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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 (금)

이슈 인공지능 시대가 열린다

"문제해결 달인 한국인, AI연구에 '딱'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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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오픈AI가 공개한 o1 데모 영상에 등장한 정형원 연구원. 오픈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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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만 잘 되면 가장 잘 풀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인공지능(AI) 연구도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요."

챗GPT를 만든 미국의 인공지능(AI) 개발회사 오픈AI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새로운 첨단 AI인 'o1(오원)'을 공개했다. 뛰어난 사고능력과 추론 능력까지 갖춘 o1은 한국인들만 이해할 수 있도록 문법을 무시하고 된소리와 이중모음으로 만든 엉터리 한국어를 정확하게 영어로 번역해냈다. 이 같은 능력은 o1의 연구팀 21명 중 한국인인 정형원 씨(35)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깨어진 한국어'를 한국인은 단번에 이해하지만 AI는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이같이 (깨어진 한국어 문장을) 전혀 학습시키지 않아도 추론과정을 통해서 이를 풀어낸다는 것이 o1의 놀라운 점"이라고 설명했다.

'직우상 얻떤 번역깃돋 일끌 슈 없쥐많'이라는 '외계어'를 o1은 '지구상 어떤 번역기도 읽을 수 없지만'으로 해석하고, 이런 식으로 엉터리로 쓰인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해낸다.

정 연구원은 "단번에 답이 나올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한번 인사이트만 얻으면 그때부터는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깨진 한국어를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정한 이유가 있을까? 그는 한국인 친구가 "AI가 이것도 읽을 수 있어?"라고 보내줘서 시도해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오픈AI AI모델의 한국어 능력이 뛰어난 것에 대해서 "(o1) 언어모델은 언어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추론모델"이라면서 "언어를 배우는 것에 집중하면 언어는 이해하는데 추론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어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은 한국어를 이해하는 것과 문제를 푸는 것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일반 목적의 추론이 잘 되면 언어도 잘 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AI 프로젝트에 한국인의 이름은 많지 않다. 그는 "MIT에서 박사를 할 때도 한국인들이 만든 시험자료가 최고였다"면서 "한국 사람들이 AI분야에서 아쉽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이 분야로 데려오고 싶다"고 설명했다. 특히 AI 연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AI는 첨단 기술이라서 오히려 전문가가 없고 배울 것이 적다"면서 "너무 빠르게 변하고 모든 것이 새롭기 때문에 빨리 배우는 것이 중요하지 전문가가 오히려 없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그는 "새로움을 빨리 체화하고 예전의 사고방식을 버릴 수 있는 사람들이 최고의 가치를 만들어낸다"고 덧붙였다.

AI 연구자가 되는 커리어가 따로 없다면서 본인을 예로 들었다. 그는 "나도 박사를 AI와 전혀 관련 없는 분야에서 했는데 구글의 레지던시(기업 연구소 소속 기간제 연구자) 프로그램을 통해서 연구를 시작했다"면서 "이런 테크기업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AI연구를 시작하기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o1을 함께 연구한 팀에 박사(학위)가 없는 사람도 많고, 서로 물어보지도 않는다"면서 "AI 분야의 재미있는 연구는 기업 내에서 이뤄지는 것이 많으니 직접 부딪히면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현장에서 경험해볼 것을 추천했다.

중요한 연구에 한국인으로 참여한 소감은 어떨까. 그는 "(인류의 삶을 바꿀 거대한) 패러다임이 바뀌는 데 기여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도 "실제로는 너무 바쁘고 잠도 못 자서, 자축할 시간도 없다. 바로 다시 일하러 가야 한다"며 바쁘게 일어섰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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