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3 (월)

[fn사설] 미·일 앞선 기업 매출 증가, 영원한 1위는 없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 기업 매출 日 2배 17% 성장
세제·규제특례 지원, 법 개정해야


파이낸셜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공장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올해 상반기 미국과 일본 기업보다 성장률이 높다고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분석했다. 한·미·일 업종별 대표기업 경영실적을 비교한 건데 한국 기업의 올 상반기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전년동기 대비 17.1%로 미국(14.6%), 일본(7.1%)을 앞질렀다고 한다.

반도체 업종의 매출 증가율이 81.3%로 가장 높았고 제약·바이오, 자동차 업종이 10% 이상의 성장률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점도 확인된다. 눈에 띄는 것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활황에 올라탄 SK하이닉스가 132%, 엔비디아가 171%나 성장한 점이다. 삼성전자는 18%, 인텔은 3.6%에 그쳐 희비가 엇갈렸다.

우리 대표기업들의 선전은 반길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에 따른 기저효과, 일본의 경우 반도체 업종이 분석에서 빠진 점 등을 고려하면 지표상 미·일을 앞질렀다는 것에 들뜰 이유가 없다. 잠깐 한눈팔다 시장 변화를 읽지 못했거나 투자에 늦으면 시장은 가차 없고 냉혹하다. 영원한 1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시장 성장을 실기해 경쟁사에 추격을 당한 것이나, 모바일·AI칩 시장을 놓친 전략적 실패로 혹독한 구조조정에 직면한 인텔, 잘나갈 것 같았던 중국 시장에 안주하다 전기차 전환과 기술혁신에 실패한 폭스바겐의 현재를 보면 더 그렇다.

냉정하게 보면 우리 기업의 이익과 경쟁력은 미·중·일에 빠르게 추격당하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밸류체인을 자국에 내재화하면서 AI·바이오 등 원천기술을 갖고 시장 지배력을 갈수록 키우고 있다. 전 세계 인재와 기술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처럼 말이다. 일본은 사활을 걸고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는 '반도체 효과'가 수년 내 자국 경제를 밀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도 나랏돈 수백조원을 투자해 창신메모리(CXMT), 화웨이 등 4대 반도체회사들이 생산능력을 확장하고 있다.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28%를 점유한 중국 CATL과 2위 업체 BYD 등이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까지 장악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최고 기술, 최대 생산능력을 갖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는 4년 내 중국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분석까지 있다. 직접적으로 중국의 기술 추월과 과잉생산 후폭풍으로 몰아칠 수 있는 것이다.

국내에 투자해 인력을 고용하고 이익을 내는 것이 국부를 형성한다. 기업들이 국내에 더 많은 투자를, 미래 기술개발에 매진하도록 챙기고 규제를 풀어 돕는 게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다. 국가전략기술 연구개발(R&D), 반도체산업 등에 필요한 세제와 규제 특례를 신속하게 뒷받침해야 함은 당연하다.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 설치와 세액공제율 확대, 기간 연장, 보조금 직접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개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기업이 개발·투자·고용·생산의 선순환 생태계가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해줘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인재들이 일할 수 있는 일터가 계속 유지되고 나라경제가 탄탄하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