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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반세기, 기록의 기억] (141) 남산1호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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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남북 ‘관통’ 강남 개발 촉진제 역할…개통 때 통행료 60원

경향신문

남산1호터널 1971년(위쪽)과 2024년 | 셀수스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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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1호터널은 서울 중구 예장동과 용산구 한남동을 연결하는 터널이다. 길이 1530m의 이 터널은 남산을 남북으로 관통하면서 북쪽의 충무로, 을지로, 종로 등 도심과 남쪽의 한남대교를 건너 강남대로, 그리고 경부고속도로를 직접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1970년 개통한 남산1호터널은 전통적으로 동서로 발달했던 서울의 도로망이 남북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강남 개발의 촉진제 역할을 했다.

두 사진은 1971년과 2024년 남산1호터널의 한남동 쪽 입구이다. 1971년에는 왕복 2차선의 터널을 택시들이 빠져나오고 있고 입구 양옆의 청동 조각상에는 비계가 설치되어 있어 아직 공사 중인 것으로 보인다. 2024년 사진을 보면, 오른쪽 조각상만 그대로이며 나머지 부분은 모두 달라졌다. 1970년대 이후 강남 개발이 가속화되면서 교통량 급증으로 터널 확장공사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공사는 기존의 터널을 넓히지 않고 옆에 새로운 터널을 뚫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1994년 완공되었다. 새로 만든 터널은 왼쪽에 있는데 2024년 사진에는 보이지 않는다.

남산1호터널은 개통 당시부터 60원의 통행료를 내는 유료도로였다. 이후 50원으로 내렸다가 1979년부터는 100원을 냈다. 터널에 들어가기 전 운전자가 차창을 열고 100원짜리 동전을 금속으로 만들어진 ‘동전통’에 던져 넣어야 했다. 정확하게 던지면 ‘짤랑’ 하는 소리가 나면서 ‘골인’하여 나름 재미있었으나 정지 위치를 놓칠 수 있고 익숙하지 않은 왼손으로 던지면 빗나갈 수도 있어 터널을 통과할 때마다 괜히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100원짜리 대신 10원짜리 동전이나 바둑알을 던지는 꼼수도 횡행했다. 1996년부터는 ‘혼잡통행료’라는 명목으로 2000원을 받았다. 적지 않은 돈이므로 오전 7시~오후 9시의 징수 시간대를 피해 통행하거나 우회도로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았다. 한때는 오후 9시를 기다리며 터널 아래쪽에 정차하고 있는 차들도 볼 수 있었다. 또 통행료가 면제되는 탑승 인원 3인을 채우기 위해 카풀도 성행했다. 올해 1월부터는 도심으로 들어갈 때만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 한편 남산1호터널은 그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서울 미래유산으로 등재되었다.

* 이 칼럼에 게재된 사진은 셀수스 협동조합 사이트(celsus.org)에서 다운로드해 상업적 목적으로 사용해도 됩니다.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인문지리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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