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9.20 (금)

K정유 투자 집념…日시장서 휘파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지난 13일 GS칼텍스의 SAF 수출선이 일본 지바항 부두에서 나리타공항 항공유 탱크와 연결돼 있다. GS칼텍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휘발유,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메이드 인 코리아' 석유 제품이 일본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대일본 휘발유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를 경신하고 SAF 등 친환경 제품 시장도 선점하는 등 석유 제품이 대일 무역역조 해결사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가 2010년대 정제설비 고도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이룩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한 반면 일본 정유 업계는 현상 유지에 치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관세청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1~8월) 정유업계의 휘발유 일본 수출액은 14억4643만달러를 기록하며 전년도 전체 규모(13억8453만달러)를 뛰어넘었다. 1~8월 기준으로는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일본 정유사 시설 가동률이 급락했던 2012년 13억3986만달러를 넘어서며 역대 최대 수출을 기록했다.

대일 휘발유 무역흑자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올해 1~8월 흑자 규모는 12억7959만달러로, 2012년 13억3986만달러에 이어 12년 만에 최고 기록이다. 연도별로는 2020년 5억8033만달러를 기록한 이후 매년 늘고 있다. 수출 호조에 따른 무역수지 확대는 2000년대 이후 양국 정유업계의 경영 전략 차이에서 기인한다. 1990년대 후반 세계적인 자유무역 기조 확산으로 한일 양국의 석유 시장이 개방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본 정유업계는 소극적인 생존을 택했다. 이익이 줄자 정유사 간 통폐합과 인원 감축, 과잉 시설 폐쇄 등 공급 축소로 대응했다. 한국과 달리 국토가 여러 섬으로 나뉜 탓에 중소 정유사가 난립했던 것도 신규 투자를 막았다.

반면 한국은 1990년대 들어 시작된 고도화 시설 투자 경쟁에 적극 뛰어들며 공세적 경영에 나섰다. 고도화 시설이란 정유 과정에서 생산된 저렴한 중질유를 원료로 휘발유, 경유 등 값비싼 경질유를 한 번 더 만드는 설비다. 중질유는 원유보다 저렴해 정유 공정이 만들어내는 부가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다.

GS칼텍스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고도화 시설에 약 11조원을 투자했다.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고도화 처리 능력(일 27만5000배럴)을 갖추고 있다. 에쓰오일이 2010년대까지 고도화 설비에 투자한 금액은 7조1000억원이며 현재는 9조2580억원 규모의 고도화·석유화학 생산 시설인 샤힌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울산공장은 지속적인 투자로 단일 공장 정제 능력 기준 세계 2위 규모를 자랑한다. HD현대오일뱅크는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비율이 41.7%로 국내 정유사 중 가장 높다. 적극적인 투자에 나선 한국은 2018년을 기점으로 일본의 정제 능력을 넘어섰다. 현재 한국은 세계 5위, 일본은 7위를 기록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국제 인증 SAF를 일본에 처음 수출하는 것은 국내 정유업계 우위가 미래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성과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SAF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여러 사업 형태를 시도하며 얻는 경험과 미리 사업 구조를 형성해 앞으로 그대로 고착시킬 수 있는 이점이 기대된다.

SAF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포함한 순환 자원 사업, 수소 생산·유통과 함께 국내 정유업계의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서 핵심으로 꼽힌다. 지난달 정부는 SAF 확산 전략을 발표하며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 1% 혼합 급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김희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