타진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공천에서 배제됐고, 현재는 야권에서조차 차기 지도자로 그의 이름을 언급하는 이들을 찾아보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2국가론이 임 전 실장에게 정치적 악수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일부 젊은 층이 “남북을 별개 국가로 보는 게 현실적”이라며 동조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 의원은 “임 전 실장이 새로운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키워온 통일 문제에 갇혀버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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