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진(왼쪽)·박하욱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은 심장통합진료팀을 통해 고령 환자에게 적합한 대동맥판막 협착증 치료를 계획하고 적용한다. 인성욱 객원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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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엔진’ 심장은 평생 쉬지 않고 일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심장에도 노화가 찾아온다. 일평생 열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혈액이 올바른 방향으로 흐르게 돕는 문(판막)만 해도 그렇다. 노화로 기능이 떨어져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질환이 대동맥판막 협착증이다. 세계 심장의 날(9월 29일)을 앞두고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 최영진·박하욱 과장에게 고령화 시대 복병으로 떠오른 심장 질환, 대동맥판막 협착증에 대해 들어봤다. 부천세종병원은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심장 전문병원이다.
Q :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어떤 질환인가.
A : 최영진 과장(이하 최영진): 심장에서 전신으로 피를 뿜어내는 대동맥판막에 석회질이 침착, 협착된 상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가장 큰 원인은 노화다. 협착 정도에 따라 크게 경도·중등도·중증으로 구분하며 중증 상태에서 치료 없이 방치할 경우 1~2년 내 50% 이상의 환자가 급사에 이를 수 있다.
Q : 치명적인 질환인 만큼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다.
A : 박하욱 과장(이하 박하욱): 문제는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어느날 갑자기 확 나타나는 게 아닌 수십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는 질환이라는 점이다. 이 기간 신체가 저하된 심장 기능에 적응해 환자가 단번에 증상을 체감하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은 중증으로 진행되고 나서야 문제를 자각하고 병원을 찾는다.
A : 최영진: 중증에 이르렀을 때 그나마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의심할만한 증상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숨이 차고 흉통이 느껴질 수 있다. 혈류량이 현격히 줄어들어 의식을 잃기도 한다.
Q : 치료는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
A : 최영진: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약물로 증상을 개선할 수 없어 수술, 시술적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 전통적인 방법은 가슴을 열고 협착된 판막을 제거한 다음 인공 판막을 이식하는 수술이다. 다만 고령 환자나 동반 질환이 많은 경우라면 가슴을 여는 수술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수술적 치료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된 게 최소 침습적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삽입술(TAVI)이다. 개흉 없이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카테터(관)를 삽입한 뒤 협착된 판막 부위에 인공 판막을 놓는 방법이다.
A : 박하욱: 환자 상태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겠지만 TAVI의 경우 보통 시술에 1~2시간 정도 소요된다. 입원 기간 역시 비교적 짧다. 빠르면 2박3일 만에 퇴원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 의료진의 경험치가 축적되고 장비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TAVI 시술의 안전성, 성공률도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Q : 환자의 비용 부담은 어떤가.
A : 박하욱: 건강보험 적용으로 환자의 나이가 80세 이상이거나 수술 불가능군 혹은 수술 고위험군 환자일 때 TAVI 시술의 자기 부담금은 5%다. 시술비의 80%를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했던 과거에 비해 크게 비용 부담이 낮아졌다. 수술 중위험군과 저위험군의 환자 부담률은 각각 50%, 80%다.
Q : 치료법은 어떻게 결정하나.
A : 최영진: 국제 가이드라인상 심장내과·흉부외과·마취과·영상의학과 등의 전문의로 구성된 심장통합진료팀이 대면 회의를 통해 수술의 위험도를 따져 보고 TAVI 시술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환자의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동반 질환이 많다 보니 의사 한 명의 시각이 아닌 여러 관점의 의료진이 함께 환자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A : 박하욱: 우리 병원의 경우에는 최적의 치료법을 찾기 위해 기본적으로 주 2회 유관 진료과의 의료진 10여 명이 모여 대면 회의를 진행한다. 이 외에도 TAVI 시술을 받는 환자가 생기면 추가로 회의를 열고 의견을 나눈다. 환자의 긍정적인 예후를 위해 심장 재활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운영한다. 저하된 심장 기능에 익숙해진 환자와 시술 중 활동량이 현저히 줄어든 환자들이 보다 빠르게 심장 기능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다.
Q :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해 유의할 점은 뭔가.
A : 최영진: 일단 대동맥판막 협착증으로 치료를 받았다면 정기 검진을 통해 시술 또는 수술 이후에도 판막의 기능이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A : 박하욱: 현재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아니더라도 금연, 절주는 물론이고 국가 건강검진 시스템에 따라 지속해서 건강 상태를 살펴보는 게 좋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경우 청진만으로도 1차 소견을 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의심되면 심초음파를 통해 좀 더 자세히 상태를 살펴보게 된다. 심뇌혈관 질환의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자라면 심장 관련 검사를 함께 해보는 것도 좋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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