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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700㎜ 쏟아졌지만 비 더 온다…전국 물폭탄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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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0일 늦은 오후 강원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의 한 도로에 강풍과 폭우로 나무가 쓰러져 소방대원들이 이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제 14호 태풍 ‘풀라산’이 약화한 열대저압부가 한반도로 접근하면서 전국 곳곳에 극한 호우가 이어졌다. 침수로 주민 수백 세대가 대피하고 여객선 및 전철 등이 통제된 가운데 곳에 따라 100㎜ 넘는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부산ㆍ경남 300㎜, 제주 700㎜… 비 안 끝났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까지 부산엔 300㎜ 넘는 비가 쏟아졌다. 지역별로 부산진구 344㎜, 금정구 343㎜, 남구 324㎜, 북구 322.5㎜ 등 강수량을 기록했다. 315㎜가 쏟아진 사상구에선 이날 오전 8시45분쯤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 규모 땅 꺼짐 사고가 일어났다. 배수 지원을 위해 출동하던 부산소방재난본부 소속 배수용 차량과 5t 트럭 등 차량 2대가 이 구덩이에 빠졌다. 배수 차 안에 있던 소방대원 3명과 5t 트럭 운전자 등은 크게 다치지는 않았다.

이날 오후 4시까지 부산소방재난본부엔 침수, 역류, 배수 지원 요청 등 신고 184건이 줄을 이었다. 낙동강 하류인 강서구에서는 조만강 범람 위험이 있어 인근 주민 대피 권고가 내려졌다. 남구 일대에선 폭우에 2000여세대 정전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기상청은 오후 11시까지 부산 전역에 30~10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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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트럭 둥 차량 2대가 빠져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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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상황도 비슷하다. 경남도 재난안전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강수량은 창원 399.5㎜, 김해 339.3㎜, 고성 293.5㎜, 양산 292.7㎜, 사천 248㎜, 진주 203.6㎜를 기록했다. 창원 덕동에는 482.5㎜의 폭우가 퍼부은 것으로 관측됐다. 이에 따라 전봇대와 나무가 쓰러지고 비닐하우스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 가능성이 있는 창원과 진주, 합천, 김해 등자에서는 46세대에서 66명이 대피했다. 기상청은 밤까지 경남 일대에 30~100㎜, 경남 남해안에는 180㎜ 넘는 비가 더 올 것으로 예보했다.

전남 진도 등 일부 지역에서는 시간당 100㎜ 넘는 비가 이어지며 주택 침수 181건을 포함해 상가, 주차장, 도로 침수 및 이로 인한 차량 고립 등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오후 4시 기준 광양 135명, 순천 44명, 장흥 42명, 여수 32명 등 369세대ㆍ449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남도는 파악했다. 제주에는 지난 19일부터 한라산 삼각봉에 742.5㎜의 비가 쏟아졌다. 사제비 521㎜, 어리목 431.5㎜, 영실 423㎜, 윗세오름 421㎜ 등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청은 오는 23일 새벽까지 제주에 1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특히 순간풍속 초속 20m 이상의 매우 강한 바람이 예상돼 시설물 관리 및 안전사고에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기상청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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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역에 호우경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구·유성구 일대 도안신도시를 관통하는 진잠천에 많은 물이 흐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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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도 물 폭탄… 고립된 시민 소방에 구조



전날부터 200㎜ 넘는 폭우가 쏟아진 충청권에서도 비 피해가 잇따랐다. 바닷물이 높아지는 대조기와 맞물려 비가 많이 내린 충남 서쪽 지방엔 밤사이 피해가 컸다. 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서산에서는 전날 오후 10시20분쯤부터 5시간여 동안 상가·아파트·호텔·주택·창고·도로 등 침수신고 49건이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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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경보가 발령된 충남 서산에 지난 20일부터 21일 오전 5시까지 249㎜의 물 폭탄이 쏟아진 가운데 서산시 예천동 한 아파트에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춰 있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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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 부석면 한 상가 건물에서는 바닷물이 제방을 넘어들어와 1층이 침수돼 주민과 상인이 대피했다.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일어나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 거주자 4명이 대피했다. 서산시 예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는 일도 있었다.

대전에서도 이날 오전 9시 기준 50건의 비 피해 신고가 잇따랐다. 이날 오전 4시쯤 대전 동구 성남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는 빗물이 역류하면서 침수가 일어났다. 소방당국은 주택 안에 있던 주민 2명을 구조했다.

세종에서는 이날 오전 1시쯤 장군면의 한 도로에 가로수가 쓰러졌고, 조치원읍 한 단독주택 마당이 침수되는 등 7건의 비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충북 청주시에서는 이날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일원에 홍수경보가 내려짐에 따라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을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대피시켰다.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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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선, 경전선 열차 운행 차질



폭우에 경부선은 일부 구간, 경전선은 모든 구간에서 열차 운행 차질을 빚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경부 일반선(서울역↔부산역) 동대구역∼부산역 구간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폭우로 인한 선로 침수 및 유실, 산사태 등에 대비한 조치다. ITX를 포함해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서울역∼동대구역까지만 운행하고 있다. 경부 고속선(KTX) 전 구간은 정상 운행되고 있다. 서울역∼진주역, 동대구역∼진주역 구간도 오후 4시 20분부터 운행이 중지됐다.

경전선(광주송정역∼순천∼부전역) 모든 구간도 오후 4시20분부터 중단됐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전라선(서울 용산역∼여수엑스포역)과 순천역∼여수엑스포역 구간도 운행이 중지됐다. 전라선 KTX와 일반열차는 서울 용산역∼순천역까지만 운행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에 따르면 운행이 중지된 열차 승차권 요금은 위약금 없이 자동으로 반환된다. 해당 구간 이외의 열차와 광역철도(수도권 전철ㆍ동해선)는 모든 구간을 운행 중이나, 안전을 위해 운행 대기하거나 속도를 줄여 운행될 수 있다고 공사는 설명했다. 아울러 기상 상황에 따라 열차 운행에 추가 변동 가능성이 있는 만큼 코레일톡과 철도고객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열차 운행 상황을 확인해달라고 승객들에게 당부했다.

김민주ㆍ최종권 기자 kim.minju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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