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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대규모 공습 거침 없는 이스라엘…헤즈볼라 "처벌 받을 것"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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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치솟은 레바논 남부.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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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에서 37명의 사망자와 3000여명의 부상자를 낸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사건으로 중동의 확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이란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타깃으로 군사작전을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란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저항의 축’이 이에 맞서 행동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사건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스라엘은 공중과 지상에서 양동작전을 펼치며 헤즈볼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에 나섰다. 이스라엘군은 20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겨냥해 '표적 공습'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 공격이 헤즈볼라의 고위급 1명을 겨냥한 작전이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에 앞서 헤즈볼라는 이날 로켓 140발로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에도 헤즈볼라와 공습 및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는 등 그동안 간헐적 교전을 벌여왔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이후 주된 교전 대상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제 가자지구의 하마스 소탕 작전을 대체로 마무리지었다는 판단 하에 레바논의 헤즈볼라로 공격 중심을 이동하는 모양새다. 북부 접경지에서 비롯되는 확전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일부 외신들은 삐삐 폭발 공격이 헤즈볼라와 전면전을 염두에 둔 작전의 첫 단계였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특히 헤즈볼라와 무관한 레바논 민간인까지 희생된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그간 반이스라엘 투쟁은 시아파 무장정파인 헤즈볼라가 주도하는 형국이었지만, 레바논의 정부를 분점하는 수니파와 기독교 등 다른 종교 세력 역시 반이스라엘 흐름에 올라탈 수 있다는 얘기다.

이수정 한국외대 중동·아프리카학 박사는 “레바논이 갖고 있는 국제적 영향력의 한계상 이번 사건이 중동 전체에 파급효과를 갖기는 어렵겠지만, 무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이번 폭발 사건이기 때문에 레바논 국내의 반 이스라엘 정서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는 19일 영상연설을 통해 “이스라엘이 ‘레드라인’을 넘었다. 정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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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간)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연설을 시청 중인 레바논 국민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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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은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후티(예멘 반군) 등 무장세력이 동시에 이스라엘을 노린 무력 행동에 나설지다. 이란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지만, 구체적 행동의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이란은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야가 자국에서 암살되자 배후로 이스라엘을 지목하고 ‘피의 보복’을 선언했지만,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란이 이스라엘과 전면전을 벌이는 건 이스라엘의 전략에 말려들어가는 꼴”이라며 “이란은 이스라엘의 도발을 참는 ‘전략적 인내’를 통해 국제사회에서 몸값을 올리고, (향후 미 대선 결과까지 감안해) 핵협상 등의 지렛대로 삼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 성향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이 삐삐 폭발 사건 직전인 16일 “이란을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 이스라엘에 자제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정국가인 이란은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아닌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어 전략적 인내가 계속될지는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서방은 폭탄 삐삐 사건의 확대를 막기 위해 외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휴전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려는 미국이 중재자로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린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잠재적인 갈등 고조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중동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집트와 프랑스를 찾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파리에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만난 뒤 “우리는 어느 쪽에서도 충돌 확산 행위를 보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관리들이 최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임기 내 휴전 협상이 타결될지를 두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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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삐삐 폭발 사망자의 관을 운구하는 헤즈볼라 대원들.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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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삐삐의 생산과 유통을 둘러싼 미스터리 역시 국제적 차원으로 비화하고 있다. 폭탄 삐삐는 당초 대만 기업 골드아폴로가 삐삐를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소재 BAC 컨설팅이 상표권 계약을 맺고 삐삐를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세운 유령업체로 의심되는 BAC 컨설팅은 별도의 제조시설이 없다고 헝가리 당국이 밝혔다는 점에서 폭탄 삐삐 제조 장소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이에 더해 불가리아의 컨설팅 회사 ‘노르타 글로벌’이 삐삐를 헤즈볼라에 판매하는 데 관여하고, 회사 설립자 린슨 호세가 노르웨이에 거주 중이란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불가리아와 노르웨이 당국도 조사에 들어갔다. 미국 ABC뉴스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번 작전이 최소 15년 전부터 준비됐고,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삐삐 생산 회사를 운영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삐삐 생산이 아닌 유통과정에 개입해 폭발물질을 심었다는 분석도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스라엘군이 19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건물 옥상에서 시신 3구를 떨어뜨렸다고 AP통신 등이 20일 보도했다. 사망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으나 dpa 통신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라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인이 시신의 팔과 다리를 잡고 흔드는 모습, 시신을 옥상 가장자리를 향해 발로 차는 모습이 영상에 찍혔다. 이와 관련,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시신을 옥상에서 떨어뜨린 행위는) 우리 군의 가치에 반하는 심각한 사건"이라며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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