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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4 (화)

軍 “北 7차 핵실험땐 풍계리 3번 갱도서 강행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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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설 정비뒤 출입 인력 증가

신원식 “美 대선 전후 핵실험 가능성”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에서 강행할 것이 유력하다는 군 정보당국의 평가가 최근 나왔다. 국가정보원도 이미 핵실험이 가능한 수준으로 복원이 끝난 풍계리 3번 갱도 등에 대해 “상시 핵실험이 가능하도록 관리되고 있는 상태”라고 공식 평가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북한 7차 핵실험에 대해 “미국 대선을 전후해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김정은이 결심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상태”라고 23일 밝혔다. 최근 핵무기에 사용되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로 공개하며 한미를 겨냥해 핵압박 수위를 대폭 끌어올린 북한이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조만간 핵실험까지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핵실험 버튼을 누르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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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군·정보당국은 풍계리 핵실험장 및 영변 핵시설 등 북한 핵시설에 대한 감시 수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소식통은 “동시다발적으로 핵 도발 정황이 확인되는 데다 미 대선까지 코앞에 다가온 만큼 핵실험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신 실장도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최근 고농축우라늄 공장을 처음 공개한 만큼 핵실험 가능성이 있어서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당국은 풍계리 3번 갱도를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이곳에서 시설 정비가 이뤄지는 데다 드나드는 인력이 증가한 정황 등도 포착됐기 때문. 국방정보본부도 국민의힘 강대식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3번 갱도가 유력하다”고 답했다.

깊이 300∼400m의 3번 갱도는 전술핵무기 실험을 위한 용도에 적합하다. 우리 정보당국은 최근 북한이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공식 평가한 바 있다. 군 안팎에선 북한이 3번 갱도에서 핵실험 후 깊이 700∼800m에 달하는 4번 갱도에서 폭발력이 큰 수소폭탄 등 대형 핵탄두 실험 등으로 연쇄 핵실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합동참모본부는 23일 북한 오물풍선 테러를 겨냥해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선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군이 공개적으로 오물풍선에 대응해 군사적 조치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한 건 처음이다.

“北, 깊이 400m 풍계리 3번 갱도서 전술핵탄두 실험 가능성”

北, 美대선 전후 7차 핵실험 우려
최근 ‘核심장’ 우라늄 농축시설 공개
더 깊은 4번 갱도 복구작업도 포착
정부 “한미, 北주요 핵표적 집중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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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전문 매체 38노스가 공개한 이달 3일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일대 위성사진. 정부는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선다면 이 3번 갱도가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 출처 38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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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핵물질 생산 시설 가동부터 핵 실험장 복구까지 7차 핵실험에 필요한 제반 조건들이 갖춰진 동향이 동시다발적으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남 겨냥 전술핵탄두의 소형화·표준화에 이미 성공한 북한은 평안북도 영변의 5MW(메가와트)급 원자로를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두고 있다. 핵탄두에 실을 핵물질인 플루토늄을 언제든 생산할 수 있다는 것. 플루토늄은 원자로에서 핵연료를 연소시켜 폐연료봉을 만든 뒤 재처리 과정을 거쳐 추출된다. 북한은 또 다른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시설을 최근 전격 공개했다. 또 함경북도 풍계리 핵실험장 일대에선 장비나 인력의 이동이 최근 늘어났다. 한미를 겨냥해 동시다발적 핵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한미 당국은 최근 대북 정찰 주기를 좁히고 북한의 주요 핵 표적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 “깊이 400m 3번 갱도서 전술핵 실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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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2018년 5월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했지만 2022년 3월 전격 복원 절차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3번 갱도 복구는 마무리한 것으로 우리 당국은 보고 있다. 특히 최근 3번 갱도 등을 중심으로 장비 및 인력의 이동 등이 증가해 당국은 주시하고 있다. 핵실험 직전 마지막 단계로 볼 수 있는 기폭장치 반입 등 결정적 단서는 없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결심만 있으면 수일 내로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우리 당국이 7차 핵실험 장소로 풍계리 3번 갱도를 주목하는 건 복구가 일찌감치 완료돼 집중 관리를 받아온 데다 깊이 300∼400m의 이 갱도에서 북한이 지난해 공개한 전술핵탄두 ‘화산-31’ 실험이 적합하다고 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소식통은 “일단 한국 전역을 겨냥한 신형 탄도미사일에 장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는 화산-31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는지 최종 검증하기 위한 실험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23일 “기술적으로 북한은 핵 소형화 등을 위해 몇 차례 더 핵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북한이 700∼800m 깊이의 수소폭탄 등 대형 핵탄두 실험이 가능한 4번 갱도에 대한 복구 작업을 진행하는 동향도 일부 포착돼 왔다. 향후 초대형 핵탄두나 여러 발의 전술핵을 이용한 추가 핵실험이 가능하다는 점까지 북한이 의도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한미 당국은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는 김 위원장 지시에 따라 북한이 플루토늄과 HEU를 동시 증산할 가능성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은 영변의 5MW급 원자로에 대해선 2021년 재가동된 뒤 3년이 지나 언제든 폐연료봉 인출·재처리가 가능한 상태로 보고 있다. 즉시 플루토늄을 추가 추출할 수 있다는 것. 북한은 이미 최대 12기가량의 핵무기를 바로 생산할 수 있는 플루토늄 70여 kg을 보유 중이라고 정보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영변 외에도 평양 인근 강선 우라늄 농축 시설 가동이 일부 이뤄지는 정황도 포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북-중 이상기류로 핵실험 강행 부담 줄어”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체코 공식 방문 직후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부각하고 나선 건 미 정권 교체기를 맞아 북한이 협상판 새로 짜기에 돌입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신 실장은 이날 “그동안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것이란 많은 예측이 있었지만 실제로 하지 않았다”면서도 “잃는 걸 상쇄할 만한 전략적 유리점이 있을 때 할 텐데 미 대선 전후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북한의 핵 소형화 달성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이 핵실험의 충분조건임을 내세우면서 전략적인 유불리를 따지는 데 미 대선이 중요한 변수임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북한이 HEU 시설을 이유 없이 공개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 안팎에선 최근 북-중 관계 이상기류로 핵실험 감행에 따른 북한의 부담감이 다소 줄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22년부터 북한의 핵실험 준비 징후가 언급될 때마다 중국 당국은 북한에 부정적인 입장을 전달해 온 것으로 우리 정부는 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지난해부터 러시아와 강하게 밀착한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과는 다소 거리가 생기면서 핵실험에 대한 운신의 폭은 넓어졌을 수 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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